멈출 줄 모르는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

‘집단 백혈병 발병’ 현실로...4.28산재사망노동자 추모제

황00(42세) 돌연사, 이00(43세) 뇌출혈, 유00(48세) 급성골수성백혈병, 소00(43세) 기계압사, 박00(37세) 심근경색, 최00(34세) 기계압사, 조00(29세) 급성심근경색, 최00(46세) 폐암, 공00(52세) 재생불량성빈혈...

몇 년간 한국타이어 집단돌연사 사건이 국감에서 쟁점이 되었지만 비극은 멈추지 않고 있다. 올해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일하다 재생불량성빈혈 질환으로 산업재해 승인을 받고 투병해 오던 공 모(52세) 씨가 3월 8일 밤 사망했다.

지난 해 11월 한국타이어 협력업체에서 14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가 백혈병으로 산업재해 요양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돼 노동자 ‘집단 백혈병 발병’에 대한 우려는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타이어 해고자 정승기 씨는 대전역 광장에 서 “한국타이어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안 죽을 수가 없다. 93년부터 한국타이어 제품 불량이 많이 난다며 어떤 물질을 사용하라고 했다. 목장갑이 젖을 때까지 그 물질을 사용했지만 회사는 그 물질이 해롭다고 말해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벤젠이 다량 함유된 물질이었다. 올해만 자살자 까지 3명이 죽었다”며 “대전 시민들은 다 아는 데 한국타이어만 침묵한다. 하소연 할 곳이 없다. 제발 한국타이어에 관심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회사측은 한국타이어와 관련 '허위사실이 담긴 유인물을 배포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등의 이유로 16년 근무한 정승기 씨를 지난 3월 해고했다. 정승기 씨와 민주노총,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한국타이어 산재 사망 노동자 분향소 앞에 섰다.


“웬 사람들이 100명이나 죽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93년 심슨 인형을 만드는 태국의 케이더 공장에서 화재 사건으로 188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것을 계기로 발전해 온 4월 28일 세계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은 산재 사망자 추모뿐만 아니라 산재를 예방하고, 투쟁하는 전 세계의 날로 이어져왔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이며, 특히 대전 지역은 수년 째 한국타이어 사태를 중심을 추모제를 진행해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28일 오후 7시 대전역 광장에 모여 한국타이어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제를 했다. 발언을 비롯해 추모시 낭독, 추모영상 상영, 마당극패 우금치 이상호 활동가의 추모 공연 등으로 이어진 행사는 엄숙하게 치러졌다.


  마당극패 우금치 이상호 활동가의 추모 공연은 지나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잡았다.

엄연섭 민주노총 대전본부장은 “대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한국타이어에서 96~07년 사이 97명이 사망했다. 한국타이어 하청노동자가 또 백혈병에 걸렸지만 사측은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한다”고 회사측을 비판하며 “대전지역 노동자, 시민들이 한국타이어를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결의를 모았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김창근 민주노동당 대전시당 위원장은 “한국타이어에서 웬 사람들이 100명이 죽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라고 물으며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08년 한국타이어 노동자 중 40~50%가 유기용제 중독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사태가 심각하지만 회사는 생산성에만 몰입하고, 노동자 사망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명백한 살인이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한국타이어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제는 참가자들이 분향소에 국화꽃을 한 송이씩 놓으며 마무리 되었다. 엄마의 손을 잡고 온 아이가 그 행렬에 서고(위), 대전역 한 노숙자가 분향소 초에 불을 밝혔다. 귀천을 가리지 않는 사람의 죽음이건만 한국타이어 회사측 관계자들은 자리에 없었다.

김윤기 진보신당 대전시당 위원장도 “한국은 OECD 국가 중 산재사망율 1위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야지만 살아갈 수 있는 게 이 나라다”며 “상식을 말하자.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마련되지 않는 사회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규봉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표는 “4대강 공사 현장에서도 한 달에 한 명씩 죽어나간다. 2MB 정책은 실패했다”며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에게 자리를 한 석도 주면 안 됐는데 줬다. 노동자지만 노동자가 아닌 척 투표하는 것이다. 계급 반대 투표를 하면 안 된다”고 전했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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