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격은 어디가고...한국 인권위 끝모를 추락

ANNI, “한국 인권위 독립성 훼손 심각하다”

아시아국가인권기구NGO네트워크(Asian NGO Network on National Human Rights Institutions, ANNI)가 “아시아 지역 국가인권기구 중 대표적인 모범사례였던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국내외적 평판 및 진실성이 추락하고 있다”며 “한국 인권위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2008년 이후 한국 인권위에서 일어난 변화를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지난 11일 한국에 조사단을 파견했던 ANNI가 13일 영등포 미래여성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1, 12일 이틀에 걸쳐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ANNI는 인권존중과 보호를 위한 국가인권기구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국제 네트워크로 아시아 14개 국가의 국가인권기구와 관련된 19개 인권단체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매년 각 나라의 인권위 상황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으나 이번처럼 특정 국가에 현장조사를 나온 것은 처음이다.

조사 대표단으로 파견된 풍키 인다르티 인도네시아 인권감시 사무총장은 “2006년 ANNI가 만들어진 이래 이처럼 현장조사를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것이 한국 인권위 상황의 심각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풍키 인다르티 인도네시아 인권감시 사무총장, 발라싱함 스칸타쿠마르 스리랑카 ‘법과 사회의 신뢰를 위한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프로그램’ 대표

ANNI 조사단은 이날 “한국 인권위가 표현의 자유를 비롯해 심각한 인권침해에 대해 시의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경우가 많”으며 “장애인 인권 침해 피해자나 표현의 자유 침해 피해자 등 한국의 인권침해 피해자들로부터 인권위가 그들의 진정과 문제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은 인권위원의 임명 절차와 관련해서도 “현재 인권위는 인권위원들의 인권 전문성과 경험보다는 그들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위원으로 임명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인권위의 독립성에 우려를 표했다.

조사단은 특히 최근 인권위가 전문성이 검증된 비정규직 직원의 계약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해지하고, 또 이에 항의를 하며 1인 시위를 했던 직원들을 감사한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는 모습”이라며 “인권위 직원들은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데 대해 고위 간부들로부터 징계를 받거나 감사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잠정적인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이는 결국 인권위 직원들의 의욕 및 사기를 꺾는 결과로 작용했다”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현재 한국 인권위에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상황들과 추락하고 있는 위원회의 국내외적인 평판 및 진실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며 한국 인권위에 다섯 가지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이들이 권고한 사항은 △인권위원 임명 과정에 시민사회와의 협의 및 청문 절차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 △인권위의 독립성과 효과성 보장할 수 있는 조치 취할 것 △국제 인권기준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인권침해에 대응할 것 △모든 인권위원들과 직원들 간의 공식적, 비공식적 협의 과정과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 보장 △인권위 직원들의 의사표현의 자유 및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포함한 모든 권리 보장 등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사단은 조사 과정에서 인권위 간부 및 상임위원들을 폭넓게 접촉하려는 시도를 인권위 측이 차단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ANNI 조사단은 “현병철 인권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을 동시에 만나고 싶다고 요청했으나 인권위 사무처에서는 상임위원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독단적으로 사무처 직원 2명이 조사단을 만날 것을 결정, 통보했다”며 “이후 이 사실을 알게 된 장향숙 상임위원과 장주영 전문위원은 조사단에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해 별도의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조사단은 서면 질의를 통해 그동안 인권위에서 발생했던 일련의 구체적 사안들에 대한 인권위 측의 공식적인 추가 답변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들은 인권위 측의 답변을 받은 이후 최종보고서를 작성해 구체적인 조사 내용과 권고사항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최종보고서는 대한민국 정부 관련 부처,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기구 국제 조정위원회(ICC), 아시아태평양 국가인권기구 포럼(APF),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국내 및 국제 시민사회 등에도 보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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