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 신분보장 불승인 파문

현대차 비정규직 "금속노조는 투쟁정신을 모욕하지 말라"

금속노조 6기 20차 신분보장기금 심의위원회는 지난 5월4일 회의를 소집해 현대차비정규직지회 동성기업 조합원들에 대한 신분보장을 불승인했다.

  보복성 계약해지에 맞선 현대차비정규직지회 동성기업 조합원들의 투쟁은 현대차비정규직 공장점거파업의 출발점이었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현대차비정규직지회 동성기업 조합원들은 10년 11월4일 지회 운영위원회의 "시트조합원은 신규업체와의 근로계약을 거부한다. 사쪽이 시트 조합원을 공격(해고)할 시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즉각 쟁의행위에 돌입한다"는 결정사항에 따라 노예계약을 거부하고 11월15일 새벽 시트1부 14프런트 점거파업에 돌입한다. 시트조합원들의 점거파업은 직선으로 현대차 1공장 CTS점거파업으로 확대된다.

동성기업 조합원들은 "지도부가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먼저 결의"했다. 동성기업 조합원들은 "이런 생활 접어야 한다. 똑 같이 일하면서 한 공장 내에서 차별받고...우리 자식들도 비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노예계약 거부한다"고 힘줘 말했었다. "근로계약서를 쓰는 것은 우리가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노예계약서를 거부한다. 계약서를 체결하려면 정몽구가 직접 나서라"고 선언했다. 동성기업 조합원들의 이러한 계급적 태도야말로 바로 현대차비정규직 공장점거파업의 살아있는 투쟁 정신이었다.

하지만 금속노조 신분보장심의위원회는 해고 규정을 근거로 동성기업 조합원들의 신분보장을 불승인했다.

안건 13 : 조합 신분보장기금은 징계해고와 보복성 계약해지에 대해서만 보장을 하고 있음. 현재 신분보장기금심의위의 ‘해고’ 기준은 징계위를 통한 해고, 정직 등이고, ‘보복성 계약해지’의 기준은 어떤 업체에서 계약기간 만료 후 조합원만 재계약하지 않거나 업체폐업‧정리해고 이후 우리 조합원만 고용승계하지 않는 경우 등에 적용하고 있음. 이 사안은 지회의 조직적 판단 및 방침에 의해 재계약을 거부하고 투쟁을 하기로 하고, 현재까지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경우로 보복성 계약해지보다는 장기투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됨. 따라서 신분보장기금에서는 지급대상이 아님을 확인하고 이후 장기투쟁에 대한 부분으로 심의해야 함을 확인함.(금속노조 6기 20차 신분보장기금 심의위원회 회의 결과)


현대차비정규직지회 "동성기업 조합원 신분보장 인정은 불법파견 정규직화투쟁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12일 성명을 발표해 "동성기업 조합원들에 대한 신분보장 인정이 곧 불법파견 투쟁의 정당성을 말한다"며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촉발시킨 동성기업 동지들에 대한 신분보장기금 승인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2010년 7월22일 최병승 동지의 대법판결이 있은 후 많은 동지들이 노조에 가입했다.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는 것과 우리는 정규직임을 깨닫고 투쟁의 열의가 올랐고 가장 앞장섰던 동지들이 시트1부 동성기업 동지들이다"며 "보복성 계약해지, 사쪽은 동성기업 동지들을 첫 타깃으로 삼았다. 시트1부 공장은 같은 공장이 아닌 외부에 공장이 있었고 또한 한 명의 조합원도 없던 시트1부에서 비정규직이 노조에 대거 가입했다. 그래서 더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임의로 업체 폐업 공고를 내고, 전 사장은 사라지고 노무관리로 있던 000과장을 동성기업으로 보내 '노조탈퇴 안하면 재계약 안하겠다'고 실질적인 탄압을 가했다"며 보복성 계약해지가 아니라는 신분보장심의위원회의 근거를 반박했다.

지회는 "동성기업 동지들은 '우리는 불법파견 정규직화 싸움을 하고 있으며 이미 우리는 정규직임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하청업체와의 재계약은 거부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밝히면서 실질적인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동지들의 파업이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010년 11월15일 새벽, 업체는 동성기업 동지들이 현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섰고 우리 동지들은 자기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공장에 진입했다. 6시가 되기 전 관리자들을 태운 많은 버스가 동성기업이 있는 시트1부로 향했고 채 한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동성기업 동지들은 관리자들의 무자비한 폭력으로 시트공장 밖으로 내몰렸다"며 "머리가 깨지고 갈비뼈가 부러지고 살이 찢어지고 피를 흘렸지만 병원은 고사하고 경찰서로 연행됐다. 두들겨 맞고 피 흘리는 우리 동지들을 보호해줘야 할 경찰은 우리 동지들을 병원이 아닌 경찰서로, 기본적인 치료도 하지 않은 채 경찰서로 연행했다"고 현대차 자본과 경찰을 규탄했다.

또 "가장 기본적인 인격조차 존중받지 못하고 그렇게 공장 밖으로 내몰리고 폭력 아래 짓밟혔다. 그렇게 불법파견 철폐, 정규직화 쟁취를 외치는 25일간의 점거농성과 전국의 많은 동지들이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는 이 싸움의 가장 초석이 되고 가장 먼저 앞장서서 싸운 동지들이 바로 동성기업 동지들"이라며 "누구보다 인정받고 누구보다 먼저 알아서 챙겨줘야 할 동성기업 동지들의 정당한 싸움을 우리가 인정하고 그에 대한 보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회는 "누구보다 먼저 앞장서서 싸웠고 힘들고 어려운 지금의 시기에도 무너지지 않고 싸울 수 있는 것은 아직까지 우리 동지들을 믿고 이 싸움을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싸우는 것이다. 그 믿음을 우린 저버릴 수도 잊어서도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분보장기금은 전국의 노동자들이 함께 싸웠던 투쟁의 정당성을 인정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며 "동성 동지들의 고통을 놔둔 채로 불법파견 철폐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은 이어질 수 없다. 다른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를 믿고 싸우는 동성기업 동지들의 믿음이 깨지지 않게 지켜달라"고 간곡하게 호소했다.

"금속노조는 동성기업 조합원들의 투쟁 정신을 모욕하지 말고 존중해줬으면 좋겠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 김모 조합원은 "25일 동안의 점거파업은 동성기업 동지들로부터 시작됐다. 동성기업 동지들의 투쟁 의지가 없었다면 노예계약하고 들어가면 됐다. 하지만 동성 동지들은 노예계약 거부하고 투쟁을 선택했고 머뭇거리지 않고 점거파업에 들어갔다. 25일 동안의 공장점거파업이 시작된 것"이라며 "그런데 금속노조에서 동성 동지들이 잘못됐다고 하면 누가 앞으로 투쟁하겠는가? 자본이 우리를 갈라치기하듯이 금속노조는 절대 우리 내부를 갈라치기하지 마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조합비 내는 금속노조의 조합원"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비정규직 투쟁이 시작될 것이다. 첫 단추가 중요하듯 금속노조가 비정규직을 책임지고 같이 갈 수 있는 방향과 문제발생 시 수정 보완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시트1부 김응효 대표는 "불승인 소식을 듣고 어이 없고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금속노조는 싸움할 때는 밀고 책임져야 할 시간이 오니까 입 싹 닫아 버린다. 금속노조가 비정규직이 아니라 정규직만을 위한 조직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불승인은 우리 싸움을 인정하지 않는 결정이다"며 "금속노조가 실천적으로 비정규직 투쟁에 눈을 떠야 한다. 제대로 된 금속노조가 되려면 비정규직의 입장이 돼서 생각을 해야 한다. 뱉은 말에 책임을 지는 금속노조가 돼야 한다. 얼렁뚱땅 마무리짓고 '다음 기회, 다음 기회'라고 하는데 승리가 무슨 복권도 아니고 금속노조에 대한 실망이 크다"고 밝혔다.

김대표는 "규약 규정도 좋지만 특별한 상황이 있는 것이고 기준 들이밀면서 변명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상황에 맞게 바라봐야 한다. 비정규직 투쟁은 정규직 운동에서 보면 항상 특별한 상황이고 매일 매일 특수한 상황, 비정규직 투쟁이 일어난다. 규약 따지고 규정 따지면서 투쟁하는 비정규직을 외면한다면 어떻게 금속노조를 믿고 따라가겠는가? 투쟁의 방패막이가 되지 못하는 금속노조가 필요한가 싶다. 이제는 금속노조 이야기는 다 뻥카처럼 들리고 기만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표로서 동성기업 조합원들에게 미안하고 할 말이 없다. 동성 조합원들은 처음 노조 가입했지만 불법파견투쟁의 정신을 보여줬다"며 "동성 조합원들은 제일 늦게 노조에 가입했지만 쌓였던 분노가 분명한 태도로 표출된 것이다. 생계가 걸려 있는데 계약 거부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튀니지, 이집트 혁명처럼 쌓여던 분노가 투쟁의 희망으로 전환된 것이다. 금속노조는 동성기업 조합원들의 투쟁 정신을 모욕하지 말고 존중해줬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충남서부지역지부 "동성기업 신분보장기금 지급 거부는 계급적 요구에 입각한 단결투쟁 포기 협박"

민주노총 충남서부지역지부는 성명을 발표해 "구 동성기업 동지들은 작년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CTS 점거투쟁의 포문을 열게 했던 당사자들"이라며 "자신들의 투쟁이 현대차 전체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이었기에 동성기업 동지들은 업체 재계약을 거부하고 투쟁을 전개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 비정규직 3개 지회는 모든 하청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그 요구안은 금속노조 위원장의 직인이 찍혀 현대차로 발송됐다"며 "그런데 현대차 울산공장 시트사업부에서 동성기업이 폐업됐고 동성기업 조합원들에게는 새로 올 하청업체 사장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대법원의 판결로 하청업체 사장은 사장이 아니라는 판결을 받은 노동자들이 하청업체 사장과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가? 금속노조와 자신이 속한 비정규직지회의 요구안과 반하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는가? 구 동성기업의 노동자들은 당장 내가 일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모든 하청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금속노조의 요구에 충실했다. 자신의 해고를 감수하며, 전체 하청 노동자들의 처지와 이해를 대변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민주노총 충남서부지역지부는 "구 동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에 신분보장기금 지급을 거부한 것은 '이제부턴 되지도 않는 투쟁은 하지 말고 각자가 알아서 제 살 길 찾아라'라고 말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며 "조합주의와 단사이기주의가 팽배한 상황에서 신분보장기금 지급 거부는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계급적 요구에 입각한 단결투쟁을 포기하라는 협박"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이어 "금속노조가 이 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열망에 함께하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 구 동성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신분보장기금 지급을 승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현대차비정규직지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7일 열릴 예정인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에 참관투쟁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중집에서는 신분보장심의위원회의 결과를 결정하게 된다. (기사제휴=울산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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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한 논리

    신분보장기금, 장투기금 등 금속노조 기금 지급규정이 있고 장투기금 지급으로 결론난 것 알고 있는데, 기자와 참세상은 사실관계조차 파악안하고 기사쓰나? 이글 읽으면 금속노조가 동성기업 해고자 방치한다고 알겠그먼. 사실관계를 정확히 보도하셈

  • 꼼꼼이

    기사 내용중에 금속노조 신분보장기금위의 결정사항이 포함되어 있군요. 사실관계는 그대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투기금과 신분보장기금의 차이에 대해서 말하고 있고, 신분보장이 아닌 장투기금 지급 결정이 어떤 의미인지를 보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사를 조금더 꼼꼼히 읽어보시는게 좋겠군요.

  • 또꼼꼼히

    그러면 제목부터 신분보장기금지급이 아니라 장투기금 지급하기로 이렇게 해야지? 기사를 이렇게 쓰냐?

  • 이러니까

    이러니까 금속이 버린다는 소리가 현장에서 나오는거다. 쌍차 잊었나? 내용은 다르지만 자본이 우리를 갈라 놓을땐 항상 금속노조도 너희를 책임 못진다는 말을 했다. 울산비정규직지회도 그 꼬라지 아니냐!
    작년에 거부하고 투쟁하자고 해 놓고 지금은 장투기금이냐 신분보장기금이냐와 관련해서 문제가 드러난다. 투쟁의 성격이 어떤 것이냐는 금속의 입장과 책임과도 연결되는 것이다.
    제발, 문구하나하나 따져서 장투다, 신분보장이다 따지지 말고 투쟁의 성격과 의미가 어떤지 생각해서 좀 결정해달라.
    이러면 누가 금속을 믿겠나? 덴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