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2일, “유성기업과 같은 불법 분규가 계속 방치될 경우 복수노조 허용과 맞물려 노사관계와 정국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신속히 공권력을 작용해 법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역시 “유성기업 노조가 완성차 생산직보다 높은 급여(연 평균임금 약 7000만원)를 받으면서 완성차업계도 실시하고 있지 않는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를 요구하며 파업을 하고, 직장폐쇄 중임에도 불구하고 불법으로 생산시설을 점거하고 있어 공권력 투입 등 엄정한 법 집행으로 즉각적인 회복조치가 필요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연봉 7000만원? 30년 일해도 그만큼 못 받아...”
경영계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반감을 드러냈다. 유성기업 아산공장에서 16년간 근무한 김성택(가명) 씨는 “30년을 넘게 일 해도 연봉 7000만원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7000만원을 받는 노동자는 350명의 노동자 중 다섯 손가락 안에도 들어가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김 씨는 “16년 동안 일한 내 연봉이 5000만원이 채 되지 않으며, 잔업 특근을 하루도 빼지 않고 일 년 꼬박 일을 해야 겨우 5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며 “이 공장에는 연봉 4000만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노동자 이상우 씨는 “우리 연봉이 7000만원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나, 그런 이야기를 받아쓰는 언론이나 다 똑같다”며 “이야기조차 하기 싫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작년 12월부터 11차 교섭을 거쳐, 결국 직장폐쇄를 불러일으킨 ‘주간연속 2교대제 근무’역시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필수적인 요구사항이었다. 김성택 씨는 “현재 일주일씩 주간과 야간으로 번갈아가며 근무하고 있으며, 생활 리듬이 바뀌니 야간노동을 하고 돌아오는 날에는 잠을 잘 수가 없다”며 “야간 근무를 할 때는 밤 10시에 출근해서 아침 8시에 퇴근하고는 하는데 몸이 망가지는 것을 느낀다. 밤에는 자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어서 김 씨는 “생활리듬이 깨져 몸이 무겁고, 힘든 일을 반복적으로 하니 우리 공장은 산재환자 천국이다”라고 털어놓았다. 김성우 씨 역시 “아이들이 두 명 다 대학교 3학년인데,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빠 얼굴을 좀 봤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줄곧 들어왔다”고 성토했다.
한편 유성기업 노사는 지난 2009년, 임금삭감과 노동강도 강화 없는 주간연속 2교대와 월급제에 합의한 바 있다. 이후 노사는 2010년 12월부터 11차례의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은 한 차례의 안도 제시하지 않았으며,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에도 회사는 ‘4조3교대’ 안을 내는 등 노조와의 갈등을 일으켜왔다.
결국 노조는 지난 5월 13일 조정중지 결정을 받아 합법적인 쟁의권을 획득해 18일 부분파업에 돌입했으며, 사측은 같은 날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때문에 노조는 “유성기업은 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중지를 받고 찬반투표를 거쳐 진행하는 합법적인 파업”이라며 “그런데도 사용자단체는 이를 불법이라고 호도하고, 언론이 왜곡보도를 일삼고, 외부세력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부, ‘불법파업’ 주장, 일부 언론 ‘현대차 손실’ 집중...“여론 호도하고 있다”
사용자단체가 유성기업 파업을 ‘불법파업’이라고 여론몰이 하고 나선 상황에서, 고용노동부 역시 덩달아 유성기업 파업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천명하고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23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노조가 생산시설을 점거하고 관리직 사원의 공장 출입을 원천봉쇄한 것은 배타적 점거로서 명백한 불법”이라며 “노조가 불법 행위를 지속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노사가 대화를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물밑 중재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노사 교섭 중이던 23일 오후, 경찰이 노조 지도부 9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돌입하는 등 정부가 나서서 자율적인 노사교섭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이번 유성기업의 파업에 대해 일부 언론들은 일제히 자동차 업계 전역으로 피해가 확산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나섰다. 이들은 유성기업의 파업으로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완성차업계가 생산 차질을 빚고 있으며, 하루 수백억대의 손실이 발생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번 주 중반 이후까지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이달 말까지 1조원의 피해가 예상되며 유성기업의 도산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사측 용역의 살인미수와 뺑소니를 보도하던 언론들까지도 지난 주말을 경과하면서 보도 방향이 모두 바뀌었다”며 “주말 이후 언론들은 일제히 자동차완성사가 입을 손실이 얼마며, 피해가 무엇인지를 보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정 부위원장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사회에 이 싸움을 정확히 알려내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관계자 역시 “지금의 싸움은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잠을 잘 수 있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위해 노사는 주간연속 2교대제에 합의했지만, 사측은 이 약속을 깨고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파업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