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비정규직 문제, 해결전망 안보여

비대위 “계속 일하게 해달라” vs 대학 “적법한 절차 따랐다”


성공회대 비정규직 문제가 좀처럼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성공회대 계약직 행정직원 정규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총장실 앞 침묵시위를 시작했다.

성공회대 비대위는 “2년 동안 일한 열정으로 성공회대에서 계속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지난 23일부터 총장실이 있는 교내 ‘승연관’ 앞에서 점심과 저녁, 하루 두 차례씩 침묵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성공회대 비대위 면담 요청에 학교 측, “플래카드 떼달라”

이 같은 침묵시위는 비대위가 학교 측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강은숙 비대위 정책국장은 “지난 면담에서 정기적으로 면담을 해보자는 얘기를 하기도 했던 학교가 구체적인 제스처도 없고, 지난주에 비대위가 면담을 요청했을 땐 1차면담 당시와 또 다른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비대위는 앞서 지난 11일 학교 측에 2차면담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으며 18일 학교 측 간사로부터 “안건을 먼저 받아보고 논의할만하면 생각해 보겠다”는 답을 전화로 들었다고 전했다.

비대위 측에 따르면 학교 측 간사는 이날 통화에서 “현수막 게시 기간도 오래됐고 지역주민이 성공회대 내에 대단히 큰 비정규직 문제가 있는 것처럼 오해한다”며 비대위가 학교 내에 걸어 놓은 현수막을 떼줄 것을 요구했으며, 2차면담과 관련해서는 “안건을 달라. 논의할만하면 면담을 생각해 보겠다. 1차면담 때 충분히 논의된 거라면 굳이 면담을 또 할 필요 있겠느냐”고 답했다.


  성공회대 비대위가 지난 4월 중순 학교 내에 게시한 두 개의 플래카드. 학교 측 간사는 18일 비대위 간사와의 통화에서 해당 플래카드를 떼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비대위는 24일 △복직 및 고용승계를 원하는 행정직원 4인에 대한 정규직화 △행정개편 이후 대폭 축소된 행정 담당 정규직 직원을 개편 이전 수준으로 확충 △일방적 해고통보와 학사행정에 불편을 초래한 데 대한 책임자의 공식 사과 등 요구안건을 세분화한 면담요청서를 학교 측에 발송하며 다음 주중에 2차면담을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비대위는 학교 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대학 측, “적법 절차 따랐다...정규직화 원하면 공채 응모해야”

면담 요청서를 받은 학교 측은 2차면담 일정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테이블이 열리더라도 논의가 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학교 측이 비정규직 고용승계 거부와 관련해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는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성공회대 교무처장을 맡고 있는 최영묵 교수(신문방송학)는 25일 <참세상>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비정규직보호법’이 비정규직을 보호하고 정규직으로 유도하기 위해 제정되었다”며 “그 법정신을 살려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점진적으로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을 늘이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기간제 계약직 직원과 정규직 직원은 채용 절차가 다르며 이들만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이미 성공회대에 근무하고 다른 많은 비정규직 교직원들과 형평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인권과 평화의 대학에서 이럴 수 있느냐”는 비판에 대해 최 교수는 “계약직 행정직원들은 배움을 위해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 아니고 법적 절차에 따라 일정기간 성공회대에 고용된(혹은 고용되었던) 직원들”로 “비정규직 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해서 2년 이상 고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 상황에서는 고용계약과 관련된 법적 하자 여부를 따지는 것 이외에는 다른 해결방법이 없다. 학교에서 지속 고용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다는 점이 명확하다”고 해명했다.

비정규직 행정직원 4인의 정규직화 요구에 대해서는 “학교에서는 추후 일반행정직원이 충원될 때 비정규직 행정직원들이 지원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방안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비대위, “학교, 여론 잠잠해지길 기다리고 있나”

비대위 측은 “대학이 ‘시간끌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문제 해결 의지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비정규직 행정직원 김미라 씨는 “지금 당사자로 남아 있는 두 행정직원도 각각 6월과 8월이면 계약기간이 끝나고, 축제와 기말고사만 지나면 여름방학이니까 학생 여론도 시들해질 것”이라며 “학교가 시간을 끌어서 여론이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첫 번째 면담은 학생들이 ‘인권과 평화의 대학’이라는 성공회대 슬로건을 하도 비판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한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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