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파업 몰고 간 ‘야간노동’은?

야간 노동...발암물질 2급, 12년 수명 단축돼

“야간교대 근무를 하는 노동자가 주간 근무만하는 노동자보다 평균수명이 12년 짧다” (독일수면학회)

“교대 근무자의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성은 교대근무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약 40% 정도 위험성이 증가함” (NIOSH-미국 산업안전보건원)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7일간 공장점거 파업으로 이끌었던 것은 ‘주간연속 2교대제’요구로, 한마디로 밤에는 잠을 자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현대차, 기아차 등 금속 사업장 전반에 걸쳐 논의가 되고 있는 주간연속 2교대제는, 노동자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문제다. 때문에 금속노조는 2011년 중앙교섭과 자동차완성차 공동요구로 ‘야간노동 철폐와 주간 연속 2교대’를 내걸고 있다.


현재 유성기업을 포함한 많은 사업장에서 시행하고 있는 격주 교대근무는, 잔업을 포함해 하루 10시간씩 격주로 주간과 야간작업에 투입되는 제도다.

하지만 주간연속 2교대제가 도입될 경우, 오전 6시 20분부터 주간근무가 시작 돼 야간조는 12시면 작업이 마무리된다. 주야간에 걸쳐 2시간씩 잔업을 없애 하루 8시간 근무가 가능해 지는 것이다.

야간업무, 발암물질 2급

국제암연구소(IARC)는 야간근무를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해, 야간노동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독일수면학회 또한 야간근무 노동자의 수명은 일반인에 비해 12년이 짧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또한 1999년 발표한 ‘교대근무에 따른 안전 및 생산성의 변화’ 보고서에서, 교대근무 부적응 증후군을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교대근무에 투입된 1개월 이내의 노동자는 불면증, 불안, 사고증가 등의 교대근무 부적응 증후군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또한 5년 이상 교대근무에 투입된 노동자는 만성적인 부적응 증후군에 노출되며, 그 결과 수면장애, 심혈관계 질환, 위장관계질환, 장기 결근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격주 교대제를 실시하는 유성기업 아산, 영동 공장에서는 돌연사나 자살 등으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영동 공장의 경우, 한 노동자가 퇴근 길에 출퇴근버스 안에서 돌연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유성기업에서는 잔업이 제한 돼 있지 않았으며, 철야근무까지 병행하고 있는 상태였다.


영동공장 노동자 김 모 씨는 “지금은 2.5시간으로 잔업 제한이 있지만, 당시는 잔업 제한이 없어 나 같은 경우 한 달에 180시간의 잔업을 한 적이 있었다”며 “또한 토요일 아침에 출근해서 일요일 밤에 퇴근하는 철야도 있었기 때문에 당시 노동시간은 무리하게 길었으며, 사망한 노동자 역시 이 같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산공장 역시 2009년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4명의 노동자가 자살, 뇌출혈, 급성폐혈증 등으로 사망했다. 아산공장의 심 모씨는 “오전 8시에 야간근무를 끝내고 집에 들어가면 적응이 안 돼 2시간도 채 자지 못할 때가 많다”며 “그러다보니 나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불면증 등의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홍종인 유성기업 아산공장 노안부장은 “평균 근속년수가 16년 이상인 노동자들은 야간근무를 하며 각종 산업재해와 신체 불균형 등에 시달린다”며 “특히 공장안 미세량의 유해물질이라도, 야간근무를 하며 불안정한 신체 상태에서 반복적인 흡입을 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야간노동 철폐 대신 ‘임금조정’과 ‘노동강도 강화’?
‘건강권’보다 ‘생산성’이 우선...“노동자를 기계로 보는 것”


유성기업노사는 지난 2009년, 주간 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를 2011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교섭을 통해 확정짓기로 했지만, 사측은 11번의 교섭에서 한 차례의 안도 내 놓은 적이 없었다.

현대자동차노조 역시 지난 2008년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를 두고 사측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으며, 올해 현대와 기아차를 비롯한 자동차부품사들의 주간연속 2교제대 논의가 노사관계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사측에서는 주간연속 2교대제가 도입될 경우 생산성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임금조정과 노동강도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성기업 아산공장 박 모씨는 “2009년 주간연속 2교대제가 합의될 당시, 우리는 피스톤 링 4900만개를 생산했고, 올해 5900만개를 생산을 목표로 1000만대의 피스톤링을 확대해 생산하는 등 노동강도가 강화돼 왔다”며 “현재 2달치가 넘는 분량을 당겨서 생산하고 있고, 회사 목표치 90%에 도달하는 등 극심한 노동강도를 경험하고 있는데, 주간연속2교제대 실시로 노동강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은 우리를 기계로밖에 보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간근무와 노동강도 강화는 크고작은 산재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반복적 노동을 하는 생산직 노동자들은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며, 야간근무로 인한 각종 신체적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홍종인 노안부장은 “이는 분명 산업재해에 해당하며,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야간근무를 없애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역시 교대작업에 따른 수면장애에 대해 직업병으로 인정한 사례가 존재한다. 작년 2월 22일, 서울행정법원은 자동차 조립공정에 종사하는 A씨의 수면장애를 업무상 재해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1997년 1월부터 기아자동차 조립공정라인에 근무하며, 주간조일때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야간조일때는 오후 8시 30분부터 새벽 5시 30분까지 근무했다. 또한 통상 2시간 정도의 잔업을 수행했으며, 1주일 단위로 근무조가 변경되며 수면을 취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대해 법원은 “원고의 수면각성장애가 주야간 교대근무로 인해 발병한 것인지 여부를 살펴보면, 원고 주치의와 법원의 진료기록감정의의 의학적 견해에 의해 이를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근로복지공단) 자문의들의 의학적 견해는 주야간 교대근무와 상병 사이의 관련성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없어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고 달리 반증이 없다”고 판시했다.

때문에 금속노조는 “야간노동과 교대노동은 수면장애를 포함한 각종 건강장해를 발생 시키는 폭력적 노동환경”이라며 “결론적으로 주야 교대제로 인한 건강장해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은 야간노동의 철폐”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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