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노동자들이 경찰병력에 의해 24일 공장 밖으로 쫓겨난 후, 이들은 공장 앞 비닐하우스에 잠을 자고, 밤을 먹고, 투쟁을 한다.
노동자들은 맹꽁이 울음소리 함께 밤 11시 잠이 들고, 비닐하우스로 스며드는 아침햇살과 함께 새벽 6시 눈을 뜬다. 새벽이면 쌀쌀하지만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감당해야만 하는 일이다.
500백여명의 노조(금속노조 소속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은 조를 나눠 3일에 한 번, 혹은 일주일에 한 번 집에서 가족들의 얼굴을 보고 오지만 대부분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잔다. 아침 7시 30분 식사조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하는 맛있는 밥 한 끼는 먹고 나서, “잘 먹었습니다”고 인사를 나눈뒤 집회를 한다.
하루 3번의 집회, 교육, 연대투쟁... 유성기업 마크가 찍힌 용역과 관리자들의 공장이 아니라, 노동자가 살맛 나는 공장을 만들기 위한 이들의 발걸음을 재빠르다.
동네 주민이 대여해 준 비닐하우스 생활
노동자들이 생활하는 곳은 아산공장 정문에서 300미터 떨어진 비닐하우스다. 비닐하우스는 동네 주민이 대여해줬다. 김수종 유성기업영동지회 사무장은 “비닐하우스 바닥에서 습기가 올라와 잠자리가 불편하지만, 참고 견딜 만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조합원 이00(38세) 씨도 “마을에서 비닐하우스를 빌려준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며, “사측이 우리가 비닐하우스를 빌려 거점을 마련할 줄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노동자들은 자발적으로 치약, 비누, 샴푸 등 생필품을 가져와 한 곳에 모아뒀다. 집에 다녀올 때면 밑반찬을 가져와 옹기종기 모여 나눠 먹는다. 어느새 작은 공동체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비닐하수 생활이 만만한 건 아니다. 조합원 이00(34세) 조합원은 “비닐하우스 생활의 힘든 점은 밤에 춥고 낮에 더운 것이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 또한 힘들다”고 말했다.
언제 끝날 지 모르는 투쟁에 1인당 20만원씩 투쟁기금을 결의하기도 했다. 기분 좋게 결의했지만 빨리 투쟁이 끝냈으면 하는 바람은 변함없다. 회사가 직장폐쇄를 풀고 교섭에 나서야 조합원들을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 회사에 대한 원성은 날이 갈 수록 높아질 뿐이다.
지난 주말 처음으로 집에 갔다 오다
오랜만에 집으로 간 조합원들은 사측에서 보낸 한 장의 편지가 받았다. 유성기업 대표이사는 “24일의 불행은 몇몇 잘못된 생각을 가진 지회 전ㆍ현직 간부들과 외부세력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선량한 조합원들의 눈과 귀를 막았기 때문에 빚어진 것이다”는 내용을 담아 가정통신문을 보낸 것이다.
열받은 조합원들은 이에 맞서 노조의 가정통신문을 가지고 갔다. 가족들이 놀랄까봐 걱정되기도 했다.
노조는 “지금도 회사측은 ‘선별복귀’를 유도하고 있으며, 회사 측이 보낸 가정통신문도 선별복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회사 측이 선별복귀를 끝까지 고수하는 것은, 그래야만 노동조합을 깰 수 있고, 그래야만 조합원들을 ‘말 잘 듣는 기계, 일만하는 기계’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고 외쳤다.
그래도, 지난 주말 처음 만나 가족들이 한 말은 “힘내라, 건강해야 한다.” 였다.
조합원 김00(35세) 씨는 “주말에 집에 가니 ‘밥 먹고 그냥 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아내가 영동지회 가족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지난 30일 충주에서 열린 금속대의원대회에서 피켓 선전전을 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김00(50세) 씨도 “아내로부터 ‘몸조심하고, 건강 챙기고, 담배 많이 피지 마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며, 일주일에 한번 정도 내려가겠다."는 말을 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연봉 7천만원, “그 만큼 줘보고 얘기 해라”
야간 노동에 골병 들어
유성기업이 ‘공격적 직장폐쇄’를 하자 언론은 “평균 연봉 7천만원의 노동자들이 파업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계속 보도했다. 또, 지난 30일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을 통해 “연봉 7천만 원을 받는다는 근로자들이 불법 파업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조합원들이 황당함과 분노를 드러냈다. 연봉 7천만원을 받기 위해서는 근속 30년에 잔업, 특근을 전부 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00(35세) 씨는 “내가 만약 연봉 7천만원 받으면, 파업 안한다. 그 정도나 주고 떠들어라”라고 말했다.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않고 노조 파업을 ‘매도’했다며 분노를 드러낸 것이다.
김 씨는 “근속 30년이면 연봉 7천만 원 정도 받을 수 있는데, 그렇게 받으려면 쉬지 못하고, 놀지 못하고 계속 일만 해야 한다”며, “언론에서는 계속 잔업과 특근을 이야기하지 않는데, 너무 화가 나고 허무하다”고 다시 한 번 말했다.
이00(34세) 씨는 “내가 정년 퇴직이나 하고 연봉 7천만원을 줄라나”라고 비웃으며 “너무 황당하고 화가 난다”고 전했다. 또 이 씨는 “회사가 올해 주간연속2교대제 및 월급제를 시행한다고 했다. 회사는 약속을 어겼고, 현대차까지 나서 배후조정했다. 밤에 잠 좀 자면서 일하자고 투쟁한 것이 이렇게 까지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밤에 잠자지 못하고 일한 노동자들은 각 종 골병에 시달리고 있다. 야간 노동을 하면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건강을 지키지 못한다.
김00(50세) 씨는 “한주 주간, 한주 야간을 일하게 되면 몸의 생체리듬이 적응을 못하는지 밤에 잠이 안온다”며, “많은 조합원들이 고혈압ㆍ당뇨병과 같은 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나도 무거운 것을 만드는 일을 하다 보니, 어깨 인대가 나가서 수술 2번 받았다”며, “영동공장에는 어깨나 허리가 좋지 않은 근골격계 질환 환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