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산 노조 간부, 공장서 자결

“타임오프 등 노동탄압에 저항하다 끝내 항거”

현대차 아산공장 노동자가 타임오프에 맞서 자살해 충격을 주고 있다.

현대차지부 아산공장위원회(현대차 아산공장 정규직노조, 이하 ‘아산공장 노조’) 노조 간부 노안위원 박00(49세) 씨가 자신이 일하던 엔진1부(풍관) 남자 화장실에서 목을 매고 자살, 9일 오전 8시경 같은 부서 조장이 발견했다.

  고인의 자살한 장소에 한 동료가 멍하니 앉아 있다. [출처: 미디어충청]

박 씨는 사망 직전 새벽 6시 30분경 아산공장 노조 임원 및 몇몇 지인에게 ‘힘들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유서가 발견됐으며, 유서를 본 아산공장 노조 간부는 “타임오프로 노조 활동이 제약받고, 활동비도 받지 못해 힘들다는 내용이다”고 전했다. 유서와 관련해서 현재 경찰이 조사차 원본을 수거해 갔으며, 노조에서도 보관하고 있다.

박 씨는 비상근 노조 간부로 노조 활동을 해 왔다. 박 씨와 같은 비상근 노조 간부 뿐만 아니라 현대차 전임 노조 간부, 대의원 등은 모두 타임오프 시행으로 삭감된 월급을 받거나 활동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 노조 활동 역시 회사의 '허락'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고 노조 간부는 주장했다.

오후 1시 20분까지 고인의 시신은 사망 장소에 그대로 있는 상황이다. 유가족이 고인의 사망과 관련해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신을 공장 밖으로 내보내는 것을 거부하고 있으며, 유가족과 경찰은 면담중이다.

아산공장 노조 공동현장위원회는 유인물을 내고 “박00 동지가 엔진부서 관리자의 타임오프를 빌미로 한 협박(무단이탈, 근태협조 등 빌미로 한 협박)과 노동탄압에 목숨으로 항거”했다며 “엔진부서에서 타임오프를 빌미로 한 노동탄압이 끊임없이 자행되는 데 온몸으로 저항하다 끝내 자살로 항거했다”고 전했다.

또, “박00 열사는 유서를 통해 여기 산자인 우리 조합원에게 타임오프 박살을 과제로 남기며 현대차 노조 집행부에게 현대차자본과 한 판 싸움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공동현장위원회는 또 “이명박 정권과 자본 그리고 한나라당이 유린한 노동3권을 지켜내고 상대적 약자인 노동자를 총자본의 탄압과 착취에서 지켜내기 위해 악랄한 타임오프는 끝장내야”한다며 “노조는 생산을 멈추는 강력한 투쟁으로 동지의 가는 길을 함께하여 동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 노사는 임단협과 타임오프 문제로 8일 상견레를 하는 등 본격적인 교섭에 들어갔다. 노조는 고인의 문제와 관련해 현재 대책을 논의중이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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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노조원 박모(49)씨의 자살 원인에 대해 10일 회사 측이 노조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사측은 박씨 사망 이후 대응을 자제해 왔으나, 노조가 박씨의 자살원인을 노조탄압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공장 가동을 이틀째 중단하자 적극적인 해명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현대차는 박씨의 자살 원인과 관련해 "타임오프제와 노조탄압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개인적인 일신상의 이유가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씨가 현재 노조간부가 아니기 때문에 타임오프제 때문에 월급을 받지 못했다는 것도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사측은 주장했다.

    사측은 박씨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노동안전위원회 소속 대의원으로 활동했으나, 지난해부터는 노조 간부가 아닌 일반 조합원 신분으로 노동안전위원회 활동을 수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회사가 4월1일부로 233명 노조 전임자 전원에게 무급휴직을 발령했을 때도 박씨는 포함되지 않았고, 회사는 최근까지 박씨에게 급여를 정상적으로 지급했다고 덧붙였다.

    사측은 오히려 "(박씨의) 급여가 압류상태로 현재까지 50%만 수령하고 있었든 것으로 파악됐다"며 박씨가 개인적인 부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노조는 대책위를 꾸려 사측에 ▲산재에 준하는 처우 ▲미망인 취업 ▲유서상 실명거론자 처벌 ▲공장장 공개사과 ▲조합활동 보장 등 5개안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