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가 몸을 던진 건 타임오프 때문이다”

비대위 요구 확정했지만 노조 내 갈등...현장위원 연좌농성 하기도

타임오프와 노조탄압에 항거해 자결한 고 박00 씨 ‘비상대책위’가 꾸려지고 오후 2시 회사-비상대책위 간의 협의가 진행되지만 노조 내 갈등이 만만치 않다.

10일 비상대책위가 5개 요구안을 확정하고, 대의원대회 간담회를 하는 도중 노조 간부인 공동현장위원회 위원들은 간담회 장소인 노조 사무실 안 대회의실 앞에서 ‘열사의 뜻’을 이어받아 타임오프를 분쇄해야 한다고 요구, 연좌농성을 했다.

  현장위원들이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

특히 고인의 유서에도 나와 있듯, 타임오프로 인한 현장 탄압으로 고인이 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상대책위 요구안에 타임오프와 관련한 언급이 없자 현장의 분노가 올라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대차지부는 임단협 투쟁이 시작된 만큼, 임단협 속에서 타임오프를 해결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간담회 도중인 오후 11시 20분경 소위원회 위원 25여명은 노조에 항의하기 위해 간담회 참관을 요구했지만 비상대책위가 받지 않아 바닥에 앉아 구호를 외치며 연좌농성을 했다. 현장위원들은 비대위의 5가지가 요구안이 '사태 조기 수습 안'이라며 비판했다.

장연구 공동현장위원회 의장은 “이번 비상대책위의 투쟁 계획과 요구에 ‘타임오프’와 관련된 내용이 빠져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처음 제기된 요구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가고 있다”며 “간담회 참관을 요구했지만 거부해 연좌농성 중이다”고 밝혔다.

비상대책위는 처음 고인의 열사 추대와 동시에 (1)유서에 거론된 관리자 2명 처벌 (2)산업재해에 준하는 보상 (3)고인의 아내 정규직 채용을 요구했다. 이같은 요구에서 9일 밤, 10일 오전 10시30분까지 장시간 토론한 끝에 비대위는 (1)공장장 공개 사과 (2)지원실장 처벌(실명 거론된 관리자 2명 외) (3)노조 활동 보장을 추가했다.

관련해 김기만 현장위원은 “열사가 사망한 본질은 타임오프 때문이다. 타임오프로 인한 현장탄압으로 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을 파악하거나 없애지 않는 것은 문제이다. 타임오프 분쇄 투쟁을 해야 한다고”고 전했다.

고현승 현장위원도 “비대위의 요구가 관철될 지도 의문이지만 사측의 만행을 보고만 있는 것에 분노가 치민다”며 “열사는 몸은 던져서 타임오프를 막고자 했다. 노조가 임단협에서 타임오프 철폐 투쟁을 한다고 했지만 이후 어떠한 투쟁계획도 없다. 타임오프에 맞선 전국적인 투쟁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동현장위원회는 유인물을 내고 “열사 정신 계승해 민주노조 사수하고, 타임오프 박살내야 한다. 열사는 민주노조 말살의 주범, 노동조합 파탄의 주범, 타임오프를 반드시 분쇄하라고 차가운 시신이 되어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노사 관계 파탄의 주범’인 공장장 퇴진과 아산지원실 폐쇄를 요구했다. 회사 부서인 지원실은 인사, 총무, 환경안전, 협력지원팀 등이 소속되어 있는 곳이다. 공동현장위원회는 “이명박 정권하에 자행된 타임오프를 빌미로 이곳 아산에서는 현재의 공장장과 지원실의 타임오프를 강도 높게 들이밀며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고인과 같이 노안위원 활동을 하고 있는 강00 씨는 <미디어충청>과의 인터뷰에서 “비상대책위원회가 요구안을 만들었지만 타임오프로 노안위원 등 현장에서 실제 탄압받고 있는 활동가들의 요구가 묻힌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공장 안에도 각 조직별로 많은 대자보가 붙었다.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열사정신 계승해서 타임오프를 분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평등회, 현민투, 민실투, 민투위, 혁신민주노동자회 등이다. 노동자 평등회는 “타임오프 분쇄 투쟁에 나서지 않는다면 또 다른 희생은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민투위는 지금 당장 “타임오프 분쇄”를 걸고 “생산 거부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조합원들은 식당에 붙어있는 현장조직 대자보를 유심히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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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노조원 박모(49)씨의 자살 원인에 대해 10일 회사 측이 노조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사측은 박씨 사망 이후 대응을 자제해 왔으나, 노조가 박씨의 자살원인을 노조탄압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공장 가동을 이틀째 중단하자 적극적인 해명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현대차는 박씨의 자살 원인과 관련해 "타임오프제와 노조탄압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개인적인 일신상의 이유가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씨가 현재 노조간부가 아니기 때문에 타임오프제 때문에 월급을 받지 못했다는 것도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사측은 주장했다.

    사측은 박씨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노동안전위원회 소속 대의원으로 활동했으나, 지난해부터는 노조 간부가 아닌 일반 조합원 신분으로 노동안전위원회 활동을 수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회사가 4월1일부로 233명 노조 전임자 전원에게 무급휴직을 발령했을 때도 박씨는 포함되지 않았고, 회사는 최근까지 박씨에게 급여를 정상적으로 지급했다고 덧붙였다.

    사측은 오히려 "(박씨의) 급여가 압류상태로 현재까지 50%만 수령하고 있었든 것으로 파악됐다"며 박씨가 개인적인 부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노조는 대책위를 꾸려 사측에 ▲산재에 준하는 처우 ▲미망인 취업 ▲유서상 실명거론자 처벌 ▲공장장 공개사과 ▲조합활동 보장 등 5개안을 요구하고 있다.

  • 허허

    http://www.hmwu.or.kr/
    현대차노조 게시판 가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