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포이동 주민들 “뿔뿔이 흩어져 반지하서 살라”

화재지원한다며 원거리, 반지하 임대주택 제시

서울시와 강남구청이 화재로 살 곳을 잃은 포이동 주민들에게 대부분 원거리이거나 반지하인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제시해 주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강남구청은 포이동 주민들에 대한 대책 마련 요구가 높아지자 지난 16일 주민들에게 서울시 지방공기업인 SH공사와 LH공사 소유 임대주택을 우선 확보해 제공할 계획을 언론에 발표했다.

강남구청은 당시 “재건마을 주민들이 낡고 불편한 현 주거지 대신 안전하고 편안한 곳으로 옮길 수 있게 됐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구청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건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서초·강동·송파 등 강남 권역에 피해 주민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마련한 뒤 입주를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겠다”고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20일 서울시와 강남구청이 지원주택 입주희망자를 파악한다며 포이동 주민들에게 보낸 공문에는 지원이 가능하다고 제시한 공가가 50개(SH공사 37개, LH공사 13개)에 불과했다. 사실상 전소된 75가구의 3분의 2에 불과한 물량이다. 또 이중 절반에 해당하는 주택이 지층이거나 반지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와 강남구청이 지난 20일 지원주택 입주희망자를 파악한다며 포이동 주민들에게 보낸 안내공문 [출처: 포이동주거복구공대위]

[출처: 포이동주거복구공대위]

거리도 문제였다. LH공사 소유의 ‘화재 지원 가능 주택’ 13곳은 모두 양천구, 강서구, 은평구, 강북구에 소재한 주택들이었다. 이는 애당초 “근거리에 임대주택을 마련하겠다”는 약속과도 배치된다.

때문에 포이동 주민들은 서울시와 강남구청에 이주대책을 마련할 진정성이 있는 것이냐며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도 “현 지역에 복구를 원하는 주민들의 현실과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기만적인 대책”이라며 “강남구청과 서울시가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설령 이주를 원하는 주민이 있다고 하더라도 토지변상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부가 어떤 주택을 내놓든 이주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신희철 포이동주거복구공대위 상황실장은 “서울시와 강남구청이 시유지에서 살 수밖에 없게 된 주민들을 불법점유자라며 부과한 토지변상금이 총 25억여 원으로, 무슨 일만 하려고 하면 토지변상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압류가 들어오는데 어떻게 임대주택을 계약하고 월세를 정상적으로 낼 수 있겠느냐”며 “임대주택 이주는 거짓 대책에 다름없다”고 일갈했다.

이에 포이동 주민들과 빈곤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포이동266번지 화재 진화 실패 규탄, 주거복구 공동대책위원회(포이동주거복구공대위)’는 22일 오전, 서울시와 강남구청의 일방적인 이주대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화재 현장에서 진행하고 직접 화재 잔재를 치웠다. 이날 화재현장 복구에는 약 300여명의 주민과 시민사회 단체 대표자, 자원활동가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서울시와 강남구청이 문제 해결에 어떠한 의지도 없음을 확인했다”며 “장마가 시작되고 화재 잔재 등으로 어떠한 재해가 있을지 모른 채 공동생활을 해야하는 절박함으로 이 같은 퍼포먼스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출처: 포이동주거복구공대위]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강제 이주시켜 놓고 이제 와서 삶의 터전에서 다시 이주하라는 것도 문제이고 토지변상금 철회, 점유권 보장 등 현장 주거복구를 요구하는 주민 및 공대위의 입장에 대해 어떠한 고려도 없이 임대주택으로의 이주만 종용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며 “서울시와 강남구청은 강제이주시켜 조성한 포이동266번지 마을 공동체를 해체하고 시유지를 개발하려 할 게 아니라, 강제이주를 인정하고 토지변상금 철회, 점유권 보장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포이동주거복구공대위는 범국민 주거복구운동을 통해 자원활동가들과 매일 화재잔재로 어지러진 포이동 주거 현장을 복구해나갈 계획이다. 오는 3일 오후 7시에는 마을 앞에서 “힘내라! 포이동!” 희망문화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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