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회장은 국회도 무시, 대통령만 무서워 해”

조남호 회장 국회 불출석, 재벌의 국회 무시행태에 의원들 맹비난

22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 전체회의에선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의 참고인 불출석으로 여야 의원들의 비난이 터져 나왔다.

우선 18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5선의 김형오 한나라당 의원이 직접 참고인 자격으로 환노위에 출석해 “조남호 회장이 없는 회의나 청문회는 아무 소용이 없다”며 “제가 자발적 참고인을 자청한 이유는 지금까지 제가 보았고 알았던 한진중공업의 진실을 말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김형오 의원은 한진중공업이 위치한 부산 영도가 지역구로 스스로를 친기업 성향이라고 밝히면서도 조남호 회장에겐 비난에 가까운 유감을 나타냈다. 특히 전직 국회의장이면서 현직 국회의원이 다른 소속 상임위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경우는 이례적인 일이라 김형오 의원이 조남호 회장에게 당한 무시는 상당한 것으로 읽힌다.

여당 실세 의원의 수 십 번 대화요구도 무시

김형오 의장은 “조남호라는 분이 도대체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한진중 사태 해결을 위해 수 십 번 대화를 요구했지만 전화 연결조차 거부하는 사람”이라며 “해당 지역의 국회의원이 현안 논의를 위해 만나자고 제안했다면 답변이 있어야 한다. 온 국민이 다 아는 현안을 놓고 공개적으로 나서지도 비공개적으로도 얼굴조차 보이지 못하고 심지어 전화 통화조차 두려워하는 모습이 참으로 부끄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나는 기본적으로 친기업적 시각을 가진 정치인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미친 대기업의 역할을 매우 높이 평가하고, 노조의 불법파업, 폭력적 방법이나 행위에 대해 한 번 도 눈 감거나 동조해준 적 없다”며 “그러다보니 노조는 선거 때마다마다 저와 반대편에 섰고 심지어 낙선운동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형오 의원은 “이번 파업은 노조 주장은 있지만 사측 해명이 없는 특이한 사건으로 해명이 없는 것이 아니라 대화의 기회조차 없는 사건”이라며 “사측은 일방적 해고를 시작했고 심지어 생활공간인 사원아파트까지 비우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비정한 기업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노조도 이에 맞서 크레인 점거라는 극단적 방법을 선택했다”고 한진중 사태를 보는 관점을 드러냈다.

그는 “마지막 까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해결 할 것을 권유했지만 결국 사측은 대화에 나서지 않았고 오늘 환노위도 불참했다”며 “조 회장의 오늘 회의 불참은 고의적인 것이다. 도피성 출국이며 무책임을 넘어 헌법상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부도덕 한 행동”이라고 맹비난 했다.

김 의원은 “한진중공업은 일할 물량을 수주하지 못해 일감이 없어서 대량해고가 불가피하다 주장하고 있다”며 “사측에서 해고의 원인으로 주장하는 수주물량 미확보가 노동자의 탓인지, 사주의 경영책임인지 정부와 관계당국은 즉각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경영의 책임을 져야할 사주는 보호되고 노동자만 집단해고 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이것이 사회 정의인지 되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김형오 의원은 한진중공업 사쪽의 불법적 행태를 조목조목 이어가기도 했다. 그는 “한진중공업은 노사 간 대립 후 극적 타결을 통해 노사 간 문제를 해결하면 타협의 산물인 임금 인상분이나 기업 이윤이 경영노하우나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 확보되지 않았고, 힘없는 협력업체나 하청업체에 대한 단가 후려치기 등의 방법으로 메꾸었다. 이는 지금까지 비일비재하게 이루어 졌고 지역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그간의 하청실태조사도 함께 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노동위원회에 제소된 부당노동행위가 단 한건도 노동자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지 않은 것도 자료부족 핑계를 하기엔 이 땅의 공직자들이 낯 뜨거움을 느껴야 한다”며 “그 판결이 정당한 것이 아니라 대기업의 횡포가 그만큼 더 조직적이고 법이 그들에게 이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형오 의원은 “사측은 사기업에 국회가 왜 간섭하느냐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며 “기업의 사회적 도덕적 책무를 하지 않는다면 비난 받아야 하고 불법과 탈법을 저질렀다면 법적 제제를 받아야 하다. 부산최대의 기업 한진에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다시 한 번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형오 의원의 참고인 발언이 끝나자 야당 의원들도 강하게 조남호 회장을 비난했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저도 연초에 조남호 회장 쪽에 만나자고 했더니 일체 연락이 없다. 여당 실세가 수 십 차례 전화를 해도 전화를 안 한다는 것 아니냐. 재벌회장이 국회를 어떻게 보는 가를 보여준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진중공업 문제에 분명히 표명해야 한다. 재벌이 무서워하는 사람은 대통령 밖에 없다. 여야 영수회담에서 이 문제를 다루도록 요청하겠다. 조남호 회장이 대물림 받아 회사를 물려받았는데 상속세와 증여세는 제대로 냈는지 국회에서 따져야 한다. 2세 3세 경영승계 온갖 탈법은 없는지 청문회에서 따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동영 의원은 오후 회의에선 “환노위가 29일 조남호 회장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했는데 경총이 ‘대표이사가 출석했으면 됐지 지주회사의 사장에게 출석하라는 요구는 무분별한 현장개입이고 사주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라는 국회의 역할과 권능을 부정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는 국회의 역할과 권능을 전면 부정하는 반 의회적인 시각이다. 이게 사용자를 대표하는 경총의 인식”이라고 비난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도 “한진중공업 해법을 찾자고 조남호 회장을 불렀는데 완전히 도피성 출국을 했다. 김형오 의원까지도 명백히 도피성 출국이라고 하는 상황에서 청문회에도 조남호 회장이 출석하지 않으면 고발하고 다시 청문회 소집해 반드시 조남호 회장이 나와야 한다”고 비난했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도 이날 오전 한진중공업 노조 가족대책위 기자회견에서 “조남호 회장이 환노위에 출석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일본으로 출장을 갔다. 이는 재벌의 국회 농락이며 국민의 대표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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