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제로' 위한 불법 정리해고다”

금속노조 시그네틱스 분회, 22일 4시간 파업 뒤 영풍본사 앞 기자회견

정리해고를 해서라도 공장에 정규직을 단 한 명도 남기지 않겠다는 영풍그룹에 맞서 경기 안산 시그네틱스 노동자들과 금속노조 경기지부 조합원들이 투쟁을 선포했다.

경기지부(지부장 이기만)는 22일 오전 11시 논현동 영풍그룹 본사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영풍그룹 소속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정리해고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시그네틱스분회(분회장 윤민례)는 이날 오전 정리해고 방침에 항의하는 4시간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번 정리해고가 공장에서 정규직을 모조리 없애기 위한 불법 정리해고라고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시그네틱스 노사 교섭에 참가해 온 하용수 경기지역금속지회장은 이날 회견에서 “그간 노사 교섭에서 회사는 정작 경영상 어려움에 대해서는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채 향후 직접 생산 대신 생산업체 관리만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며 “이는 명백하게 부당하고 불법적인 정리해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6월22일 영풍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시그네틱스 노동자 직접고용 촉구를 위한 금속노조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신동준 금속노조]

윤민례 시그네틱스분회장은 “연간 매출 1조2천6백억원 규모의 회사에 정규직 노동자가 한 명도 없는 상황이면 이 땅의 노동자들은 어디에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고 고용이 보장된 삶을 살아갈 수 있겠냐”며 “불안정 노동을 확대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경기지부는 이날 영풍그룹이 시그네틱스 정리해고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다른 영풍그룹 계열사까지 투쟁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선자 경기지부 사무국장은 “영풍그룹은 안산지역에만 5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데, 이 중 안산 시그네틱스 외에는 모두 간접고용 비정규직만으로 생산을 하고 있다”며 “이들 공장 노동자들의 고통을 폭로하고, 영풍그룹을 압박하는 싸움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의 투쟁은 2001년부터 시작됐다. 회사는 당시 서울 염창동공장을 폐쇄하면서 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안산으로 옮기려 했고, 노동자들은 이에 반발해 파업을 벌이며 투쟁했다. 조합원들은 파주 공장으로 이전을 원했지만, 회사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만 채워진 파주에 정규직 조합원들을 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회사는 결국 투쟁에 동참한 130여명의 노동자들을 부당하게 해고했다.

2007년 일부 조합원들이 부당해고를 인정받아 복귀했지만 회사는 여전히 금속노조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분회가 교섭응락소송에서 승소하자, 회사는 어쩔 수 없이 지난해 5월 분회와 교섭을 시작했다. 하지만 교섭 1년이 넘은 현재까지 단체협약은 한 글자도 합의하지 못했다. 대신 회사가 노조에 들이민 것은 하청업체로의 전직과 희망퇴직 강요였다.

시그네틱스 안산공장에 있던 한국노총 소속 기업별 노조는 지난해 11월 회사의 요구를 받아들여 전직에 합의했지만 시그네틱스분회 조합원 32명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회사는 결국 분회 조합원들을 6개월 간 직무교육을 받도록 한 뒤, 지난 13일 전 조합원에게 정리해고예고를 통보했다. (제휴=금속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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