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열차' 태풍 뚫고 부산에 서다

쌍용차, 한진중, 유성기업 가족대책위 부산에 모여 희망 나눠

26일 평택 쌍용차노동자들과 충청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부산의 한진중공업 노동자 가족들을 만나는 ‘희망열차’가 평택을 출발해 부산에 도착했다.


아침 8시를 전후로 삼삼오오 쌍용차 가족들이 평택역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쌍용차 가족들이 한진중공업 가족들을 만나러 가는 ‘희망열차’는 열차 한량을 가득 채우고 8시 15분 평택역을 출발했다.


태풍 때문에 걱정도 많았던 권지영 쌍용차 정리해고반대 가족대책위(이하 쌍용차가대위) 대표는 “쌍용차 가족들과 유성 가족들이 한진 가족을 만나러 부산으로 놀러 간다. 태풍 한복판에서 한국사회 태풍의 눈인 한진중공업으로 간다”며 웃었다. 이번 희망열차를 마련에 대해 “현재 쌍용차 아이들 심리치료가 진행 중인데, 한진중공업도 제대로 안 풀리면 오랫동안 아이들 문제가 지속될 것이다. 자본과 경찰의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쌍용차에서 함께 한 가족들은 모두 열 여섯 가족. 모처럼의 나들이에 아이들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밝은 표정이다. 가대위와 레몬트리 공작단에서 마련한 김밥과 빵, 음료와 간식이 손에 쥐어지자 아이들은 더 신났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기차를 타봤다는 석현이(4세)는 흥분한 나머지 아침밥도 걸렀다. 새침한 서현(6세)도 이동수 화백이 그려준 캐리커처가 맘에 들었는지 웃는다. 주강(6세)이와 태경(6세)도 또래들과 기차 안에서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천안역에서는 유성기업 가족대책위 어른과 아이들 합이 여섯 명이 함께 열차에 올랐다. "꼭 함께 가고 싶었다"면서도 "너무 급하게 알아서 많이 함께 오지는 못했다"며 미안해했다.

쌍용차 가족들과 유성기업 가족들과 자연스러운 인사도 이어진다. "유성기업 가대위입니다. ", "우리 남편이 자주 가서 좀 알아요. 한참 쌍용차 같은 상황이던데… 힘 드시죠?" 가대위 활동의 공감대는 처음 보는 사람도 쉽게 친근하게 만든다. 유성 가대위에서 "남편들이 가대위에 나온 부인들에게 '집에 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라고 하자 쌍용차 가대위에서 "우리도 그런 사람들 있었다니까. 쌍용차공장 안에 천 명이 있었는데, 가대위는 3-40명밖에 안 됐어요. 그래도 힘내세요."란다. 먼저 가대위로 활동했던 쌍용차 가대위에서 "가대위에 늦게 결합했더라도 사람들 꼭 잘 챙겨서 함께 하는 게 중요해요."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항상 눈물바람이었던 그녀들의 웃음소리는 부산에 도착하기도 전에 희망을 피우고 있었다.

부산역이 가까워지자 가대위에서는 준비한 티셔츠와 우비를 나눠줬다. 티셔츠에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농성중인 크레인을 그린 ‘슈퍼크레인 85호’가 새겨져 있었다. 12시 40분 경 부산역에 도착한 희망열차 탑승객들을 맞은 것은 부산의 한진중공업 가족들이었다. ‘희망열차 친구야 반가워’라는 피켓을 들은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어울렸다.


한진중공업 가대위들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연신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인사를 하신다. 부산 민주공원으로 이동한 가족들은 도시락을 함께 점심으로 먹었다. 한진중공업 가대위와 쌍용차 가대위들의 인사도 이어졌다. 부산 민예총에서 마련한 풍물공연과 대동놀이도 진행하며 연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도경정(33세)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 대표는 “희망열차를 타고 우리보다 먼저 힘든 시간을 보냈던 쌍용차 가족들이 와주셔서 정말 많은 힘이 된다.”고 운을 뗀 뒤 “한진중공업 투쟁에 정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후원을 하고 연대를 하신다. 우리가 받은 희망을 억울하게 해고당해도 말도 못하고, 노동조합조차 없어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는 사람들에게 우리도 희망을 돌려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진중공업 가족들과 쌍용차 가족들은 저녁까지 함께 보낸다. 쌍용차 희망열차는 9시 27분 부산역에서 평택역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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