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들러리 안 한다”...인권단체 보이콧 지속

56개 인권단체, ‘급조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수립 협의 거부

‘현병철호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단체들로부터 계속해서 외면 받고 있다. 56개 인권단체들은 지난 3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추진하는 국제행사에 불참을 통보한 데 이어 이번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2기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tional Action Plans for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Human Rights, NAP) 추진을 위한 인권정책관계자협의회 민간위원 추천을 거부했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인권운동사랑방, 새사회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56개 인권단체는 28일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가 NAP에 대한 진지한 평가와 인권단체 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없이 형식적으로 NAP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불과 몇 개월 만에 급조되는 NAP를 만드는 데 들러리가 될 수는 없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국가 인권정책의 청사진으로 일컬어지는 NAP는 인권과 관련된 법, 제도, 관행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범국가적인 인권정책 종합 계획으로, 인권위의 권고안에 근거해 주무부처인 법무부가 일단 수립하면 각 정부부처는 세부계획을 작성해 이를 이행해야 한다. 1기 NAP는 지난 2007년 인권단체들과의 협력 하에 수립된 바 있으며, 인권위는 올해 9월까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적용될 NAP 권고안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의 NAP 추진이 이미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병철호 인권위의 알리바이 만들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정민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정보인권특별보고서 초안이 나온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보고서가 나오지 않고 있다. 정보인권 확립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인권위가 정보인권에 대한 개념조차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것도 이렇게 힘든데 NAP에 참여한들 단체들의 의견이 반영되겠느냐”고 의문을 표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광철 변호사는 “지금 한진중공업에서 강제집행이 단행돼 노동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하고 있음에도 인권위는 이에 대해 아무런 의사표현 없이 북한 인권만 떠들고 있는 처참한 지경”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인권위의 NAP 추진은 ‘MB 인권’의 알리바이에 불과하다. 인권 보호를 최일선에서 고민하는 우리는 뼈저린 마음으로 거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의 협력에 대한 진정성도 도마에 올랐다. 오영경 새사회연대 연대사업국장은 “지난 2007년 1기 NAP 추진 과정과 비교해 보면 인권위의 준비가 얼마나 소홀해졌는지 알 수 있다”며 “1기 때는 1년 동안 준비기간을 가지며 20여 차례에 가깝게 분야별 전문가 간담회 등을 거쳤던 반면 이번에는 9월 발표를 앞두고 5월에 민간위원 추천을 요청했다. 이는 3개월 만에 NAP 권고안을 만들겠다는 말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은 인권위가 1기 NAP에 대한 평가가 없었던 점도 지적했다. 이들은 “2007년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이 수립된 이후 정부가 제대로 그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기본적인 평가나 모니터링도 하지 않았고 그 이행과 계획 수립을 위한 기본적인 실태 조사조차 없었다”며 “이런 인권위가 이제 와서 어떤 성찰의 태도도 없이 인권단체들에게 2기 NAP 수립을 위한 인권정책관계자협의회 민간위원 참여를 요청한 것은 형식적인 국가인권정책 마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거부가 NAP 수립의 중요성이나 필요성을 부인이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계획이 종잇조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거부의 몸짓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인권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정부나 인권위가 만든 인권정책기본계획을 비판적으로 견인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와 별도로 1기 NAP에 대한 평가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평가를 바탕으로 정부안에 대한 대안적 의미의 ‘민간 NAP’ 수립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이와 더불어 인권위에 인권 관련 실태 조사와 1기 NAP에 대한 평가, NAP 관련 인권위의 역할에 대한 평가, 정부 NAP 수립에 대한 평가 등을 수행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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