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크레인 끝까지 사수하겠습니다"

[포토뉴스] 한진중 강제퇴거 집행...공장 담 밖 크레인 마주보며 밤새 촛불

27일 오후 한진중공업노조 파업 조합원에 대한 강제 퇴거 집행이 강행됐다. 김진숙 민주노총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농성하고 있는 85 크레인을 지키던 조합원들은 법원 집행관들과 용역직원들에 의해 밖으로 끌려나왔다. 85 크레인 아랫쪽 계단에 몸을 묶고 버티던 조합원들도 일부 끌려나왔다.

[출처: 용설록 울산노동뉴스 현장기자 (아래 모두 같음)]



낮 12시 경 공장 안에 사다리차 2대와 에어메트리스가 들어갔고 밖에는 소방차 대기중.

오후 1시경 행정집행을 하러 들어가려고 대기중인 행정집행 용역 직원들.


크레인 위에 30여 명, 나머지는 크레인 아래서 85 크레인을 사수하고 있었다. 아래 있던 조합원들이 땅바닥에 누워 저항했지만 법원 집행관들과 용역직원들에 의해 모두 강제로 끌려나왔다.

공장 밖으로 나와 정문에 앉자마자 전경들에게 둘러싸인 한진 조합원들.

85 크레인 양 옆에 있는 크레인을 보수하고 있는 회사측.

정문에서 85 크레인이 보이는 곳으로 옮긴 한진 조합원들.

27일 밤 10시경 85 크레인 중간에 있던 조합원 30여명 중 12명 정도만 크레인에 남고 나머지는 공장 밖으로 나왔다. 크레인 위에 머무를 수 있는 공간도 좁았고, 밖에서 앞으로 어떻게 이 비상 시기를 헤쳐나갈지 고민하면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한다.

85 크레인은 전기가 끊겨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진 조합원들은 전화 통화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고, 음식도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상황이다. 85 크레인 밑에 있던 비상식량들은 용역직원들과 집행관들이 모두 치워버렸다고 한다. 27일 가족대책위가 넣은 물과 음식이 조금 남아 있는 상태다.

85 크레인 중간지점에서 농성중인 노조 이용대 대의원은 전화통화에서 "6월26일 새벽까지 이어진 노사협상에서 회사측은 '회사 정상화 후 해고자 우선 고용'이라는 안을 내놓았다. 지회 집행부는 이 안을 가지고 공장 안에 있는 파업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했다. 안에 있는 조합원들은 '집행부 안은 사실상 정리해고를 받아들이고 해고자들만 싸우라는 거고 조합원들을 다시 갈라치기하는 것'이라며 100%가 반대했다. 그럼에도 집행부는 이후 투쟁을 계속 이어나가기 힘들다며 27일 기자회견에서 조합원 전원 복귀를 선언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조합원들은 26일 밤부터 27일 오전까지 집행부의 기자회견을 막으려고 노동조합 사무실을 지켰다. 하지만 집행부는 이메일로 언론사에 합의문을 보냈다"면서 "조합원의 동의가 없는 합의문은 무효다. 크레인 위에서, 또 밖에서 정리해고 철회될 때까지 싸울 것이다. 안에서 함께 싸웠던 사람들 중에는 비해고자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크레인 위에 먹을 것이 없어 전달하려는 가족대책위가 노동조합 상집간부에게 합의되지 않은 노사합의문에 대해 항의하는 모습.




한진중공업 회사쪽은 27일 밤 공장 안에서 농성하던 조합원들에게 29일까지 신청자에 한해 희망퇴직처리를 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공장 밖으로 밀려난 파업 조합원들은 정리해고 철회투쟁을 끝까지 벌일 것이며 85 크레인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용역직원들에 의해 밖으로 끌려나온 조합원 한명은 "한진중공업은 경찰병력을 밖에 대기시키고 법 집행이라는 명목으로 우리를 강제로 끌어냈다. 무서운 건 아니지만 몸싸움을 하면 경찰투입의 빌미가 될까봐 85 크레인 김진숙 지도위원이 걱정돼 땅에 눕는 정도의 저항밖에 못했다"며 "울분이 쌓인다. 85 크레인을 끝까지 사수하겠다"고 말했다.

소식을 듣고 서울에서 달려온 A씨는 "트위터를 통해 이곳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을 알았고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어 왔다"고 했다.

부산시민 B씨도 "뉴스를 보고 알았고 김진숙 지도위원이 걱정돼서 왔다"며 "부산시민으로서 한진중공업 일을 모른 채 한다는 건 양심에 걸린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온 C씨는"트위터를 통해서 알고 왔다"면서 "큰 힘이 못돼서 안타깝지만 간절하게 이분들이 이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장에서 끌려나온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과 소식을 듣고 연대를 위해 전국에서 달려온 노동자, 시민들은 85 크레인이 내다보이는 영도조선소 담벼락 맞은편 아파트 입구에서 밤새 노숙하며 촛불을 들었다.

85 크레인에 남아 있는 12명의 조합원들과 김진숙 지도위원은 정리해고가 철회되기 전에는 크레인에서 내려가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기사제휴=울산노동뉴스)

85 크레인 맞은 편 아파트 입구 계단 양쪽에서 연대의 촛불을 든 이들과 한진 조합원.

곳곳에서 이후 방향을 이야기하는 한진 조합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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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 김진숙 , 85호 크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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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kdn...

    난 왜 요즘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도둑놈들이 처벌되지 않고 선인들이 죽어나가는 사회에서 과연 미래 내 아이들이 정정당당히 살아갈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