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단은 29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진중공업 노사협의에 대한 입장과, 이후 2차 희망의 버스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은 합의서에 관해 “이 합의는 내용과 형식, 절차 모두에서 잘못된 것”이라며 “7개월 가까이 풍찬노숙을 하며 현장을 지킨 해고, 비해고 노동자들이 모두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도부가 직권조인한 비민주적 합의”라고 못 박았다.
합의서 내용에 대해서도 “쌍차 합의보다 못하며 정리해고 관련해서는 아무런 내용이 없어 이 합의는 노예문서에 다름 아니다”라며 “이에 우리는 금번 합의의 사회적 무효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사회적 여론, ‘합의서 무효’로 모아져
이 자리에 참석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한진중공업 노사의 협상 타결은 그야말로 원천 무효이며, 우리는 이 자리에서 희망의 버스를 타고 내려간다는 것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박회찬 한진중공업 조합원 역시 “집행부는 합의서 내용을 조합원들에게 설명한 적도 없었고, 우리들은 끌려나가기 전 인터넷으로 이 내용을 확인했다”며 “집행부가 끝까지 투쟁하고 있는 해고자 등에 칼을 꽂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노사합의 및 강제퇴거 집행의 위법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우선 노사합의서에 대해 “단체교섭권과 협약체결권을 가지지 못한 지회장이 합의한 것으로서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의 효력을 가지지 못한다”고 규정했다. 금속노조 규약에 따르면 단체교섭의 대표자는 위원장만이 될 수 있고,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은 위원장의 동이 없이는 노사협의회의 안건으로 상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권 변호사는 법원 집행관의 강제퇴거 집행에 대해서도 “법원 집행관의 농성 조합원들에 대한 강제퇴거 조치는 법원 결정과 강제집행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직권남용이자 폭력행사로서 민형사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차 희망버스 대규모 조직될 듯
이렇듯 지난 28일,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한진중공업 합의에 대해 ‘잘못된 합의’라고 확인한 것에 이어, 사회적 여론 또한 ‘합의 무효’로 모아지면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투쟁은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됐다.
김진숙 지도위원을 비롯해,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한진중공업 조합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2차 희망의 버스’가 대규모로 조직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만 현재까지 1500여 명이 참가 의사를 밝혀왔으며, 제주와 군산, 전주, 천안, 광주, 울산, 춘천, 인천 등 지역에서도 꾸준히 조직되고 있다. 쌍용자동차 지부의 경우, 평택에서 부산까지 9일에 걸쳐 도보로 이동하겠다는 계획이다.
가족대책위에서 활동 중인 도경정 씨는 “7월 26일 이후, 많이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가족대책위는 2차 희망의 버스를 맞이하기 위해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며 “9일 날 다시 한 번 오셔서 희망을 보여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각 지역에서 출발한 희망의 버스는 7월 9일 오후 6시, 부산역에 집결해 콘서트를 연 후, 촛불 행진으로 오후 10시 경 한진중공업을 방문해 각종 문화제와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획단은 “정리해고자가 단 한 사람도 남아있지 않도록, 그리고 김진숙 지도위원이 85호 크레인에서 웃으며 내려올 수 있도록 희망버스는 또 출발한다”며 “한진중공업에서 투쟁하는 동지들, 전국에서 희망을 만들고자 하는 여러분들은 기쁘게 기다리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