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 필리핀 수빅 조선소에서도 ‘대규모 시위’

산재사망, 해고, 가혹행위 등... 필리핀 청문회도 ‘불참’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대량해고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필리핀 한진중공업 수빅만 조선소에서도 필리핀 노동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 한진중공업 조선소에서의 172명의 대량해고 사태와 마찬가지로, 필리핀 현장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유린, 해고, 노조 탄압이 현지에서 꾸준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진중공업 한국 노동자들과 필리핀 노동자들은 지난 3일, 마닐라부터 수빅조선소까지 100Km에 걸쳐 행진을 하며 대규모 집회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필리핀 소빅조선소 노동자, 대규모 시위
3년간 40명 사망...가혹행위 등 빈발


한진중공업은 지난 2006년부터 필리핀 수빅만 미군기지 거리에 조선소 건설을 시작했다. 하지만 건설 초기부터, 이 지역의 수백만의 가구는 적절한 보장이나 이주 대책 없이 쫒겨났으며, 그 자리에 한진중공업과 필리핀 정부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조선소 건설 사업에 착수했다.

[출처: Hanjin Heavy Industries Corporation-Philippines 홈페이지]

말 많고 탈 많았던 조선소 건설 사업은 그 과정에 있어서도 많은 희생자를 만들어냈다. 필리핀 현지 수빅 조선소에서 3년간 근무하다 해고를 당한 조이 곤잘레스 씨는 “저희들이 확인한 사망자는 3년간 31명이지만, 노동관계청은 사망자가 40명에 이른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조이 곤잘레스 씨는 계속되는 산재 사망의 원인으로 추락사고와 폭발, 말라리아 등을 지적했다. 그는 “추락사고도 있었고, 폭발에 따른 화상으로 인한 사망하고도 있었으며, 용접업무를 장시간 하다가 폐에 화학물질이 너무 가득 차서 심장마비를 일으켜 목숨을 잃은 사고와 말라리아 등에 따른 사망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각종 산재사고 뿐 아니라, 한국 관리자들의 가혹행위와 고용불안 등 근무 환경의 열악함 또한 필리핀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한진은 일단 모든 필리핀 노동자들을 하도급업체를 통해서 고용하기 때문에 그 각 하도급업체들은 산재를 예방할 만한 능력이 안 돼 고용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며 “또한 한국 관리자들이 필리핀 노동자들에게 못되게 굴고 있다”고 밝혔다.

일상적인 가혹행위에 대해서도 “매우 크고 무거운 손전등으로 노동자들을 때리고, 숨이 막힐 정도로 목을 조르기도 하며 산업용 가위로 찌르기도 한다”며 “가끔 때리거나 발로 차고, 뺨도 때리고 개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성토했다.

때문에 필리핀 수빅만 공장 노동자와, 한국에서 연대하는 한진중공업 노동자 600여 명은 지난 3일, 행진 등을 벌이며 대규모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필리핀 수빅만 조선소 노동자가 약 2만 1000명임을 감안하면, 아직 많은 시위 대오가 결합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조이 곤잘레스 씨는 “지금 시위에 더 많은 노동잗들이 참가하지 못하는 이유는, 회사 측이 집회에 참가하면 다 해고할 것이라고 협박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한진중공업에 부당하게 해고당한 노동자들의 복직과 폭력적인 노무관리 시정, 회사와의 대화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180일이 넘도록 한진중공업 85호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진행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에 대해 “필리핀 노동자들은 그녀가 투쟁해 온 것에 대해 감동받았으며, 김진숙 씨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진중, 필리핀에서도 공청회 불참

현재 필리핀 수빅만 조선소 노동자들에 대한 가혹행위와 열악한 노동조건 등이 알려지며, 한진중공업에 대한 필리핀 현지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문상환 금속노조 정책실장은 “처음에 그 공장을 만들 때 주변의 노동자들에게 아주 좋은 조건을 해 주겠다는 광고를 했지만, 실제로는 근로조건을 보장하지 않은 채 회사 관리자들을 통한 강압적인 노무관리 등이 진행되고 있어 현지인들이 불만을 높이 사고 있다”며 “주변지역에서는 이럴 거면 차라리 조선소를 다시 가져가라고 얘기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현재 필리핀에서는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와 관련한 두 차례의 청문회가 개최됐으며, 이후 필리핀 대통령까지 나서 연두교섭을 발표한다는 방침도 전해지고 있다.

필리핀 국회의원들은 한진중공업이 조선소 건설을 앞두고, 필리핀 정부와 주민들에게 했던 약속들이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노동권 탄압 등이 일어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때문에 이후 필리핀 대통령 연두교섭 발표에서는 이 같은 문제들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은 여전히 현지 여론에 대한 대응이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며, 청문회조차 응하지 않고 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한국에서 역시,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불참에 이어, 29일 열린 환노위 청문회에 불참해 야당 의원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문상환 정책실장은 “우리나라에서 열었던 청문회도 나오지 않고 있듯이 필리핀에서 열었던 청문회도 제대로 응하지 않고 있고, 그래서 지금 한국에서 보이는 모습 그대로 필리핀에서 보이고 있다고 알고 있다”며 “한진중공업은 필리핀에서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가업의 기초적인 윤리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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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한다~

    한진중공업 에라이 필리핀가서 노동자들 부려먹으면 아무말 없이 당하고만 있을줄 알았냐. 국내 노동자들 해고하고 해외로 공장옮길 궁리만 하는 기업들은 잔머리 굴리기 전에 필리핀을 보고 깨달아라

  • 비정규직

    한국에서도 쌩까더니 필리핀에서도 쌩을 까시고있다?
    뭐 이런 개새끼가 다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