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노조 조계사 단식농성장 ‘연대’ 발걸음 이어져

“외롭고 쓸쓸하지 않게 우리가 연대하자”...지회장 건강 악화

“장운동에 문제가 있고, 위염이 있는데 모두 신경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단식농성 15일이 넘어가면서 조계사 유성기업 단식농성자들 몸에 이상이 생겼다. 이구영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은 단식 그 자체 때문에 힘들어 하기도 했지만 스트레스로 인해 복부 통증을 호소했다. 평소 혈압이 높아 하루 2알의 약을 복용했던 이 지회장이라 어지럼증도 호소했다.

단식농성자 곁에서 이를 바라보는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의 마음도 편치 않다. 의사가 오자 이들은 걱정 어린 표정으로 수첩 꺼내 일이리 적어두었던 혈당, 혈압 수치를 불러줬다.


그래도 연대의 손길이 이어지면서 엄기한 아산공장 부지회장, 이구영 지회장은 미소를 지었다. 특히 엄기한 부지회장의 시종일관 씩씩한 모습은 연대온 이들의 마음까지 든든하게 했다. 노조원들이 보내주는 응원 문자 메시지를 보여주며 한 가득 미소도 지었다.

“연대 온 이들 때문에 외롭지 않습니다. 조계사 신도들도 연대 음식을 전달하고 갑니다. 비닐하우스에서 농성하고 있는 우리 조합원들이 지치지 말고 투쟁하기 바랍니다. 두 달 동안 고생하며 심야노동 철폐와 일괄 복귀를 주장하고 있는데, 헛된 노력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조합원들이 수련회 가서 투쟁 계획을 잡는다고 알고 있는데, 앞으로 그 계획으로 힘차게 투쟁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조합원 파이팅!” - 엄기한 부지회장

도심 한 가운데 있는 조계사 단식농성자들의 투쟁이 쓸쓸하고 외로운 행동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바로 근처 시청 대한문에서도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유성기업, 한진중공업 등 정부의 노동탄압에 항의하는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고, 1000인 동조단식을 계획하고 있다.

원진녹색병원 송홍석 전문의는 자발적으로 주1회 조계사 단식농성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단식농성 뒤 3번째 방문한 그는 혈당과 혈압을 재는 등 건강을 체크하며 연대하고 있다.

진보신당 서울시당 소속 당원들도 방문해 연대의 뜻을 전했다. 이들은 한 끼 동조 단식을 하고, 그 비용을 후원금으로 전달했다.

  진보신당 서울시당 소속 당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단식농성자들

충청 지역에서는 김성민 민주노총 충북본부장, 위니아만도 노조 간부들이 왔고, 강원도에서 김희준 강원본부장이 농성장을 찾아 연대했다.

“제가 유성기업 영동공장 전 지회장이었습니다. 지금 이구영 지회장이 단식을 하는 데 마음이 안 좋죠. 마음 같아서는 단식 그만두라고 하고 싶지만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 보니 그렇게 말 하지도 못하고... 농성자들을 보면 그만큼 안타깝다는 것입니다” - 김성민 본부장

“단식은 곡기를 끊는 건데... 수배자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이 최선입니다. 자유의 몸이 아니니까. 나도 만도기계 시절 투쟁하면서 명동성당에서 수배생활도 하고 했는데, 그때보다 상황이 더 열악한 것 같기도 합니다. 제일 힘든 건 외부와 단절되는 건데, 가족들과 잘 만나지도 못하는 게 가슴이 아픕니다. 단식농성자에게 용기 잃지 말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충청 지역에 동고동락 하며 투쟁하는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이 있습니다. 끝까지 힘내서 반드시 이겨서 현장으로 돌아간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위니아만도 유영재

“단식농성자들 얼굴도 많이 야위었고... 우리야 한 번 왔다 가면 그만이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은 이 투쟁 승리를 위해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연대를 통해 다시는 단식하는 노동자들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노동 해방을 위해 현장의 힘을 만드는 일일 것입니다” - 위니아만도 이성완


단식농성자들에게 농성과 관련해 이것저것 조언을 하던 김희준 강원본부장도 편치 않은 마음을 드러냈다. 유성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의 노동 탄압이 거세지면서 생존권을 박탈당하고, 투쟁 끝에 건설한 민주노조의 깃발이 흔들리는 것 같아 애써 웃음을 보여도 한 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마음이 아픕니다. 지금 시대가 오히려 옛날보다 못 한 상황인 것 같고, 그런 시대에 단식을 해 안타깝습니다. 자본가들의 노조 탄압이 옛날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노조 파괴 공작을 서슴지 않습니다. 유성기업, 한진중 노동자들이 모든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투쟁하고, 목적 그 자체도 정당한데, 용역깡패가 노동자를 패는 기막힌 현실입니다. 노동자들이 밥을 굶어야 하는 기막힌 현실이죠. 아무래도 왕조시대로 회귀하는 것 같습니다(웃음)” - 김희준 강원본부장

조계사 단식농성장의 한 날은 스님의 불경 외는 소리와 함께 차분하게 지나갔지만, 연대를 호소하는 목소리와 발걸음만큼은 바빴다. 이들은 모두 적극적으로 연대를 확장시켜야 하며, 회사가 개별 복귀를 통해 노조를 무력화 하는 일을 멈추고, 노동자의 일괄 복귀 주장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진정성? 오히려 회사가 노동자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자 평균 근속년수가 19년입니다. 노동자에게 한 가족이라고 말해 왔던 사장이 용역깡패를 동원해 노동자를 때리고, 경찰에 구속시키라고 하는 것이 기만 아닙니까. 밤에는 잠을 자자는 게 상식적인 요구라는 것은 전 국민이 알고 있습니다. 용역깡패를 앞세우고, 직접 고용해 그 안에 갇혀 밖으로 나오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유시영 사장은 일괄 복귀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 김성민 본부장 (기사제휴=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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