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 노동자, ‘불법파견’ 판정 얻어내

화순전남대병원 간호조무사도 불법파견...노동청, 정규직 전환 시정명령

공공병원에서 간호조무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청으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얻어냈다.

노동청이 병원현장에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내린 것은 최초다. 특히 이번 판결로 공공병원조차 불법파견이 관행 시 돼 온 사실이 드러나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월 화순전남대병원을 상대로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으로 고소했다. 병원이 법적으로 파견이 금지 돼 있는 간호조무사를 비롯해, 수술실, 혈관조영실, MRI, CT, 중앙공급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보조 인력을 불법도급으로 고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7월 22일, 파견법 위반으로 화순전남대병원과 도급회사인 (주)제니엘휴먼 대표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한 노동청은 직접고용 해당 대상자 등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렸다.

주요 내용은 당사자 46명 가운데, 2007년 7월 이전 입사자 7명과 간호조무업무로 직접고용대상자인 24명, 불법도급으로 인정된 2년 이상 근무자 9명을 직접고용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 외 6명은 원청인 병원 측이 직접 업무지시를 한 만큼 불법도급을 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간호조무사 업무는 법적으로 파견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전남대병원은 간호조무사 업무에 대해 ‘업무보조’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개원 시 파견 형태로 이들을 고용했다. 이후 병원은 2년 후 이를 용역화했다. 병원 업무보조 노동자들은 정규직 간호사들에게 업무지시를 받고 있으며, 이들의 업무는 병원 간호조무사 업무와 동일하다.

하지만 병원이 노동청의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공공기관인 노동청이 낸 결과에 공공병원인 전남대 병원이 즉각 시정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현재 들리는 얘기로는 병원이 김앤장 변호사를 고용해 행정적인 소송을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민주노총과 보건의료노조는 27일 오전,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조무업무 불법파견 근절과 정규직화를 촉구했다.


불법파견 당사자인 김명아 보건의료노조 광주지역지부 부지부장은 “2004년부터 전남대병원 간호조무사로 일하면서, 출근할 때부터 퇴근할 때까지 정규직 직원의 직접지시를 받았다”며 “현재 8년차인데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겨우 100만원이 조금 넘는 임금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김 부지부장은 “정규직이 된다는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과 같아서 노동청과 법원에 불법파견을 고소해 판결을 얻어낸 만큼, 전남대 병원은 하루빨리 정규직화를 이행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나순자 위원장은 “화순전남대병원은 공공병원으로, 공공병원이 전체 병원의 10%도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공공병원이 불법파견을 8년간 해왔다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전남대병원은 행적적 조치를 중단하고 비정규직을 즉각 정규직화 해야하며, 교과부나 보건복지부는 각 병원에 대해 불법파견 문제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불법파견 시정명령이 공공병원을 비롯한 민간병원에서도 관행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노우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광주지방노동청의 지시내용은 부분적인 직접고용 지시로 미흡하지만, 전대병원을 비롯한 공공병원, 민간병원에 불법파견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판정의 의미는 크다”며 “노동부는 병원 내 불법파견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회는 병원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불법파견을 근절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하며,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 등 정부당국도 불법파견 여부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와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강력한 행정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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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 병원 , 간호조무사 , 불법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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