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서 살았던 200명 고공농성자, “김진숙 응원합니다”

35개 사업장, 200여 명 고공농성 노동자, ‘김진숙에게 보내는 편지’ 보내

김진숙 지도위원의 85호 크레인 고공농성이 204일을 맞이한 가운데, 고공농성을 경험했던 200여 명의 사람들이 김 지도위원에게 응원의 편지를 보냈다.


‘3차 희망의 버스 기획단’은 28일 오전, 서울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하늘로 오른 사람들이 85호 크레인 김진숙에게 보내는 편지와 잡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21년 전 현대중공업 골리앗 크레인에 오른 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송전탑에서 88일간 고공농성을 진행했던 강병재 대우조선 비정규직 노동자, 기륭전자 노동자 등 14명의 노동자가 참석했다.

“극한의 투쟁 요구하는 자본, 우리는 승리라는 희망을 만든다”

지난 2003년, 50m굴뚝에서 132일간 고공농성을 진행했던 이재현 세아베스틸 노동자는 “132일 동안 아침에 일어나면 굴뚝 아래에 있는 조합원들을 먼저 확인했고, 그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매일 확인하면서 그 시간들을 버텼다”며 “김진숙 지도위원과 한진중공업 노동자들, 그리고 우리가 투쟁에 함께하면서 승리 후 내려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2008년 7월, 마포대교 CCTV철탑에 올랐던 정인열 코스콤 노동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마포대교 고공농성을 진행했지만, 사람들은 버티라는 얘기는 안 해주고 이제 소용없다, 내려와라 라는 말을 해 섭섭한 적이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서 정인열 씨는 “김진숙 동지도 그런 얘기를 많이 들을 것 같다”며 “송구스럽지만 김 지도위원은 해결될 때 까지 좀 더 버텨줬으면 좋겠다. 제 친구들을 대신해 싸워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불법파견 정규직화와 노조 인정을 내걸고, 2006년 3월부터 32일간 GM대우차 창원공장 내 40m굴뚝에서 고공농성을 진행한 권순만 GM대우차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는 극한으로 치닫는 투쟁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자본은 현장 통제를 강화하며, 노동자들에게 극한의 투쟁을 요구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김 지도위원의 고공농성이 200일이 넘었는데도 아직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지만, 승리라는 또 다른 희망을 만들고 무탈하게 내려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인근 콜텍 지회장 역시 “김 지도위원이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내려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우리는 그가 두 발로 내려올 수 있도록 노동자를 조직하고 투쟁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에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이 없어질 때까지 단결하고 투쟁해서 사회를 바꿔나가자”고 당부했다.

또한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며 고공농성을 진행해야 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우려와 반성, 새로운 투쟁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고공농성은 계속되고, 똑같은 얘기는 반복된다”며 “김진숙 지도위원의 투쟁을 방해하는 것은 자본과 경찰만이 아니라 우리 집행부와 활동가들 일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그는 “우리 주변에는 자본에 정리해고를 쥐어준 김대중 정권과 비정규직 악법을 통과시킨 노무현 정권하의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고, 우리는 스스로 싸울 수 있는 자생력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며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입법을 만든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손 내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자본과 한나라당은 얼마나 우습게 보겠나”며 비판했다.

이어서 이 위원장은 “이제 우리는 자본이 두려워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야 하며, 무력해지는 민주노총을 살리고 노동자의 구심을 만들기 위해 희망의 버스 후 우리의 결의로 새로운 투쟁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병재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조직위 의장 역시 “혼자 하더라도 공격적인 투쟁을 하자는 마음으로 송전탑에 올랐지만, 우리 자체 내부에서 같이 운동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피말리는 신경전을 많이 겪었다”고 밝혔다.

강 의장은 “200일 넘게 투쟁하는 김진숙 동지가 정리해고라는 전체 노동자의 문제를 가지고 올라간 만큼, 관성화 된 연대를 극복하고 자본주의의 질서를 부수는 전체 노동자의 투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고공농성을 진행했던 35개 사업장 200여 명의 노동자들은 김 지도위원에게 ‘하늘에서 희망을 일군 당신은 살아서 내려와야 합니다’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편지에서 “당신을 살리기 위해 희망버스를 타고 저희가 달려가겠다”며 “넘어진 이들을 일으켜 세워 희망의 행진을 만들어내고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 없는 나라, 사람사는 세상, 인간의 향기가 가득한 사회를 위해 싸우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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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 , 한진중공업 , 김진숙 , 정리해고 ,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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