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조남호 회장은 해고자 눈물부터 닦아줘야”

국회 청문회, 결국 무산되나...“한나라당, 한진중 비호하고 있다”

오는 17일로 예정돼 있는 한진중공업 사태 청문회가 파행될 위기에 놓였다.

여야당은 이번 청문회에서 지난 6월, 국회 청문회에 불출석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증인 출석을 의결하고 한진중 사태와 관련한 청문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지난 9일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증인 채택을 놓고 청문회 증인으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출석을 요구했다.

이후 여야당은 증인 출석을 놓고 설전을 벌여왔으며, 결국 청문회 시한이 임박해오도록 증인 채택을 정리하지 못해 청문회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청문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일주일 전에 국회출석요구서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환노위 여야간사인 이범관 한나라당 의원과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11일 오전, 증인채택을 재논의 했지만 이견 차를 좁힐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청문회 자체가 무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 6월 29일 환노위 청문회. 비어있는 조남호 회장 증인석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한나라당, 한진중공업 비호하고 있다” 비판 목소리 높아

지난 10일 조 회장의 대국민 호소문 발표를 전후해, 한나라당이 김진숙 지도위원의 증인 출석을 요구하며 청문회가 파행을 맞게 되자 ‘청문회 파행’을 위한 한나라당과 한진중공업의 공조 시나리오가 작동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노회찬 진보신당 고문은 11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한나라당에서는 김진숙 씨 증언을 듣는 게 목적이 아니라 한진중공업을 비호하며 조남호 회장의 출석을 피하고, 합의가 안 될 시 아예 청문회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진숙 지도위원 역시 SBS라디오 [김소원의 SBS 전망대]에서 “금속노조 대표자도 있고, 조직의 대표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한나라당은 책임 당사자가 아닌 나에게 굳이 청문회 출석을 요구하나”며 “사측이나 한나라당이 이 크레인만 사라지면 정리해고, 한진중공업의 사태를 무마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여론의 중심이 되고, 크레인을 중심으로 희망버스가 오고, 저의 건강들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니까 그걸 없애기 위해 청문회를 빌미로 저를 내려오게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청문회를 통해 밝혀야 하는 것은 정리해고의 부당성인 만큼, 조남호 회장이 당연히 참석해 밝혀야 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국회 청문회의 파행이 예고되자, 민주노총도 지난 10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한나라당의 고위관계자가 조회장을 설득하여 귀국시켰다고 하는데, 이것은 정부여당과 조회장측이 치밀하게 사전조율을 거치고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실제로 조회장의 호소문 내용은 9일 있었던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집권여당이 국민적 지탄을 받는 재벌기업인을 비호하고 협잡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김진숙 “조 회장, 해고자와 가족들 눈물부터 닦아주길”

218일째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이번에 이 정리해고를 막아내지 못하면 결국 영도 공장은 폐쇄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일,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한진중공업이 영도조선소를 포기하거나 부산 영도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과 상반된 주장이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김 지도위원은 “이미 2년 사이에 3천명이 넘는 노동자가 한진중공업에서 일터를 잃었고, 결국 우리는 이 공장을 필리핀 수빅으로 옮기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파악한다”며 “마산공장, 울산공장, 율도공장들이 그런 식으로 다 폐쇄가 됐고 조선소의 심장인 설계실까지 폐쇄가 됐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노조와 지역주민들은 필리핀 수빅조선소 건설 초부터 정리해고와 공장 폐쇄 등 지역경제와 노동자의 생계에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실제로 한진중공업은 지난 2007년, 필리핀 수빅조선소 관련 노사 특별합의를 통해 “경영상의 이유로 국내공장의 축소 및 폐쇄 등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고 약속한 바 있다. 2010년 2월 26일에도 노사간에 “인위적인 구조조정(일방적 정리해고)을 중단한다”는 합의를 했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은 지속적인 정리해고를 감행하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김 지도위원은 “2003년에도 두 사람까지 죽어가면서 맺었던 노사합의의 약속들을 그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반복을 하는 것이 한진중공업의 노사 관행들”이라고 비판했다.

노회찬 고문 역시 “(조 회장이 호소문에서 밝힌) 3년 후에 경영 정상화가 되면 복직시키겠다는 말만 믿고 기다리기에는 그 간의 과정에서 한 두 차례가 아니라 여러 차례 협약을 파기한 전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유독 한진중공업은 수주 경기가 안 좋다고 사람부터 자르려고 한다”며 “다른 어떤 조선소도 세계적인 조선 불황에도 이렇게 대량으로 인원을 감축한 예가 없는 만큼, 한진중공업은 경영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소문 내용과 관련해서도 김 지도위원은 정리해고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비껴나간 기대 이하의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합원들이나 가족들도 많이 울고 실망했다”며 “사측이 밝히는 학자금 문제, 지역사회 발전기금 비용만 해도 260억이며, 노동자들의 몇 년치 연봉인데 그럼에도 왜 본질적인 문제를 자꾸 비껴나가려 하나”고 지적했다.

또한 김 지도위원은 조회장에게 “기자회견을 하면서 울먹이셨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노숙하는 수 백 명의 노숙자가 얼마나 울었겠으며, 시청 앞에서도 가족들이 울부짖었다”며 “회장님의 눈물이 진심이려면 해고 노동자들의 눈물부터, 가족들의 눈물부터 닦아주는 게 진정성을 보이는 길”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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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 한진중공업 , 김진숙 , 한나라당 , 정리해고 , 조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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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어새끼

    악어는 눈물흘리지만 자신의 눈을 보호하기 위해 흘린다. 남호는 눈물흘리지만 재벌님 위신이 팔린 것을 분개해 흘리는 것이다.
    남호 이 시댕아.
    해고자 복직하지 않으면 니도 곧 눈물 콸콸 쏟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