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사태, 법원의 승리...노조 양보 얻어내

사측 업무방해금지가처분은 일사천리, 노조 직장폐쇄금지가처분은 조정

유성기업 노사가 법원의 조정안을 받으면서 직장폐쇄 91일째인 유성기업 노사 파행 사태가 법원의 승리로 끝났다. ‘양보’란 이름으로 회사와 노조의 안을 두고 저울질 하던 법원은 사실상 회사 쪽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지법 천안지원 제10민사합의부(재판장 최성진)는 노조측이 제기한 직장폐쇄효력정지가처분신청 3차 심리에서 1, 2차 심리 때와 마찬가지로 회사의 불법 직장폐쇄에 대한 노조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신속한 판단하기보다 노사 중재를 끈질기게 시도했다.

16일 오후 2시부터 열린 3차 심리에서 재판장은 노사 입장을 확인하자마자 노사 대표자들과 조정 회의를 했고, 오후 7시경 결국 조정이 이루어졌다.

조정안은 △농성중인 미복귀자 240여명의 31일까지 전원 업무복귀 △업무 복귀 순서는 사측이 정하고 19일부터 노조원들의 노조사무실 출입 △노조원 200명 이상(비대위 및 노동조합 임원 등 포함)의 불법행위 금지 및 기존 복귀자 및 관리직과 화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 작성 △22일까지 노조원 최초 복귀와 함께 임금은 최초 복귀자와 동일 지급 △사측이 조정사항 어길 경우 1일 500만원 지급 △소송비용과 조정비용 각자 부담 등 6항이다.

조정에서 회사측은 “노조 간부가 먼저 공장으로 들어올 경우 이전 복귀자와의 갈등이 있을 수 있고, 노조가 먼저 회복해서 주도권을 잡는다고 판단한다. 그런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고, 염려하고 있다.”고 의견을 전하며 사실상 ‘선별 복귀’를 고집했다.

같은 재판부의 다른 행동
사측 가처분신청엔 일사천리, 노조 가처분신청엔 조정 또 조정
“법원은 저울질 하다 회사 손 들어준 꼴”


법원은 직장폐쇄효력정지가처분신청 심리 내내 중재 의지를 표명했다. 3차 심리에서 최성진 재판관은 “퇴근하지 않고 오늘 중재를 마무리 질 것”이라며 취재진에게 강력한 조정 의지를 표현하기도 했다.

반면 법원은 유성기업 사측이 두 번에 걸쳐 노조에 제기한 업무방해, 공장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조정 없이 바로 회사측 손을 들어줬다. 노사 양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 모두 동일한 재판부이다.


  법을 상징하는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저울은 과연 공평한가.
특히 회사측이 제기한 두 번의 가처분 신청은 채무자인 노조 및 노조 관계자에 대한 심문 없이 결정이 내려져 편파성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법원은 지난 6월 9일 ‘노조 대체사무실 제공을 조건으로 공장 출입 시 노조 간부 14명에 대해 1회당 500만원씩 회사에 지급하라’는 요지의 첫 번째 결정을 했다. 또 6월 30일 ‘채권자의 제품 및 원자재 반입 및 출하 저지, 채권자의 임직원들 및 거래처 고객의 회사출입 저지 등을 하면 안 되고, 노조 간부 14명은 이를 위반 시 1회당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요지의 결정을 했다.

관련해 법원 공보판사는 “민사재판에서는 조정을 하는데, 직장폐쇄를 중단할 지, 유지하는 결정이 내려질지 모르겠지만 결국 한 쪽 당사자가 불리한 결정이 내려지게 된다.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서 사건이 종결되면 양보한 만큼 양측 모두 만족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디어충청>이 회사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조정 없이 바로 결정한 반면, 노조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않고 조정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공보판사는 “그 부분은 재판부의 일이라 왜 그때는 조정하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의 중재 의지에도 불구하고 전국금속노조(박유기 위원장)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은 법원이 편파적이라고 문제제기 했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관계자도 노사 문제에 이렇게 강력하게 중재를 시도하는 “재판관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조합원 K씨는 “법원은 ‘양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노조가 울며 겨자 먹기로 조정안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노조 내부의 문제도 있지만 법원, 정치권, 노동부, 충남도 노사민정 모두 사실상 회사의 안을 들이밀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K씨는 “노조가 일괄 복귀해서 근무하겠다고 해도 받지 않은 건 회사였다.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과 관련해 나중에 논의하겠다고 해도 받지 않은 건 회사였다. 그 뒤 회사는 개별 복귀를 주장하다가 선별해서 단계적으로 복귀시키겠다고 했고 그게 기준이 된 법원 조정안이 나왔다. 법원은 노동자에게 불리한 법을 이용해 노동자를 탄압했다.”고 말했다.

  법원 조정안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조합원들. 노조는 조정이 끝나고 농성장에서 보고 대회를 열었다.

또 다른 조합원 L씨는 “회사에 유리한 가처분 신청은 즉각 결정하더니 노조에 유리한 직장폐쇄 가처분 신청은 불법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조정만 했다.”며 ‘일관성 없는 법원’이라고 꼬집었다.

관련해 노조측 변호사는 “재판부가 조정은 할 수 있지만 조정안 자체가 노조측에게 불리한 안이었다. 법원이 2주 동안 조정으로 시간을 끌면서 진을 빼기도 했다”며 “추측이건데, 직장폐쇄효력정지가처분신청에 대한 결정이 노조에게 불리했으면 조정으로 오래 안 끌었을 것 같은데, 노조에게 유리한 상황이 분명했기 때문에 노조가 승소하는 방식으로 결정을 내리기가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 재판부는 3차 심리 내내 직장폐쇄가 정당하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성기업지회측은 “복귀 시기와 방법 외에는 논의된 게 없다. 징계, 민형사상 문제 등은 여전히 남아 있고, 향후 투쟁을 통해 돌파해 나가야 한다”며 “노조는 8월 31일까지 공장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회사는 9월 이후 복귀 할 것을 주장했다. 노조는 빠른 시기에 공장으로 복귀해서 노조 활동과 공간을 넓혀 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부족한 것이 많은 조정안이지만 공장으로 돌아가 적극적으로 노조 활동을 할 것이다. 이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법원 조정안 외에 노조 간부 민형사상 및 수배자 건, 징계 건, 용역경비의 집단 폭행으로 인한 치료비 건 등은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 이중 징계위원회 개최 건은 회사가 법원 조정 기간 중에 노조에 ‘유보’ 통보를 한 상황이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조 정 안

1. 채무자(회사)는 2011. 8. 31.까지 채권자(노조) 전원을 업무에 복귀시킨다.

2. 채권자들을 업무에 복귀시키는 순서는 채무자가 정한다. 다만, 채무자는 2011. 8. 19.부터 채권자 전원에 대하여 노조사무실 및 노조사무실이 있는 건물, 식당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한다. 채권자들은 한꺼번에 30명까지 출입할 수 있고(아산, 영동 각 별로도 30명씩), 식당에서 식사하는 시간(매일 13:30부터 14:40까지)에는 인원제한을 두지 않는다. 위 출입제한규정은 2011. 9. 1.부터는 효력이 없다.

3. 채권자들을 업무에 북귀시키는 순서에 관계없이, 채무자는 채권자들에 대한 임금을 최초 복귀되는 사람과 동일하게 지급한다. 채무자는 2011. 8. 22.까지는 최초 복귀를 시켜야 한다.

4. 위 각 사항은 채권자들 중 200명(비대위 및 노동조합 임원, 상집 간부는 포함)이상이 개별적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하여 2011. 8. 18.까지 채무자에게 교부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내용 : 1) 앞으로 불법행위를 하지 않겠습니다.
2) 기존 복귀자 및 관리직과 화합을 위해서 노력하겠습니다.

5. 만약 채무자가 위 사항을 어길 경우에는 제1항 위반에 대하여 1일당 500만원, 제2항 단서 위반 부분에 대하여 1일당 500만원을 채권자들에게 지급한다.

6. 소송비용 및 조정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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