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노조의 투쟁, 이제 다시 시작이다”

[인터뷰] 유성기업 아산 영동 지회 조합원

“이제 시작이다.”

“유성기업 사측에서 민주노조를 와해하기 위해 많은 작업들을 했어요. 우리가 90일 넘게 공장 밖에서 싸웠는데, 직장폐쇄 전의 노동조합으로 복원시키기 위해서는 더 힘든 싸움을 할 수 밖에 없죠. 밖에서의 3개월 보다 더 힘들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투쟁을 준비할 수 밖에 없죠.”(C모 유성기업 아산지회 조합원)


  유성기업지회는 17일 충남 홍성 용봉산청소년수련원에서 총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총회에서 노사 합의문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난 16일 유성기업 노사는 법원의 중재로 이번 직장폐쇄 사태에 대한 합의를 했다. 이 후 유성기업지회는 17일 충남 홍성 용봉산청소년수련원에서 총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총회에서 노사 합의문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번 사태가 일단락 된 것이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얼굴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특히, 이번 합의 과정으로 보여진 법원의 조정, 공장안으로 들어가서 발생될 수 있는 많은 문제에 대한 걱정을 모두가 고민하고 있었다.

법원은 이번 중재를 위해 3차 심리를 열면서 까지 노사합의에 총력을 기울였다. 유성기업지회는 대화가 잘 되지 않자 조정을 중지하고 재판 결정을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의 이러한 태도에 유성기업지회의 조합원들은 답답하고 분통 터졌다고 했다.

“법원은 유성사태가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으니 빨리 해결하려고 한 것 같아요. 물론 상부에서의 압박도 있었을 테죠. 하지만 직장폐쇄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되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급니다. 판사는 마치 사측과 이미 이야기 한 것처럼, 계속해서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같았기 때문에 조정을 지켜볼수록 화가 날 뿐이었죠.”

“우리가 90일 동안 농성을 통해 싸웠던 것들을 제대로 얻어내지 못한 것 같아요. 판사한테 휘둘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수 밖에 없죠. 특히 200명이상 확약서를 써야하는 것과 사측이 복귀자 명단을 작성하는 것은 걱정이 되죠. 하지만, 조합원들이 이겨 나가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모든 것이 우리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해요” (H모 유성기업 아산지회 조합원)


법원 조정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은 크지만,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공장안으로 들어가서의 대응이라고 모두가 입을 모았다. 특히 총회이후 진행된 조별 토론에서 열띤 논쟁이 펼쳐졌다. 조합원들은 개별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조직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집중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복귀이후에 진행될 사측의 징계, 전환배치, 현장탄압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안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징계가 시작될 것이예요. 그것이 효력이 있건 없건, 분명 진행될 것이 뻔하죠. 또한, 전환배치, 어용노조와의 갈등, 현장탄압, 그 동안 데이터로 존재하던 직장폐쇄 이후의 모든 사업장에서 진행되었던 것이 유성에서 보여 질 것이 뻔하죠.“

“복귀하게 되면 먼저 들어간 조합원들과 다툼이 생길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우리의 지침은 단호합니다. 발생하는 모든 사안에 따라 조직적으로 대응할 것인데, 우리가 한꺼번에 움직이면 저쪽은 모래알 같이 뭉쳐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죠.”(이태영 유성기업 아산지회 조합원)

“현장으로 복귀해서 가장 힘든 것은 먼저 들어간 사람들과 우리와의 관계, 사측의 감시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 해결할 것입니다. 수년간의 과정을 거쳐서 만든 우리의 노동조합인데, 이렇게 어렵게 민주노조 만들고 유지해왔는데 허무하게 질 수 없죠.”(황천수 유성기업 아산지회 조합원)


  유성기업에서 상주하던 현대자동차 간부의 자동차에서 발견되었던 노조파괴 시나리오의 일부

유성기업지회가 이번 투쟁을 진행하면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것은 현대자동차와 유성기업과의 관계, 야간노동의 문제점에 대한 폭로일 것이다. 직장폐쇄 시작 직후 유성기업에서 상주하고 있던 현대자동차 관계자의 자동차에서는 노조파괴시나리오가 발견됐다. 노조는 이 사실을 폭로하고 즉각 대응에 나섰지만 경찰병력 투입과 비닐하우스 농성으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알려졌지만 해결은 하지 못한 것이다.

“현대자동차와의 지배개입에 대한 명확한 자료가 발견되었지만 완벽하게 이슈화 하지 못했죠. 정황은 있었지만 모두가 쉬쉬했고, 자동차산업에서의 원청과 하청의 지배개입에 대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어야 했죠. 자동차 값은 매년 오르는데 부품 값은 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대량생산이나 중국공장이 만들어졌다며 단가는 떨어지고, 대기업의 횡포는 점점 심해졌죠. 제품을 계속 만들어도 상황이 그리 나아지지는 않았죠.”

“이 고리를 끊고 대기업의 횡포를 막아야 하는데 사실 해당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아요. 결국 정부에서 나서서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하는데, 꿈도 못 꾸고 있죠. 실질적으로 정부가 나서서 중소기업을 키워줘야 나라가 성장하는 것 인데.... 대기업들의 이익은 계속 올라가고 있고, 실제 이번에 현대차나 기아차를 보더라도 많은 성과금과 주식배당금이 주어지지 않나요? 중소기업은 그런 것은 꿈도 꾸지 못하죠.”(신기병 유성기업 영동지회 조합원)



또, 한진중공업에는 정리해고철폐, 유성기업에는 야간노동철폐 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올 여름 야간노동에 대한 문제는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었다. 많은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유성기업지회 투쟁을 통해 야간노동, ‘밤에는 잠 좀 자자’ 라는 요구에 깊이 공감했다. 또한, 지회는 야간노동을 하고 있는 전국의 많은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유성기업지회는 이러한 호응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야간노동을 실현화 하지 못했다. 조합원들은 지금 당장 주간연속2교대제를 다시 쟁점화 해서 싸울 수는 없지만, 빠른 시일내에 다시 찾아와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투쟁할 때는 전국의 지지를 받으면서 싸우고 싶다고 한다.

“야간노동을 없애기 위해 끊임없이 싸워야 하죠. 그렇게 해야만 해요. 주간연속2교대 시행 때문에 이번 일이 이렇게 확대된 것인데 반드시 다시 이야기 해야만 해요. 야간노동 철폐를 준비했던 모든 노동자, 노동조합들이 이제는 함께 할 것이고, 야간노동의 심각성을 공감했던 모든 시민들이 우리와 함께 할 것입니다. 많은 노동조합들이 우리에게 미안하다면서, 우리가 희생양이 됐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분명, 다시 싸울때는 유성기업지회 혼자만의 싸움이 아닐 것이예요.”(H모 유성기업 아산지회 조합원)

“사측은 오랜 기간 민주노조 탄압을 준비해오다가 주간연속2교대를 빌미삼아 직장폐쇄를 단행했어요. 분명한 것은 야간노동이 없어져도 노동자들이 회사의 물량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예요. 우리가 다시 주간연속2교대제를 요구 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차기 집행부 꾸리게 되면 다시 싸울겁니다”(C모 유성기업지회 조합원)


  트위터에서 시작한 '희망커피'운동. 이후 여러가지 물품으로 이어졌다. [출처: 트위터 @itsmysong]

유성기업지회가 100일 가깝게 비닐하우스 농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은 ‘연대’ 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희망커피’였다. 농성이 시작되자 믹스커피의 소모량은 엄청났고 지회의 재정으로 필요량을 모두 구매하기는 불가능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희망커피’운동이었다.

“이번 연대의 핵심은 트위터인것 같아요. ‘희망커피’로 시작된 트위터 운동은 폭팔적인 호응을 얻었는데, 우리도 그 정도 까지 확대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어요. 특히, 커피로 끝나지 않고 ‘희망’이라는 글자가 붙어져 다양한 물품들이 도착했는데, 대구에서는 선풍기 7대가 왔고, 통닭, 떡, 참치, 김치, 이처럼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많은 것들이 도착했어요. 트위터의 역할이 엄청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어요.”(신동철 유성기업지회 조합원)

또, 많은 단위사업장들의 연대도 이어졌다. 수많은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에서 투쟁기금이 전해졌다. 연대 온 많은 노동조합들이 충남지역에서 가장 연대를 활발히 한 유성기업지회에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성기업지회 조합원 중에는 오히려 이번 노사 합의가 연대온 단체들에게 미안한 결과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연대 단체들이 많이 왔었지만 미안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우리가 합의를 하면서 너무 많은 걸 양보했고, 이러한 내용은 결국 연대왔던 사람들을 힘 빠지게 하는 내용인 것 같기도 해요. 유성지회이니깐 이 정도로 끝났다고 이야기들을 하지만, 이 정도까지 양보했다는 것은 우리로서도 솔직히 기운이 빠져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현장으로 돌아가 내부에서 다시 투쟁해 과거의 모습을 되찾는 것을 보여줘야만 해요. 그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입니다.”(C모 유성기업지회 조합원)

하지만, 조합원들은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에 대한 불만은 크다. 특히, 단위노조들의 연대는 활발히 이루어 졌지만 중앙에서의 조직적인 연대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간연속2교대 때문에 시작된 일이었고 전국적으로 많은 이슈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금속노조에서 제대로 뒷받침 하지 못한 것 같아요. 모두가 밀어 붙여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전부 꼬리내리는 상황이 연출되었죠. 실질적인 금속노조의 연대는 단위 사업장에서의 연대였어요. 이런 상황에서 금속노조가 이후 어떻게 나아 갈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걱정이 되는게 사실이죠.”(신기병 유성기업영동지회 조합원)

“이번 투쟁에서 예전의 금속노조를 볼 수 없었어요. 충남에서는 2001년 세원테크 투쟁에서 충남지역 전 조합원 총파업으로 용역을 몰아냈고, 경남제약에서는 확대간부가 나서서 용역들과 싸웠어요. 하지만 이번 상황에서는 충남지역 총파업은 고사하고 미리 예정되어 있었던 총회투쟁마저 비로 연기되는 일이 일어났어요. 유성지회가 이정도 상황까지 왔으면 지부 총파업을 몇 번은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하지만 한 번도 되지 않았고 시도조차 없었어요.”(신동철 유성기업아산지회 조합원)


이제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은 19일 노조사무실 출입을 시작으로, 22일 첫 복귀가 시작된다. 조합원들은 직장폐쇄 이후 100일 가깝게 함께 먹고 자면서 농성을 했다. 이제는 각자의 공장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며 서로 격려한다.

“아직 우리는 기죽어 있어요. 지금 조합원의 반 정도가 남아있는데, 주변에서 많이 남아 있는 거라고 이야기 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볼 때 적게 남아 있는 거예요. 좀 더 조직력에 대해서 신경 써야만 해요. 자기 자신을 생각하고 주변을 돌아보며 새로운 투쟁을 준비해야 합니다.(신기병 유성기업 영동지회 조합원)”

“안에 들어가서 더 똘똘 뭉쳐야 해요. 비닐하우스에서 농성하면서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요. 이제 현장에서는 그런 모습 보이지 말고 직장폐쇄 전보다 더 강한 조직력을 만들었으면 해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도록....”(C모 유성기업 아산지회 조합원)
(기사제휴=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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