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 노동부 제안도 거부했다”

[김호규 부위원장 인터뷰] 네 차례 한진중 노사간담회 경과

‘정리해고 철회’ 대목이 빠진 6.27 한진중공업 노사협의 이후 일부 언론은 마치 한진중공업 사태가 끝난 것처럼 보도했다. 하지만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85호 크레인 고공농성은 계속되고 있으며 정리해고자 94명의 투쟁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희망버스 행사도 확산일로다.

무엇보다 당시 6.27 협의 결과에 따르더라도 정리해고에 관한 사항은 노사가 향후 계속 협의키로 한 바 있다. 이에 김호규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부산에 상주하며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사 간 접촉을 시도해 왔다. 그리고 교섭 형식에 대한 이견으로 한 달간 만남조차 이뤄지지 못했던 노사는 결국 지난 8일부터 노사 간담회 형식으로 마주앉게 됐다.

김 부위원장에 따르면 회사는 네 차례 간담회 동안 정리해고를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했다. 이에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는 11일 열린 3차 간담회에서 순환휴직 등 고통분담 방안을 제시하기까지 했다. 노사간담회를 사실상 주선한 고용노동부 노사협력관도 필리핀 수빅조선소 일감을 나누거나 그것도 힘들면 국내 노동자를 필리핀으로 파견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국회 환경노동위 청문회가 열리고 있는 18일 아침 김 부위원장에게 그 동안의 노사 간담회 경과를 들어봤다.


  김호규 노조 부위원장 [출처: 금속노조 신동준]
노사간담회가 열리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노사는 그동안 교섭이냐 협의냐를 두고 이견을 보여왔다. 하지만 지난 3일 고용노동부 노사협력관이 노사를 만나 중재를 함에 따라 간담회를 열기로 뜻을 모았다. 금속노조 부위원장으로서 자존심은 상했지만 형식을 따지지 말고 노사 간 내용적 접근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일 첫 간담회가 열렸고, 8일, 11일, 12일까지 모두 네 차례 노사간담회가 개최됐다.

노사간담회 때 회사 측이 제시한 내용은 무엇인가?

회사는 정리해고 철회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했다. 다만 조남호 회장 호소문 발표 다음날인 11일 간담회 자리에서 회사는 정리해고자들을 3년 뒤 경영여건과 무관하게 무조건 재고용하겠다는 내용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 내용에는 경영여건이 안 좋을 경우 무급 휴직을 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었다.

회사 입장에 대한 노조 측 입장은?

기본적으로 한진중공업 노사관계 역사를 봤을 때, 3년 뒤 회사가 과연 재고용을 할 것인지 신뢰가 없다. 이미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노사 특별단체협약도 어기지 않았는가. 설사 3년 뒤 재고용이 된다 하더라도 이후 무급휴직 처지가 될 경우 이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쌍용차 해고자와 무급휴직자들의 연이은 죽음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노조 측이 회사에 제시한 안은?

노조 측은 회사가 우선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해고 노동자들을 원직복직 시켜야 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했다. 다만 현재 생산물량이 없는 현실을 노조도 인정 하는 바, 정리해고자와 비해고자 전체를 놓고 순환휴직을 실시하는 고통을 분담하는 방향으로 인력운용방안을 마련해 보자고 11일 간담회 때 제안했다. 해고자만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등 고통을 일부에게만 전가시키는 방식은 옳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제안은 한진중공업지회 뿐 아니라 85호 크레인 위에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과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94명의 조합원들과 공유한 내용이다.

그에 대한 회사의 반응은?

회사는 노조 측 제안을 거부했다. 특별한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회사는 노조 측이 더 이상 수정안을 내지 않으면 청문회 전엔 간담회를 갖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12일 4차 간담회 때 동석한 고용노동부 노사협력관이 회사에 필리핀 수빅조선소의 물량을 영도조선소에 가져오거나, 그게 어려우면 국내 노동자를 필리핀으로 파견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지 회사에 제안하기도 했다. 이 역시 회사측은 거절했다.

향후 노조의 대응 방향은?

정리해고 철회와 원직복직이 이뤄져야 한다는 노조의 원칙은 명확하다. 언제 다시 열릴 지는 모르지만 향후 열릴 노사 대화 자리에서도 노조의 이 같은 원칙은 변함없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 고통을 분담하는 방식의 순환휴직 등 합리적인 인력운용 방안은 얼마든지 회사와 논의할 수 있지만 더 이상의 노조의 수정안은 없다. 이제 회사가 결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씀은?

정리해고 저지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조합원 이외에도 공장에서 나간 희망퇴직자와 사내하청 비정규직 수천 명에 대해서도 노조가 책임있는 자세를 보일 것이다. 그것이 희망버스에 탔던 수만 명의 시민들, 그리고 한진중공업 사태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노동자들을 응원하고 있는 수많은 국민들에 대한 예의다. 그리고 그 이전에 금속산업을 대표하는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마땅히 해야 할 의무다. (제휴=금속노동자)
태그

한진중 , 정리해고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상민(금속노조)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먼저

    노동자의 배신자, 채길용부터 우째해라.
    금속노조는...
    청문회에서도 이상한 소리만 하고, 결국
    조남호와 붙어 먹은 얘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