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홈리스 강제퇴거, '홈리스 사망률 높일 것'

보건의료인, 인권단체 등 한국철도공사의 홈리스 강제퇴거 방침 비판

한국철도공사가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를 시행하기로 한 22일, 보건의료인들과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철도공사 서울역의 반인권적 조치를 규탄하고 나섰다. 이들은 노숙인 강제퇴거가 진행될 22일 밤부터 23일 새벽까지 서울역에서 문화제와 토크쇼 등을 진행하며 1박 2일 동안 현장을 지킨다는 계획이다.

  '한국철도공사 노숙인 강제 퇴거 철회 촉구 보건의료인 선언 기자회견'이 22일 이른 10시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22일 이른 10시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기독청년의료인회, 행동하는의사회는 서울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철도공사에 홈리스 강제퇴거 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영진 사무처장은 "한 해 300여 명의 노숙인이 사망하고 있는데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는 지금도 높은 노숙자 사망률을 더욱 높이게 될 것"이라면서 "인권과 생명의 문제를 환경미화 측면에서 접근해 제거대상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유경숙 사무국장은 "거리 노숙인도 사회 기본 구성원으로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데 갈 곳 없는 이들이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장소에서마저 퇴거하려 하고 있다"라면서 "한국철도공사는 생존권 생명권을 보장하고 비인권적인 조치를 철회하라"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최규진 기획부장은 "개인이나 조직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라고 국가가 존재하는 것이며,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는 노숙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민의 권리가 무너지는 신호탄"이라고 지적하면서 "부자 감세로 부자들에게 돌아가는 돈으로 노숙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날 강대곤 씨 등 보건의료인 176명은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철회 촉구 보건의료인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 보건의료인은 "한국철도공사가 22일부터 시행하는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는 거리 홈리스 주거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추진된다는 점에서 반인권적이며, 이러한 조치로 홈리스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는다는 점에서 건강권 침해 행위"라고 지적하며 "한국철도공사의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철도 이용객과 홈리스 인권보호를 병행할 수 있는 공공역사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거리홈리스 강제퇴거 조치 서울역 규탄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이 이른 10시 30분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보건의료인들의 선언 뒤에는 인권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노숙인지원단체, 인권단체, 진보정당 등으로 구성된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방침 철회/공공역사 홈리스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는 기자회견에서 "노숙은 빈곤의 극단적 형태일 뿐 청소 대상도 단속 대상도 아니다"라면서 "가난하다는 이유로, 거리 노숙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공연한 사회적 차별과 탄압이 용인된다면, 인간의 보편적 권리는 가진 자들만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서울역의 강제퇴거 방침을 비판했다.

빈곤사회연대 최예륜 사무국장은 "현재 한국사회는 일자리와 집을 잃을 처지에 놓여 있는 상황이 넘쳐나고 있는데, 집을 잃고 일자리에서 쫓겨나 거리로 나오게 될 때 갈 수 있는 곳이 어디 있겠느냐"라면서 "노숙자 문제는 쫓아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주거와 일자리, 의료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사회복지사협회 임성규 회장은 "서울역 강제 퇴거 조치는 반 인권적이고 반 윤리적이며 반 복지적이다"라면서 "날씨가 이제 추워지는데 서울역에서 쫓겨난 노숙인들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라고 물었다. 임 회장은 "오세훈 시장이 이야기하는 서울형 복지가 가난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라면서 왜 노숙인 문제는 외면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홈리스 당사자 발언도 이어졌다. 서울역에서 노숙하는 정진경 씨는 "서울역에서 노숙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기서 노숙하고 있는 사람들은 쫓겨나면 더는 갈 곳이 없다"라고 토로했다.

이날 공대위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서울역 노숙인과 함께하는 '1박 2일' 투쟁을 시작했다. 공대위는 22일 저녁 서울역 광장에서 문화제, 토크쇼, 인권영화 상영회를 열고, 역사의 노숙현황을 조사하는 서울역 답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23일 이른 4시 30분에는 한국철도공사가 서울역 개방 시 노숙인을 선별하여 입장하도록 한 방침을 규탄하기 위한 '서울역을 열어라'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대위는 공공역사를 중심으로 한 홈리스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 위기개입센터 설치 △사회위기계층 인권보호를 위한 업무처리지침 마련 △공공역사 등 노숙인 밀집지역에서의 현장지원팀 확충과 효과적 운영 체계 구축 △공공 역사 등 지역에서의 안전조치 강화 △특수욕구를 지닌 노숙인에 대한 지원체계 구축 및 강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공대위는 이런 방안들을 적용해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거리노숙인에 대한 특정지역에서의 퇴거조치가 철회되어야 하며, 노숙인 지원대책 마련을 위한 민관 협의 시스템을 꾸리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사제휴=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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