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복지로 ‘비정규 노동’도 바꿀 수 있나?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복지와 비정규노동’ 포럼 개최

근래 최대의 이슈로 떠오른 ‘무상급식’ 논란은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담론을 대중화했다.

보편적 복지는 대다수의 국민을 대상으로 권리로서 사회적 욕구를 보장해 주는 방식인 반면, 선별적 복지는 특정 집단의 욕구에 대해 경제적 능력을 조사해 정책적 기준에 부합하면 제공하는, 국가가 대상을 선별해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복지국가’론은 노동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복지가 노동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느냐는 논란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보편적 복지가 노동자들 중에서도 약자로 인식되는 비정규노동자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24일 오후 5시, 민주노총에서 ‘복지와 비정규노동’이라는 주제로 제 16회 월례 비정규노동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비정규노동의 문제를 복지가 어느 정도까지 해소할 수 있는지,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들을 위해 보편적 복지가 담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보편적 복지, ‘미조직 비정규직’의 그늘로 향해야

한국의 사회보장체제는 사회보험과 같은 하향식 확대방식과,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상향식 확대방식이 존재한다. 사실상 사회보험 등은 보험료를 감당할 경제적 능력을 자격조건으로 요구하므로 임금이 낮은 비정규노동의 배제를 지속적으로 양산한다. 다수의 상향식 방식 또한 빈곤층을 제외하면 개인이 복지서비스를 시장에서 구매하는 방식과 결합 돼 있다.

현재의 복지제도의 또 다른 문제는 상, 하향식의 극단적인 접근으로 인한 ‘틈새’ 문제다. 이 틈새는 각종 법률과 규정에서 시행령, 시행규칙, 기타 등으로 명기 돼 잔여적인 성격만을 유지할 뿐이다.

때문에 발제자로 나선 윤정향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틈새는 잔여적이고 소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노동시장의 50%를 넘는 미조직, 배제노동이라는 사각지대를 감추고 있다”며 “즉 조직되지 못한, 조직되지 않은, 비정규노동자와 사회, 경제적으로 배제된 노동이 보편적 복지의 그늘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노동권조차 행사할 수 없는 돌봄노동자와 가사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등은 보편적 복지에서 ‘양념’으로 호명된다. 이들을 비롯한 다수의 미조직, 배제 노동자들은 보육, 교육, 의료, 돌범, 주거서비스 등을 남들만큼 누려볼 수도 없다. 하지만 사회는 이들의 사회, 경제적 가치 회복과 비공식성을 해소하는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윤 정책위원은 “보편적 복지의 진정성을 논할 때, 보편성 자체의 화려함보다, 그 그늘에 어떻게 주목하느냐에 따라 보편적 복지의 실체를 가늠해 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편적 복지로 설명되는 제도들이 이미 광범위한 틈새를 은폐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제도들의 존재여부를 가지고 보편적 복지를 논하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미조직, 배제 노동자를 위한 보편적 복지는?

현재 우리나라에는 장기요양보험을 포함한 5대 사회보험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은 법률적 적용대상의 사각지대와 혜택의 사각지대를 해소하지 못한다.

  윤정향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
때문에 윤 정책위원은 사회보험의 법률적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비정규노동자와 보험료 부담능력이 취약해 적용대상이지만 배제됐던 노동자, 그리고 이에 준하는 영세사업자들의 보험료를 국가가 지원하는 방식을 현실화 시키는 것이 ‘보편적 복지’의 초석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복지 서비스의 적용대상을 하위법률에서 소득과 경제수준으로 제한하는 일 또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우에 따라서 ‘선별적 복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경제능력별 차이를 배제하고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맞다는 설명이다.

복지정책과 관련한 당국의 관리감독 소홀과 사업장의 기피문화 역시 보편적 복지를 막는 원인으로 제기됐다. 윤 정책위원은 “하향식 확대방식의 제도효과성이 틈새 근처에서 멈추고 있는 원인은 당국의 관리감독 소홀과 관료적 태고, 사업장의 기피문화가 조합돼 있기 때문”이라며 “현장 관리감독 과정에서 보험혜택을 못 받는 미조직, 배제노동자를 발굴하고 면밀한 조사를 통해 국가지원의 가능성을 검토하는 절차가 안정적으로 체계화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복지서비스’ 인력조차도 미조직, 배제노동자들로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복지서비스 노동자들의 고용조건과 노동시장은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성격을 드러냄과 동시에, 공공부문 비정규노동의 특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유의미한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공성을 강화해 이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보편적 복지’위한 ‘연대’와‘비정규노동자’에 의한, ‘비정규노동자’를 위한 복지

무상급식,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의 보편적 복지를 위한 정규직노조와 비정규노조,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의 동의구조는 형성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 내, 기업 간의 복지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연대는 이뤄지기 쉽지 않다.

때문에 윤 정책위원은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지금 현재와 같은 우리의 기업복지, 조직노동, 국가복지 세 관계를 개혁해야 한다”며 “또한 사회 구성원들의 자발적 동의와 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과 소통적 권력투쟁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비정규노동자가 주체로서 실천해야 하는 의제들과, 비정규노동자를 위한 복지정책들도 제기됐다.

비정규노동자로부터 복지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그들 스스로가 보편적 복지기반의 ‘주변부’가 아닌 ‘핵심주체’로 나서고 조세제도개혁논쟁 및 개혁과정에 적극적인 주체로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보편적 복지의 틈새에 방치돼 있는 미조직, 배제 노동의 복지욕구 해소와 전달체계 공공성 강화를 위해 정규직과의 적극적인 연대를 통해 이슈투쟁과 예산확보 투쟁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편 윤 정책실장은 비정규노동자를 위한 복지로 “사회보험체계와 조세체계의 결합방식을 고려해 전 국민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며 “또한 서비스업, 제조업시장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비공식노동자들을 공식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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