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말기면 등장하는 간첩단...‘왕재산’ 사건 조작논란

21세기 황당 간첩단 사건 ‘왕재산’...“국정원은 아직도 20세기에 살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진한 부장검사)는 25일, ‘왕재산’ 조직의 총책 김 모씨(48)와 서울지역책 이 모씨(48), 인천지역책 임 모씨(46), 연락책 이 모씨(43), 선전책 유 모씨(46) 등 5명을 상대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구성 및 가입, 간첩, 특수잠입과 탈출, 회합, 통신, 편의제공 및 찬양고무죄다.

21세기 황당 간첩단 사건
민주노총 내부사정 공유가 간첩활동?


하지만 검찰 측은 25일, 언론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총책인 김 씨가 김일성을 직접 만났다는) 진술을 받거나 사실여부를 밝혀내지 못했다”, “(내용 대비 미미한 조직규모는) 내사를 계속 하고 있다”, “(국회의원 등을 포섭했다는 근거는) 확인하지 못했다”, “(김 씨 등이 접촉했다는 북측 인사 신원은) 공소유지 과정에서 밝히겠다”며 확실한 근거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 측이 제시한 간첩행위 또한 ‘대한민국 정부 전복’이나 ‘새로운 정부수립’을 목적으로 하기에는, 평범한 일상생활에 불과하다. 관련자들이 수행했다는 간첩행위는 정치정세 보고와 민주노총 내부사정 보고 등이다.

정치정세 보고 혐의와 같은 경우, 정당에 적을 둔 이 모씨가 정치 정세를 그의 30년지기인 김 모씨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내부사정 보고는 인천지역 활동가인 임 모씨가 김 모씨에게 민주노총 내부 사정을 공유했다는 혐의다.

[출처: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소위 왕재산 조작사건 대책위(대책위)’는 25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지난 10년 동안 소위 ‘간첩’들이 했다는 간첩행위가 고작 정치정세 보고와 민주노총 내부사정 보고 등에 불과하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들 소위 ‘간첩’들은 도대체 어느 세월에 대한민국 정부를 전복하고,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려고 했던 것일까?”라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과 국정원의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황당 에피소드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검찰과 국정원은 김 모씨를 비롯한 세 사람이 재직하고 있는 IT회사가 북한 공작원들의 거점이며, 유령회사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은 IT회사의 대표이사 이 모씨에게 “진술하면 회사를 살려주겠다”고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인천지역 지하당의 주요책임자로 지목되고 있는 임 모씨와 노 모씨는 지난 4년간 통화를 나눈 사실이 없다. 국정원은 이 점을 들어 임 모씨에게 “지난 4년간 왜 전화통화를 한 번 안했냐?”며 타박하기도 했다. 검찰이 사건 관련자들이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하는 지휘통솔체제를 갖추었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김 모씨와 임 모씨는 대학 동기동창이고, 김모씨를 비롯한 3명은 회사 동료로 오랜 친분을 다져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책위와 국가보안법 긴급대응모임 등 시민사회단체 등은 이번 ‘왕재산’ 사건이 레임덕과 정권교체 위기에 놓인 이명박 정권의 정국돌파용 공안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반값 등록금 투쟁이 고조되자, 국정원이 대학 교육정책을 연구하는 ‘한국대학교육연구소’를 북한 내통 혐의로 압수수색 한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왕재산’ 사건은 진보정당 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민주노동당에 종북논란을 일으켜 진보대통합에 찬물 끼얹기 위한 조작사건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대책위는 “이번 사건은 애초 ‘일진회’에서 ‘왕재산’으로 조직명이 뒤바뀌는 등 사건의 실체가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온갖 과장과 확대, 왜곡으로 점철돼 있다”며 “그럼에도 2012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정권과 보수세력은 이 사건을 두고두고 악용할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옛날 같으면 3족을 멸할 반역죄를 범하고서...”, “부인이 결코 무사하지 못할거다”
국정원은 아직 20세기에 살고 있나


한편 국정원은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에게 ‘20세기 식’ 수사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피의자 임 모씨는 지난 17일, ‘국가정보원은 폭력적이고 위압적인 수사관행을 버려야 한다’는 편지를 통해 국정원의 인권침해 수사관행을 폭로하고 나섰다.

임 씨는 편지에서 “지난 7월 21일 국정원 조사과정에서 수사관들에게 XX놈아! 쥐새끼같은놈! 확쳐버리고 싶다! 등의 위협을 당했다”며 “몇몇 수사관들은 예전의 낡은 관행에 향수를 느끼고 있는 듯 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수사관들이 “옛날 같으면 3족을 멸할 반역죄를 범하고서 왜그리 뻔뻔하냐?”.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북한 같으면 재판도 없이 총살할 것”, “옛날 같으면 다른 방식으로라도 실토하게 했을 것”, “부인이 결코 무사하지 못할거다”, “우리 국정원 전 수사관이 당신을 꽁꽁 묶어서 아주 오랫동안 격리시켜 버릴거다”라는 위협성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반역죄를 저지르고 대한민국법에서 보장되는 것은 다 찾아 먹으려고 하냐”, “북에서 직파한 간첩들은 순수하고 화끈한데, 내국인들은 당당하지를 못해. 잔챙이들이야”, “마누라를 북에 팔아 먹었다”라는 등의 모욕성 발언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변호인의 입회, 동행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태, 묵비권을 행사하는 피의자에 대한 온갖 겁박, 모욕, 폭력적 언행, 단식하는 피의자 앞에 피자를 시켜 냄새를 피우는 등의 천박성, 가족들의 면회요구에 대해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면회를 불허하는 반인륜성 등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인권침해행위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대책위는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간 만큼, 사건의 실체에 대해 제기되는 온갖 의문들에 대해 사법부는 엄정하게 심리하고 판결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러한 공안몰이와 색깔공세를 통해 다가올 2012년 권력교체기에 권력을 유지하고, 국민의 인권을 탄압하고자 하는 공안세력의 기도를 파탄시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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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재산 , 간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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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ㅡㅡ

    간첩맞고먼 뭘또 실드쳐주냐

  • MUO

    옛날같이 헛사람 안잡는다..

  • 또라이들

    여기다 이 위에것 같은 댓글 다는 놈들은 국정원 찌끄라지들일까? 그냥 알밥들일까? 참 궁금하네.. 또라이 새끼들...

  • 청춘

    간첩 질을 할때는 뚜렷한 소신을 갖고 했을 텐데 왜 발뺌을 할 까요. 비겁하게 했으면 했다고 해야지 차라리 법정에서 김정일 만세라고 부르는 놈이 훨씬 더 낫다

  • 날좀보소

    또라이들// 너도 저 빨갱이시키들중 한명이냐??
    요즘이 쌍팔년도도 아니고 때가 어느땐데 엄한사람 잡겠냐~
    암만 봐도 왕재산 점마들은 김정일표 빨갱이들 맞는거 갔구만ㅋㅋㅋ

  • 간첩파라치

    간첩들이 들끊는 세상..... 언제나 간첩놈들 없어지려나 !!!

  • 정나미가

    "싸우지들 말고,, 울 할아버지가 시킨거 맞고,, 울 아버지도 시켰고,, 이제 내가 시킬라 캤는데,, 잡혀서.. 아... 아깝다.. 다 알면서 왜 그라는데,, 아마추어같이,, 왕재산 아저씨들 가서 몇 년 살다 나오소.."라고 전해 달란다. 간첩은 내가 먼저 신고한다 아님 잡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