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군 대령, 제주해군기지 ‘필요 없다’

[인터뷰] 이라크 침공해 반대해 사직서 낸 평화운동가 앤 라이트

전직 미군 대령이자 현재 평화운동가로 활동 중인 앤 라이트(Ann Wright) 씨가 제주도 강정마을을 찾아 연대의 뜻을 전했다.

그는 2003년 3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 하루 전날, 국방장관에게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없이 침략하고 정복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임을 피력하는 내용의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 뒤 국제 분쟁지역 현장 등에서 평화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23일 강정마을을 찾은 그는 25일 저녁 8시 강정마을회관에서 ‘군사기지 문제와 미국의 군사주의의 위협’을 주제로 강연회를 갖는다. 현재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살고 있는 그는 경험을 살려 하와이 군사기지로 인한 주민피해와 환경오염 문제 등을 전달할 예정이다.

<미디어충청>이 ‘구럼비를 살리자’ 국민행동 선포 기자회견에 참여한 그를 만났다.


제주도의 첫 인상이 어땠나요?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를 위에서 둘러봤을 때 너무 아름다웠고, 공항에 내려서 자동차를 타고 이곳으로 오면서 보니까 역시 너무 아름답고 사랑스런 섬이라 이곳에 군사기지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강정마을에 오게 된 계기와 향후 일정과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는 국제군사주의반대연합(International No Military Coalition)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고요, 다른 여러 나라 돌아다니면서 평화와 연대의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4년 동안 쌓아온 투쟁을 계속해서 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고요, 제주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더 이상 군사기지가 필요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국제군사주의반대연합 내부 네트워크로 소식들이 공유되고, 특히 미국과 관련된 군사기지, 미국과 관련된 군사행동에 반대하는 평화행동에 대해 특히 더 많은 관심과 자료가 공유되기 때문에 그렇게 강정마을 투쟁을 듣게 됐습니다. 또 인터넷은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는데, 한 시민운동가가 군사기지에 반대하는 활동 소식을 인터넷에 올리면 순식간에 세계로 퍼지고 다른 나라의 소식을 들을 수 있게 됩니다.

아직 활동 일정이 남긴 했는데, 강정마을을 둘러보고 인상 깊거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나요?

이곳 구럼비 해안이 크게 인상에 남습니다. 아름다운 곳이고 여러 가지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인데, 지금 남한 정부는 이곳을 갈아엎고 군사기지를 만들어서 저 바위 위에 콘크리트를 부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제가 지금 살고 있는 미국 하와이 상황과 비슷한데, 하와이 북쪽 큰 섬에 군사기지가 만들어지면서 그곳의 생태계와 아름다움을 파괴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남한 정부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강행의 근거로 ‘안보’ 문제를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동북아 평화를 위협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련한 의견을 듣고 싶다. 더불어 해군기지 건설 반대에 대한 다른 의견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전 세계적으로 볼 때 군사기지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군사기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만 보더라도 엄청나게 많은 군사기지가 있습니다. 미군군사기지도 있지만 한국군기지도 너무 많습니다. 일단 한국 본토에도 그렇게 군사기지가 많은데 과연 제주도에 또 다른 군사기지가 필요한 건가?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군사기지가 있으면 한국정부 입장에서는 편한 점이 있겠지만 그것이 군사기지를 짓는 근거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기지를 건설할 때 들어가는 그 천문학적인 비용이 어디로 들어가는 가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같은 경우도 기지 건설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비용은 대기업이 이익을 얻고, 대기업은 다시 정치인에게 로비를 하거나 직접적으로 기부 하거나 뇌물을 바치거나 하는 것으로 그 돈이 다시 정치계로 흘러들어갑니다. 그래서 대기업 건설사들이 공사기지 건설을 통해 많은 이득을 얻고, 그것 때문에 군사기지가 계속 지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반전평화운동의 현재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 각국 정부에 대한 민중들의 강력한 반전투쟁만이 정책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앞으로 평화운동의 핵심적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미국의 반전평화 운동은 강하긴 하지만 정책변화를 이끌어 낼 만큼 그렇게 효과적이지는 않습니다. 부시정권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을 때 미국 국민들이 전쟁을 끝내라고 요구했는데, 부시 대통령은 그런 수백만 미국 국민들이 반전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조차 인정하기 거부했습니다. 오바마 정권에서도 평화는 그렇게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더욱더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는 강력한 평화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미국 상황은 이렇습니다.

강력한 평화운동이라 함은?

어떻게 정말 수백만 명을 동원해서 실질적으로 정부에 압박을 넣을 것인가를 지속적으로 고민을 하고 있고요, 지난 시기에도 계속 이런 고민들 해왔고 실제 수백만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서서 반전과 평화를 염원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화운동의 입장에서 볼 때 오바마 정권은 부시 정권과 얼마나 다른가? 과연 오바마는 이라크 완전 철군을 실행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보는지요.

오바마 정부의 이라크 정책에 대해 많이 실망했다. 부시와는 다른 정책 펼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실제 다른 정책을 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현재에도 5만 명의 미군이 이라크에 주둔, 8만 명의 군무원이 아직까지 이라크에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오바마가 미국의 첫 번째 흑인 대통령이었고,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거다’, ‘당장 그에게 커다란 압력을 넣어서 그를 당황하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일각에서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에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수만 명의 민간인과 미국 군인을 포함해 지금 현재에도 목숨을 잃고 있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대통령 자리에 누가 앉아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반전과 평화의 이슈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런 운동이 필요하고 앞으로도 계속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럼비 앞에서 열리는 미사에 참여해 연대 메세지를 전하는 앤 라이트

2003년 미국의 이라크공격에 항의하면서 제출한 사직서에서 제시한 사임의 근거중의 하나가 북한문제였는데, ‘북한에 대한 정책의 부재’라는 표현의 구체적 의미는 무엇인가? (네 가지 근거는 △UN의 재가없는 공격의 불법성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노력 결핍 △북한 △미국내 인권제한 이었다.)

사직서 내면서 내가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못하는 모든 것을 사직서에 담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요하게 4가지만 이유를 담았고요. 그 당시에도 나는 북한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제출한 사직서가 미국 국무부 역사상 가장 긴 사직서여서 여기에 북한 문제까지 자세하게 설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 번 더 사직을 하게 된다면 더 많은 내용을 사직서에 담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웃음).

그동안 미국이 보였던 북한 정책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또, 국제적 지원을 이끌어 내는 데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조지 부시는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몰아세웠고, 테러리스트 국가로 불렀는데, 이런 행동들은 북한과 대화하고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국가로 대우를 하고, 북한 국민을 잘 대우하는 행동이 아닙니다. 결국 통일로 나아가는 방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국민들은 대체로 친 이스라엘 성향이 강하다. 팔레스타인 상황에 대해 개별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연대하는 노력들이 있지만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연대는 미흡한 상황이다. 팔레스타인 상황을 말해 주면, 한국 국민이 팔레스타인 상황을 아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대부분이 한국과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스라엘이 벌이고 있는 실상에 대해 정확하게 대부분의 나라에 완벽하게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가자지구에 대해 이스라엘이 완벽하게 봉쇄하고 있고, 가자지구에 살고 있는 150만 명의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감옥과 같은 삶을 살고 있는 데 이런 것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경우 이스라엘이 수백 마일에 이르는 고립장벽(한국 평화활동가들은 이스라엘 정부가 요르단강 서안을 고립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고립장벽’이라고 부른다. 중립적인 표현으로는 ‘분리장벽’이며, 일반적으로 국제사회와 한국 언론에서 사용하는 단어이다. 영어로는 ‘인종차별장벽’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고, 이스라엘 정부는 ‘보안장벽’이라고 한다. -통역자 주)이 둘러싸고 있고요. 도로마다 중간 중간마다 검문소를 세워서 사람들이 검문소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하고, 집을 가거나 직장을 가거나 다시 돌아가거나 할 때도 검문소를 거치면서 검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점령이 이런 식으로 계속 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수차례 체포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심하게 억류당했던 적이 있나요?

나는 최장 구금 기간은 5일이었습니다. 반복되는 연행으로 3개의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하나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해 백악관 앞에서 집회를 했을 때 그것과 관련된 재판을 받고 있고요, 또 하나는 버지니아에서 연행됐을 때 해병대 관련, 마지막으로는 무인 폭격기가 사람 죽이는 것에 대한 반대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것과 관련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앤 라이트 씨가 강정마을을 방문한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주해군기지 전면 백지화 투쟁을 하고 있는 마을 주민과 활동가들에게 격려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해 달라.

강정마을 오게 돼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마을 주민과 한국 시민이 자신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정부가 잘못된 일을 벌일 때는 시민과 주민이 나서서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의무라고 생각하고요. 저 같은 경우도 미국에서 미국 정부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 그것을 바로 잡기 위한 활동을 하면서 많이 잡혀가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항상 정부 정책에 대해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이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국 국민들의 연대의 메시지를 담고 이곳에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 통역 : 평화운동가이자 가수인 조약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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