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 타고 싶어 일본에서 왔습니다"

한진중 가대위 만나고 울산서 함께 출발

26일 오후 4차 희망버스를 타기 위해 한국에 온 일본인 5명이 민주노총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을 찾았다. 이번에 4차 희망버스를 타기 위해 일본에서 온 사람은 나까마유니온(일본 일반노조) 위원장과 조합원 3명, 그리고 일본 '게또노하나 가무단' 하세가와 단장이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이들은 85호 크레인 앞에서 사수대와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 주선으로 김진숙 지도위원과 전화로 통화한 뒤 정투위 사무실에서 가족대책위원회와 만났다.

이 일행은 지난 23일 오소영 다큐멘터리 감독이 일본에서 상영회를 열었던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영상을 보고 시민들의 자발성에 놀라움을 느꼈고, 그 현장을 보고 싶어 한국에 오게 됐다고 했다.

나까마유니온은 일본 오사카 지방을 중심으로 한 지역 일반노조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교사 등 개인이라도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고 렌고나 전노련 등 전국조직에 속하지 않은 독립노조다. 그 조합원 중 파나소닉 PDP사 불법 사내하청 문제로 법정투쟁을 벌인 요시오카 쯔토무 씨의 투쟁이 유명하다. 요시오카 쯔토무 씨는 2심에서 이겼지만 2009년 3심에서 졌다. 그러나 일본에서 대기업 사내하청 문제를 처음으로 공론화한 투쟁이었다.

나까마유니온의 이데쿠보 위원장은 부산에 두번째 왔다. 김진숙 씨의 투쟁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어 왔고 희망버스를 타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는 비정규직이 집단적으로 활동하는데 일본에는 그런 투쟁이 거의 없이 개인이 대응하고 있다"며 "일본에서도 여러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는데 이걸 어떻게 묶을 지가 주요한 사안이고 일본에서도 의식 있는 노조들이 한진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효도 케이지 씨는 출판사에서 일하다가 올해 4월 해고된 뒤 나까마유니온에 가입했다. 일본의 출판사에도 비정규직이 많고 노조탄압이 심하다고 전했다. 특히 비정규직 투쟁은 외롭기만 한데 가족이 있는 사람들이 더욱 힘들다며 자신은 가족이 없어서 그나마 나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구니모토씨와 구로카와씨는 파친코에서 일하는 여성으로 나까마유니온 조합원이다. 아르바이트를 파견근로로 바꾸려는 파친코 측에 맞서 싸우고 있다. 파친코 측의 사직 압박에도 그만두지 않으니까 점장한테 따돌림을 당하게 돼 우울증 증세가 찾아와 휴직중이다.

하세가와씨는 2006년부터 한국과 교류해왔다. 85호 크레인에 걸려있는 걸개그림을 보고, 한국 문화연대 사람들의 활동상을 듣고는 "문화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 많이 배워서 일본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가족대책위와 만난 자리에서 희망버스 일본 참가단은 가대위가 활동비는 어떻게 충당하는지, 수입이 없는데 생계는 어떻게 유지하는지, 후원은 되고 있는지 등에 대해 물었다.

한진 가대위 도경정 대표는 "가족들이 월 1만원씩 회비를 내고 그 돈으로 남편들 맛있는 것도 만들어주고 주로 교통비로 쓰고 있다. 쌀이나 라면, 생수, 책, 장난감 등과 후원금을 전국에서 많이 보내주고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답했다.

또 "김진숙 지도위원님이 그동안 크레인에 올라가기 전에 전국순회강연도 다니고 그의 삶이 투쟁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많았다. '소금꽃나무'를 읽으면서 감동받은 사람들이 그에 대한 보답이 우리에게 후원을 많이 해주는 것 같다. 또 하나는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정리해고 되는 등 억압된 상태가 늘어나면서 한진 문제가 부각됐고, 이것이 해결돼야 다른 것도 해결된다 생각하고 전국에서 힘을 모아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 청문회가 열렸지만 조남호 회장은 꼼짝도 하지 않더라. 희망버스가 가지고 있는 한계도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도 대표는 "청문회 등은 희망버스가 있어서 가능했다. 우리 한진 조합원과 회사만 붙었다면 우리만의 힘은 매우 약했을 것이다. 희망버스가 오기 전까지 그랬다. 그러나 희망버스가 다녀가고 한진 정리해고 문제가 세상에 많이 알려지면서 사람(시민)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정리해고나 비정규직 문제를 특정 계층의 문제로 여겼던 것 같은데 지금은 넥타이를 맨 사람도 아주머니들도 정리해고 잘못됐다고 말한다. 이런 분위기는 희망버스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금 현재 가대위에 가장 필요한 것이 뭐냐는 질문에는 "많은 분들이 아이들 책이나 쌀, 생수 등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 지금 딱히 무엇이 필요한 것은 없고 다만 관심이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담회 중에 정투위 사무실 한켠에서는 저녁식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간담회를 하면서 뭔가에 눈물을 닦아 내던 참가자들은 그게 양파 때문이라는 걸 알고 함께 웃었다.

나까마유니온 이데쿠보 위원장은 "연대의 소중함을 다시금 알게 되었고 한국이 부럽기도 하고 한진 투쟁을 일본에서도 더 많이 알리겠다. 처음 희망버스를 타려고 왔는데 앞으로도 계속 참가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로 간담회를 마쳤다.

이 자리에는 작년 울산현대차비정규직 점거파업 당시 분신했던 황인화 조합원도 함께했다. 그는 지난 7월 일본에서 열린 41회 젠꼬대회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한 일본전국교류대회)에 다녀왔다. 황 조합원은 "일본에 비하면 한국은 상황이 좋은 편이다. 힘들더라도 비정규직 동지들 힘냈으면 좋겠고, 한진 정리해고도 철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한시간 반 정도 진행된 간담회를 마치고 일본 참가단은 가대위에 일본에서 써온 요세가키(여럿이 한 장의 종이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 것)와 투쟁기금을 전달했다.

일본 참가단은 한진 가대위와 함께 밥을 먹으며 연신 사진찍기에 바빴다. 한진 조합원들의 검게 그을린 얼굴을 보며 힘을 주고 싶은 마음과 희망버스와 같은 연대가 이뤄지는 것에 대한 부러움을 동시에 느끼는 표정이었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저녁 집회에 참가한 하세가와씨는 '철의 노동자'를 힘차게 불러 참가자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하세가와 게또노하나 가무단 단장과 이데쿠보 나까마유니온 위원장은 부산의 '극단 새벽'과 오랜 인연을 맺으며 교류했고, 지난해에는 울산 연리문화제 기간 중에 현대차 비정규직투쟁 집회와 사내하청포럼에 참석하기도 했다. 일본에도 워낙 불법파견과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해 이들은 한국의 비정규직 투쟁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27일 울산에서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과 희망버스를 함께 타고 서울로 향한다.

희망버스가 어느새 전국을 넘어 다른 나라에서도 탑승할 만큼 널리 알려졌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철회만이 아닌 전 세계의 노동자들이 연대하는 희망버스는 이렇게 4차 희망버스를 출발시키고 있다. (기사제휴=울산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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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

    4차 희망버스도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