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반걸’이라 불려도, 상사가 만져도...“적극 대처 못해요”

여성노동자 10명 중 4명, ‘성희롱 경험’...비정규직 여성이 더 많아

“아침에 오면 차 타드리고 이런 애를 ‘쟁반걸’이라고, 일명 ‘쟁반돌이’라고도 하고...(중략) 저는 처음에 내려와서 안 했더니 시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걸 안 해서 콧대도 높고 잘난척 한다고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혼났어요 많이. 도도하다고.” - 공무원의 사례

“회식을 오면서, 얘들아 언니가 미리 얘기하는데, 00(상급자)가 좀 만지는 습관이 있어. 노조가 생기기 전이예요. 애들 놀랄까봐. 만지는 습관이 있으니까 놀래지 마. 사심은 없지 않을까 싶다. 이런 얘기를 하는 자기 자신이 너무나 싫더라는 거예요. 내가 왜 이 어린 애들한테, 이십대 초반 중반 애들한테, 만질지도 모르니 놀라지 말라는 말을 하고 있나. 이게 관행이 되어 버린 거예요. 너무 추접스럽지 않아요? 우리 자체가 너무 싫더라고요. 말을 해 주는게.” - 판매원의 사례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14년간 근무 해 왔던 사내하청노동자 A씨는 지난 2009년부터 직장 동료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에 시달렸다.

가해자인 B조장은 A씨에게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문자와 함께 “우리 둘이 자고 나면 우리 둘만 입 다물면 누가 알겠느냐”며 피해자를 괴롭혔다. C소장 역시 피해자에게 ‘너희 집에 가서 자고 싶다’는 문자와 “너희 집에가서 자겠다, 내맘이다”라는 전화, “야, 이년아 이리와봐”라는 인격 모독과 성적 표현, 성추행 행위 등을 가했다.

이에 피해자 A씨는 노조에 사건을 제보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사회통념상 계약관계를 지속하지 못한다’며 피해자를 해고했으며, 가해자들은 버젓이 고용승계가 이뤄져 회사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 미디어 충청]

여성노동자, 약 40% 성희롱 경험...“적극적 대처 못해”

여성노동자들 중 최근 2년간 성희롱을 경험한 비율이 39.4%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의 사회진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여성 노동자들은 여전히 ‘성희롱’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민주노총과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은 지난 2월 12일부터 6월 8일까지 약 4개월간 민주노총 산하 7개 연맹 및 지역본부의 여성노동자 1,652명을 대상으로 ‘여성노동자 직장 내 성희롱 실태’를 조사, 분석했다.

그 결과 40%에 달하는 여성 노동자가 성희롱을 경험했으며, 성희롱 행위자는 상급자가 60.2%로 가장 높았다. 성희롱 행위자가 동료인 경우도 32.7%에 달했으며, 고객은 16.6%, 사업주 4.8%로 집계됐다.

가장 높은 경험률을 기록한 성희롱 형태는 ‘여성을 비하하는 기분 나쁜 말이나 욕설’이 24.1%를 차지했다. ‘상대방이 성적 이야기를 하거나 음담패설, 성적인 몸짓 등을 한 경우’(17.4%) ‘상대방의 성적 서비스를 요구하는 듯한 말과 행동’(17%), ‘커피 접대, 심부름 등을 시키면서 그런 일은 여성이 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하며 성적으로 불쾌감을 느낀 경우’(15%)의 비율 역시 높았다.

특히 비정규직이나 간접고용 형태 등 고용이 불안한 여성 노동자들이 더 높은 빈도의 성희롱을 경험한다. 성희롱 경험행위수 평균은 정규직(3.11)보다 비정규직(3.76)이 더 높았으며, 직접고용(3.13)보다 간접고용(4.02) 노동자가 높았다.

하지만 정규직이나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 성희롱에 대한 대응은 소극적이었다. 간접적으로만 불쾌하다고 표시하는 경우는 직접고용(37.5%)과, 간접고용(38.5%)이 비슷했다. 별다른 말과 행동을 하지 않는 경우도 30%를 웃돌았다. 반면 적극적으로 불쾌하다는 표시를 하는 경우는 간접고용이 7.7%, 직접고용이 2.1%에 불과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이유로 정규직 노동자들의 다수는 ‘상대방과의 관계 우려’(39.9%)를 꼽았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업부상 불이익 우려’(28.3%)를 가장 높게 꼽았다.

성희롱을 당한 후, 사후 대처를 한다해도 환경이 변화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사후 대처이후 상대방에게 발생한 결과와 관련, ‘변화 없다’는 응답이 46.8%를 차지했으며, ‘개인적 사과’에 불과한 경우도 38.7%에 달했다. 반면, 공식적 사과(4.5%), 부서나 근무지 이동(4.5%), 자발적 부서, 근무지 이동이나 퇴사(5.4%)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사후 대처 이후, 응답자에게 업무나 관계상의 변화가 일어나는 일이 다수 발생했다. ‘변화 없다’라는 응답은 48.5%로 여전히 많았지만, 비난이나 따돌림을 받는 경우가 18.8%, 악의적 소문이 12%, 업무상 부당한 대우도 10.9%가 경험했다.

한편 회사 내에 노동조합의 유무에 따라 성희롱 경험행위수도 다르게 나타났다.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전체 평균 성희롱 경험행위수는 3.13번 이었으며, 노조가 없는 경우는 4.64번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내에서 정기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경우는 20.9%에 불과했다.

“성희롱 예방교육에 노조 개입필요”
사용자 책임 강화와 법제도 개선도 이뤄져야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30일 오후 2시,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여성노동자 직장내 성희롱 실태조사 및 대안연구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소라미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는 성희롱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적, 정책적 대안을 내놓았다. 그는 우선 노동조합의 역할과 관련, “성희롱 예방교육의 실질화를 위핸 사용자가 실시하는 예방교육에 노조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회사 측에서 정기적으로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한 경우에도, 성희롱 경험률 38.9%에 달해,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사업장의 성희롱 경험률 39%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또한 소라미 변호사는 “설문 결과, 노조가 있는 경우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인 만큼, 노조가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대응 강화 및 홍보를 실시해야 한다”며 “조합원이 가해자인 경우를 예방하기 위한 조합 내 교육 실시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희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사용자의 책임 역시 제기됐다. 미국의 경우, EEOC의 ‘성차별에 관한 지침’을 사용자가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협의해 성희롱에 관한 기본방침을 규정하도록 의무화 되어 있다. 때문에 한국 역시 취업규칙에 성희롱 방지 의무 강화를 필수적으로 기재하고, 단체협약과 노사협의사항에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회사에서 실시하는 성희롱 예방교육의 46.9%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성희롱 전문가 강사 섭외나 외부 전문기관에 교육을 위탁, 상급자나 관리자급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등의 성희롱 예방교육 실질화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현재 미약한 사내고충처리 체계도 정비될 필요가 있다.

사내에서 이뤄지는 자체적인 예방이나 해결 이외에도, 법적으로 성희롱을 규제, 예방, 대처 할 수 있는 체계도 필요하다. 소라미 변호사는 “제 3자에 의한 성희롱을 규제할 수 있도록 정의규정을 확대하고, 작업거부권 등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조치 도입이 필요하다”며 “또한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성희롱 역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고용상의 문제로 산업재해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소라미 변호사는 “성희롱이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발생하고, 보복징계와 같이 고용상의 불이익을 받는 결과로 이어지며 그 결과로 우울증, 대인기피증, 자존감의 손상, 무력감, 상실감 등 정신적 고통을 입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산업재해 적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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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나!

    끔찍한 세상입니다.
    특히! 자본특권중심적 남성적인사회 한국은 아주 심합니다.
    UN에서 여성인권유린1위 정말 부끄럽습니다.

  • ...

    이번 현대차 아산 하청 여성노동자의 성폭력 문제는 개인문제가 아니라 비정규직이라는 고용불안의 조건속에서 증폭된 구조적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