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 지회장 임기 연장 총회 소집에 정투위 반발

정투위 "임원선거 연장할 이유 없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채길용 지회장이 16일 오전 대자보와 소식지를 통해 오는 19일 '임원 선거일정 연기의 건'으로 긴급 조합원총회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지난 7일 금속노조와 한진중공업 사측은 비공개 노사정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금속노조는 '합의문 작성 후 6개월 이내 재고용과 해고자 생계 보장'안을 회사에 제시했지만 회사측은 노측 안을 받지 안고 '2년 내 정상화 후 재고용'안을 냈다.

  정투위의 아침 출근 선전전 [출처: 한진 조합원]

김호규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8일 오전 정투위 소속 조합원들에게 노사정 간담회 내용을 보고했다. 한진정리해고철회투쟁위원회 소속 조합원들은 정리해고 문제를 비켜가는 회사측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며 금속노조에 간담회 결렬을 요구했고, 금속노조는 조남호 회장의 정리해고 철회 결단을 촉구하며 8일 오전 예정돼 있던 간담회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채길용 지회장은 8일 '94명을 위해 1400명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고, 9일 다대포와 감만동에서 보고대회를 겸한 조합원 간담회를 열어 임기 한 달 연장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정투위는 소식지 '완전한 만남' 21호를 통해 "현 집행부는 조합원들에게 가중되는 현장통제와 단협 조항 이행(통근차가 운행되지 않는 점과 더울 때 한 시간씩 쉬던 오침 중단 등)조차 회사측에 말 못하고 있고, 법적으로 보장된 조합원들의 노동조합 출입조차 회사에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 정해진대로 9월에 임원 선거를 하고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하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추석 연휴가 끝난 16일 채길용 지회장은 임기 연장을 위한 긴급조합원 총회 공고를 내고 소식지를 통해 "중단된 노사교섭 재개로 총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 현 상황은 평상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지연되고 있다. 정리해고와 임단협 타결 이후 현안 문제를 하나 하나 해결해야 한다. 중단된 노사협의에서 해고자들과 진솔하게 소통하여 사측에 요구하고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아침 정투위 소식지 '완전한 만남' 22호에는 한진중공업노동조합 전 지회장 5명을 포함한 금속노조 전 지부장, 민주노총 전 경남본부장 등 7명이 연서명한 성명이 실렸다. 이들은 "채길용 지회장은 즉각 사퇴하고 노조배신행위를 중단하라. 정상적인 지회 임원선거에 협조하라. 조남호 회장이 형사처벌을 면제시켜 준 보답으로 임단협 헌납하려는 책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투위의 한 조합원은 "채길용 집행부는 노동조합으로서 일을 집행할 조건이 안 된다. 이미 상집 간부들은 대부분 희망퇴직을 했고 지금 현재 남아 있는 인원이 10명이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회장 선거를 한 달 미루는 것은 옳지 않다. 원래 일정대로 선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6월 행정대집행 하던 날 해고자들이 질질 끌려나올 때 채길용 지회장은 무얼 하고 있었냐. 그리고 이후 회사측에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제대로 안을 낸 적이 있느냐. 이제 와서 해고자들과 소통하겠다고 임기 연장을 해달라니 매일 하는 일이 무언지 궁금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노사정 간담회 결렬선언 이후의 한진중 영도조선소 정문 [출처: 한진 조합원]

또 다른 정투위 해고자는 "지금 94명의 해고자 문제는 안에 있는 1400 조합원들도 곧 부딪치게 될 문제다. 회사는 앞으로 남은 인원들도 점점 외주화해 비해고자들도 머지않아 지금과 같은 고용문제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그걸 알고 현장 조합원들이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해 정리해고 문제를 함께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진 정투위는 "다대포와 감만동 조합원은 총회를 막는다는 말이 있고, 해고자도 엄연한 조합원임에도 노조 출입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태로 총회를 강행하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며 조합원들이 총회를 무산시킬 수도 있다고 했다.

채길용 지회장과 정투위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19일 총회가 성사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채길용 지회장은 전직 지회장들이 낸 성명이 명예훼손이라며 소송을 제기할 뜻을 유인물에 냈고, 이 소식을 접하고 16일 오후 85호 크레인에서는 트위터를 통해 "단식 33일째인 신동순 동지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지회장을 당장 크레인 밑으로 오라며 난간을 잡고 몸부림쳤습니다. 이로인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상태라 세 분의 동지가 간신히 안정을 시켜 놓았습니다. 이런 소식을 접한 지회는 간부 한 분이 크레인에 올라왔는데 지회장에게 그대로 전달하라고 했습니다. 85호크레인은 채길용 지회장에게 간곡히 부탁합니다. 우리 조합원들이 85크레인을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가게 하면 안 됩니다. 제발 부탁합니다. 임기를 연장해 임단협만 먼저 타결하려고 하는 것은 회사가 조합원을 협박하기 때문에 크레인을 극단으로 몰아갈수 있습니다. 지회장이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회사가 노리는 것이 바로 지회장이 하려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임기 내 최선을 다해 봅시다. 임기 내 회사가 풀지 않으면 노동조합도 새로운 진영을 구축해서 투쟁해야 합니다. 그래야만이 지회장과 함께 정말 열심히 했던 부차장들이 비록 명예퇴직을 하고 나갔다고 해도 다시 안아올 수 있는 길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것이 지회장이 최소한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도리라고 봅니다. 더이상 조합원이 2003년과 같은 비극은 만들지 않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라는 말을 전했다.(기사제휴=울산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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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세상

    2003년의 비극은 안됩니다. 민노총 선거 핑계로 나몰라라 하는 모습 또한 매우 무책임하게보입니다. 한진중공업 망하더라도 선거가 중요해 보이는 모습니다. 그럴거면 끼지 말고 걍 노사 자율에 맡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