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다닌 두 아이 엄마 어린이날 뇌종양 진단

[인터뷰] 삼성반도체 뇌종양 피해 노동자 이윤정 ...다시 병원행

  건강했던 시절의 이윤정 씨
2010년 5월 5일 어린이날에 뇌종양(교모세포종) 진단을 받은 삼성반도체 노동자 이윤정 씨가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진단을 받은 이후 수술과 방사선 치료, 약물 치료를 받으면서 많은 환자들이 겪는 부작용을 겪지 않고 상태가 호전되어 주변사람들로부터 “더 오래 살 수 있을 것 같다”라는 기대감을 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병은 재발했다. 올 5월경부터 갑자기 몸 상태가 안 좋아진 이윤정 씨는 9월 6일 오후 3시경 서울 일원동 삼성병원 응급실로 찾아갔지만, 병원은 병실을 내주지 않았다. 병원을 찾아간 지 24시간이 지나도록 병실을 내주지 않아 이윤정 씨는 방문객들이 앉아서 쉬는 긴 의자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어야 했다.

그렇게 또 다시 방사선 치료가 시작됐다. 이번에는 뇌의 앞부분이었다. 작년에 1차 수술을 했기 때문에 다시 수술을 하기는 힘들어 방사선 치료가 바로 시작됐다. 이번 치료로 그녀는 지체 4급 장애 판정도 받았고, 화장실도 혼자 가기 힘들며, 가끔 실언을 하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의 걱정은 늘어만 가고 있다.

그녀와 남편 정희수 씨를 자택에서 만났다. 이윤정 씨는 방사선 치료로 인해 기력이 떨어졌고, 병의 증세로 가끔 실언을 한다고 했기 때문인지 극도로 말을 아꼈다. 남편 정희수 씨는 계속 안타까워하며 옆에서 그녀를 지켰다.

  작년 5월 '뇌종양' 진단을 받고 치료 후 상태가 호전된 이윤정 씨는 올해 9월 다시 병원을 찾아야만 했다. 긴급히 응급실로 갔지만 24시간이 지나도록 삼성병원은 병실을 내주지 않았다. [출처: 반올림]

위험한지 모르고 6년 동안 일한 이윤정 씨
퇴직하고 아이 둘의 엄마가 되어서 ‘뇌종양’ 진단 받아


이윤정 씨는 1997년에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했다. 많은 주변 동료들이 그러했듯이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입사했다. 맡았던 업무는 반도체 칩을 고온기계에 넣어 열에 견딜 수 있는지 테스트 하는 것이었다. 일정 온도에 노출된 반도체 칩을 기계에서 꺼내 그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 하고, 불량을 골라내는 일이다. 이 일은 각종 유해 물질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기계를 열면 연기가 올라와요. 반도체가 불량인지 아닌지를 가려내기 위해 눈을 갖다 대서 살펴보는데 역한 냄새도 나요. 칩을 손으로 만지기라도 하면 피부가 벗겨질 정도였어요. 그리고 피부병이 생기기도 했고요. 불량을 골라낼 때 칩 사이사이에 까만 가루가 끼어 있으면 작업이 잘 안되니깐 그걸 에어컨으로 불어주는데, 그러면서 칩에 묻어 있는 좋지 않은 물질을 들이켰던 것 같아요”

테스트 공정의 작업자들에게는 마스크와 장갑이 지급되었다.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착용하고 일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면장갑은 금세 더러워졌고, 장갑을 끼고 있으면 칩을 끼울 때 속도가 잘 나지 않았다. 마스크 또한 불편해서 항상 착용하고 있지는 않았다.

“불편하니깐 장갑이나 마스크를 벗고 작업했어요. 하지만 관리자들이 그런 것들을 반드시 착용해야 된다고 알려주지 않았어요. 또, 우리가 그렇게 건강에 유해한 작업장에서 일하는 것도 몰랐으니깐 더 착용하지 않았죠. 다들 생산량에 목숨을 걸었지 우리 건강에는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어요”

같은 라인 후배인 유명화 씨는 1년 밖에 일하지 않았지만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에 걸렸다. 그녀는 수혈을 받아야만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주변 동료들이 뇌에 종양이 생기고 유산을 경험하기도 하고 장애가 있는 아이를 출산하기도 했지만, 이 씨는 자신이 하는 일이 그렇게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대부분이 일하고 있는 당시에는 위험하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주변에서 이 일이 위험하다고 이야기 해주는 사람도 없었고요. 물론 주변의 동료들이 아프니깐 불안해 하기는 했죠. 일하다가 갑자기 안 나오고, 그러다가 퇴사하는 일이 종종 있었으니까요. 이런 이야기들이 오픈되어 있지 않으니깐 끼리끼리 이야기 되고 말았어요. 회사에서 전체직원들에게 알려주고 대책을 마련하는 일도 없었으니까요”

결국, 이 씨는 일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2003년 까지 6년을 일했다. 이 후 퇴사하고 전업주부로 생활하다 작년 ‘뇌종양’ 진단을 받게 된다. 두 아이의 엄마인 이 씨가 시한부 1년을 받게 된 것이다.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 ‘삼성반도체’ 때문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반도체 때문일 것이라고는.... 하지만 남편이 ‘삼성반도체 백혈병문제’에 관련된 TV프로그램을 보고 이야기 하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병원에서는 ‘뇌종양’ 이기 때문에 ‘백혈병’ 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의심이 될 수밖에 없었죠. 50대 남자들한테 많이 발생하는 질병이고 가족력도 없는데,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게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남편 정희수 씨는 아내가 뇌종양 진단을 받은 이후, 삼성과 근로복지공단을 찾아가며 싸웠다. 그가 느낀점은 '삼성과 근로복지공단이 다르지 않다' 였다.

삼성 직원, “시민사회단체와 활동하지 마라”
근로복지공단 직원, “삼성과 연관이 있으면 내 배를 째라”


남편 정희수 씨는 아내가 뇌종양 진단을 받은 이후, 삼성과 근로복지공단을 찾아가며 싸웠다. 그가 느낀점은 '삼성과 근로복지공단이 다르지 않다' 였다.

이 씨가 ‘뇌종양’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고 나서, 남편 정 씨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과 만나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삼성’과 ‘근로복지공단’을 오가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가 그들로 받은 것은 ‘고통’ 그 자체였다.

지난 7월 6일 근로복지공단 이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기 위해 이사장실로 찾아가던 ‘삼성반도체’ 피해자 가족들이 공단 직원들에게 가로 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직원들이 계단을 막아 정 씨를 감금상태로 만들었으며, 다른 가족들은 몸싸움이 벌어져 실신하기도 했다. 정 씨는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고 했다.

“우리들은 ‘공단’이 ‘삼성’과 똑같다고 볼 수밖에 없었어요. 공단은 전혀 노동자를 위한 곳이 아니었어요. 결국 이사장과 면담하는 자리에서도 자기네들은 힘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죠. 거기 직원이 그러더라고요. ‘공단은 깨끗하다. 삼성하고는 절대 연관이 없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내 배를 째라’고 하더군요. 나중에 진짜 비리가 터지면 자기들 배를 쨀 수 있을까요? 모두 다 부패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었어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20일 국정감사 과정에서 삼성과 근로복지공단의 유착의혹이 또 다시 드러났다. 근로복지공단이 지난 7월 4일 삼성전자와 합동대책회의를 한 후, 삼성반도체 백혈병 산재인정 판결 항소이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정 씨는 삼성에게서도 비슷한 고초를 겪었다. 지난 9월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본관 앞에서 집회를 마치고 돌아가던 중 삼성의 경비가 시비를 걸게 된다. 몸싸움이 발생하고 정희수 씨가 항의 하는 과정에서 경비가 침을 뱉었다. 결국 경찰이 오자 그 경비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얼굴을 닦아주고 사과를 하는 것으로 합의해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정 씨는 이 사건이 ‘삼성’의 본질을 보여준다고 했다.

“제 얼굴에 침을 뱉은 경비가 끝까지 안했다고 주장하더니, 경찰이 와서 중재하고 합의를 보자고 하니깐 결국 인정을 했어요. 그래서 제가 그때 경찰에게 ‘저게 삼성의 진짜 모습이다’고 했어요. 끝까지 안했다고 하다가 경찰이 중재를 하니까 실토하는 모습... 우리는 그런 놈들하고 싸우고 있는 것이에요. 삼성 경비부터 그런 식인데 ‘삼성’이라는 기업은 어떻겠어요? 10년이 되던 20년이 되던 삼성은 흐지부지 될 때 까지 계속 버티는 거죠. 삼성은 결국 사람들을 써먹기만 하고 나중에 헌신짝처럼 버리는 거예요”

이 씨가 방송에 나가고 나서, 정희수 씨는 삼성반도체 공장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그러고 나서 직원들이 방문을 했고, 그들은 시민사회단체와 활동을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정 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이후 직원들은 한 번 더 방문을 했지만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삼성은 우리에게 최소한 치료를 잘 마쳤느냐, 명절을 잘 보냈느냐 등의 안부전화를 해야 하는데도 1년이 넘도록 전화한통도 없어요. 물론 상관은 없어요. 자기네들이 우리에게 뭐라고 하겠어요? 도와주겠다 그 말 밖에 더 하겠어요?”

“우리가 이렇게 싸우는 이유는 ‘인정’을 해달라는 거예요. 우리 아들, 딸에게 엄마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그냥 세상을 떠났다가 아니라, 회사에서 일하다가 유해 물질에 노출되어서 세상을 떠났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은 거예요. 무턱대고 그냥 세상을 떠났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억울해요”

“아내가 진짜로 힘들 텐데 지금까지 한 번도 눈물을 안보였어요.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전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해야지 하고 생각하는데 그게 쉽지 않네요. 삼성 생각만 하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요. 진짜로 저 본사로 쳐들어가서 다 부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내 아내가 삼성에서 일하다가 병을 얻어서 죽었다는 거, 추모하는 위령비라도 만들어서 공장 앞에다가 세우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이윤정 씨는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병을 얻게 된 피해자들에게 힘을 내야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벽에 걸려있는 사진들을 가리켰다.

“모두가 힘들 거예요. 하지만 각자가 버티고 있는 이유에 무엇인가가 있을 거예요. 저는 저 벽에 붙어있는 사진들을 보면서 버텼어요. 모두가 힘을 많이 냈으면 해요”

  이윤정 씨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게 해준 가족들. 벽 한켠에 가족들의 사진이 붙어있다.

22살 김영란, 23살 윤은진, 31살 황민웅, 27살 이숙영, 23살 황유미, 23살 박지연, 30대 남상택, 30세 김경미, 28살 박진혁, 33세 최미희, 이상해, 27세 연제욱, 26살 김주현, 51살 주교철 씨 등 50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백혈병으로, 뇌종양으로 교모세포종으로, 흑색종으로, 종격동 생식세포종으로, 난소암으로, 위암으로, 재생불량성빈혈로, 폐암으로, 혈액이상으로, 골육종으로 ,피부암으로, 자궁암, 난소암으로, 혹은 자살로 죽어 갔다.

또, 지난 9월 22일 삼성전자 협력업체에서 전자회로판 세척작업을 하던 34세의 박성철 씨가 백혈병으로 숨을 거두었다. 지난 8월 10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신청을 했으나 그 결과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것이다.

지난 2007년 고 황유미 씨의 죽음으로 삼성반도체 백혈병 집단 발병이 알려지고 나서 4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피해자 제보가 140여명으로 늘어난 것과 이 가운데 5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것뿐이다.

반도체 노동자의 죽음의 행렬이 멈추지 않고 있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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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숙희

    저희조카도 삼성반도체 수원기흥공장에 취업중인데~
    각종 TV,신문보면서 백혈병위험 있으니까 퇴사하라고해도 듣지않아요.위험성을 별인지못하고 일을하고 있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