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반자본주의운동 중심이 되다

“일어서는 침묵세대의 미국 젊은이들”

세계자본주의의 중심인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 3주째 점거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Occupy Wall Street(월가를 점거하자)”를 내세우며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북쪽 200미터 떨어진 주코티 공원에는 9월 17일부터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노숙과 시위를 계속하고 있으며 시간이 갈수록 참가자들이 늘고 있다.

이 시위는 캐나다의 대안적인 시각문화운동 잡지인 “애드 버스터즈”가 “9월 17일 월스트리트를 점령하자”고 호소한 것에서 시작되었다(http://www.adbusters.org/campaigns/occupywallstreet). 이 호소는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 통해 젊은이들 층으로 퍼져나갔다. 9월 17일 뉴욕 광장 점거에 이어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필라델피아 등 미국의 10여개 도시에서 “농성”이 차례로 시작되고 있다.


“일어서는 침묵세대의 미국 젊은이들”

이번 점거 시위는 반전세대나 기존 단체 활동가들이 아닌 그야말로 젊은이들이 주축이 되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일어선 침묵세대의 젋은이들”이라는 글을 쓴 츠야마 게이코 씨는 월스트리트 점거 광장을 찾아 “참가자의 대부분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청년들”이라고 밝혔다. 베이비 붐 세대와 1960~70년대 반전운동을 경험한 세대 등이 “전쟁 반대” “지자체 예산삭감 반대” “인종차별 반대”등의 시위에서 보던 친숙한 얼굴들은 없었다.

“금융가 등 인구의 단 1%의 사람들이 세계를 나누어 갖고 있고, 99%의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는 것은 말이 안된다.”(메릴랜드에 거주 남성, 24세)
“친구 15명과 함께 메인주에서 왔다. 가난한 사람도 살아 갈 수 있도록 자본주의를 바꾸어야 한다.”(벨기에 남성, 19 세)
“아버지가 집을 잃고 자살했다. 지금의 경제 구조를 바꾸고 싶다.”(샌프란시스코 거주 여성)

시위가 변화하고 있는 것은 연령층뿐만이 아니라고 게이코 씨는 강조했다. 이른바 광장 민주주의가 이들 사이에서도 꽃을 피우고 있다. 이것이 뉴욕 경찰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점거 시위가 3주차에 접어 들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애초 점거를 제안한 사람들의 호소는 “황금만능주의 월스트리트를 점거하여 세계를 바꾸자”는 것뿐이었다. 그 다음으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 과제를 어떻게 설정해 나가는 지는 매일 참가자들의 “총회(general assembly)”를 진행시키면서 활동하고 있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미국 전역에서 배달되어 온 피자와 물이 항상 있다. 조직은 어느 정도 확립되어 왔으며 합의를 이끄는 “기획팀” 구급상자를 가지고 다니는 “의료팀” 식품 기부와 조달을 나누는 “음식팀” 등이 있다.

특히 “미디어팀”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광장 한가운데에 발전기를 갖추고 항상 몇몇 사람이 컴퓨터로 합의사항이나 시위 모습을 거의 24시간 온라인 동영상으로 보내는 것 외에도 트위터와 웹사이트에 경찰 폭력을 촬영한 비디오를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정보를 생성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젊은이들이 차례차례로 참가해 처음에는 쳐다보지도 않던 대기업 미디어들도 취재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9월 24일 주말에는 미국에서 더 많은 젊은이들이 참가했기 때문에 1000여명의 자발적인 시위가 일어났고 뉴욕 경찰과 충돌해 100여 명이 체포되었다.

현장에 있던 스페인 사람 마리우스(19세)에 따르면, 경찰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여성 2명이 최루 가스를 사용하여 통행인 포함 90여 명이 경찰이 펼친 붉은 그물 안에 둘러싸여 체포되었다. 경찰은 체포자 운반차량이 부족하여 지나가던 뉴욕 도시교통국 버스를 세워 경찰서까지 옮겼다고 한다.

그 다음 주말이었던 10월 1일에도 미국 전역에서 월스트리트 점거에 대한 연대시위가 일어났다. 뉴욕에서는 약 1만 명이 시위에 참가해 브루클린 브리지에서 경찰이 시위대의 선두에서 약 700명을 체포했다.

  2011년 10월 1일 뉴욕 브루클린 브리지 [출처: 일본 레이버넷]

  2011년 10월 1일 뉴욕 브루클린 브리지 [출처: 일본 레이버넷]

점거 지지 성명 번져...조지 소로스도 “(점거) 공감한다”

이 과정에서 월스트리트 점거시위에 대한 지지도 번져나고 있다.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와 라디오 헤드 등이 이 캠페인에 지지를 표명했다. 시위현장을 찾은 마이클 무어 감독은 시위대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매우 중요하고 역사적인 일을 해냈다. 이런 일은 다른 곳에서도 일어나야 한다”고 지지의사를 밝혔다.

영화배우인 수잔 서랜든도 시위대를 찾아 “불평등에 대한 분노는 정당하다”며 점거 시위에 대한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예술가인 오노 요코도 트위터를 통해 시위대를 “영웅”이라고 칭찬했다.

촘스키 교수는 “지난 30년간 (월스트리트의) 이런 행동은 점점 심해졌다. 그들의 경제적 권력은 급진적으로 늘어났고 이는 정치적 권력도 증대시켰다”며 “사악한 순환 구조 속에서 1% 밖에 안 되는 적은 사람들에게 막대한 양의 부와 권력이 집중되는 동안 나머지 사람들은 소위 '프레카리아트'가 되어 갔다”고 밝히며 점거시위의 정당성을 옹호했다.

심지어 투기자본가인 조지소로스도 3일(현지시간), 미 은행과 중소기업과의 격차 확대 등을 지적하며 “(시위 참가자의) 불만에는 공감할 수 있다”고 표명했다.

소로스는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한 자금 제공을 발표한 유엔본부에서의 기자회견에서 “많은 중소기업이 도산하는 반면, 은행의 불량자산을 사실상 경감하는 결정이 은행에 큰 이익을 가져왔다”라고 말해 미 정부의 정책을 은근히 비판한데다가, “솔직하게 말해 (시위 참가자의) 기분은 안다”라고 말했다.

  2011년 10월 1일 뉴욕 브루클린 브리지 [출처: 일본 레이버넷]

미국에서 벌어지는 대중적인 반자본주의 운동

“미국은 중동과 달리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으로 언론의 자유도 보장되고 실업률도 중동이나 유럽만큼 높지 않다. 그런 미국의 젊은이들이 일어섰다.” 츠야마 게이코 씨의 말 만큼이나 눈앞의 실업 문제와 경제 위기 우려뿐만 아니라 미래 예측의 불확실성을 미국의 청년들이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최근, 등록금 폭등에 불만을 품은 영국 청년들의 폭동이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 칠레 등지에서는 교육투쟁이 확대되고 있다. 북아프리카의 민중혁명의 바람을 반미국가들로 전파시켜려 했던 미국은 거꾸로 가장 비민주적인 월스트리트가 미국 청년들에 의해 공격받고 있다.

“월가를 점거하라”는 신자유주의적 글로벌 자본주의와 시장주의 개혁이 가져온 경제 파탄, 거대한 빈부격차 그리고 거대 자본이 지배하는 비민주적인 정치에 대한 포괄적인 항의 행동이다. 이것은 자본주의체제에 대해 정면으로 대항하는 성격이라 할 수 있다. 세계자본주의를 위기로 몰아간 견인차 역할을 해 온 월스트리트가 이제 반자본주의 운동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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