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민영화 군불 모락모락

요금인하 강조하며 민간 철도운영회사 도입 가능성 시사

2015년 개통할 예정인 서울 수서~부산, 수서~목포 간 고속철도(KTX)를 철도공사가 아닌 민영회사가 운영 사업권을 따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철도노조는 철도민영화 정책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정부는 2014년 말까지 수서에서 경기 평택을 잇는 수도권 고속철도를 건설할 예정이다. 수서에서 평택까지 고속철도가 깔리면 수서~부산, 수서~목포 구간 고속철도를 2015년 초 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이 구간을 민간 철도운영 회사가 운영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철도노조는 이 같은 철도 경쟁체제 도입에 한국교통연구원이 긍정적인 분석 보고서를 낸 것을 두고 주목했다. 철도노조는 18일 “한국교통연구원은 허황된 수요예측으로 인천공항철도를 부실로 빠뜨려 투기건설자본의 배만 불리고, 철도공사가 그 부실을 감당하도록 했던 곳”이라며 “최근 ‘용인의 재앙’이라고 불리는 용인경전철 사업과정에서도 수요예측 용역을 주도했던 곳”이라고 지적했다.

또 “철도산업의 공공성과 안전최우선의 가치를 무시한 채 경쟁과 수익성의 가치를 앞세운 사유화 정책의 폐해는 이미 명백하게 확인된 바 있다”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그리고 보수언론과 연구기관이 합작으로 철도산업의 경쟁체제 도입과 사유화의 군불을 끊임없이 지피고 있다”고 강하게 우려했다.

한국교통연구원 장밋빛 전망만 제시

한국교통연구원은 지난 9월 28일 건설회관에서 ‘철도운영 경쟁체제 도입’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이 세미나에서 이재훈 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법적으로 철도공사 이외 사업자도 철도운영이 가능하다”며 “신규사업체가 수도권 고속철도를 이용해 수서~부산, 수서~목포 간 고속철도 운송사업을 경영하면 고속철도 운임의 80% 수준에서도 수익률이 8.8%가 된다“고 주장했다.

민간투자사업의 적정수익률 8%를 상회하기 때문에 철도운영 경쟁도입으로 현재 고속철도 운임을 인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고속철도 운임을 최대 20%까지 인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훈 위원의 발표문은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 찼다.

이재훈 연구위원은 19일 SBS 라디오에도 출연해 “고속철도 요금인하는 현재 코레일이 운영하는 고속철도사업이 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고속철도 사업부분은 2005년 이래 계속 흑자를 기록했고 2010년에도 약 3,200억 정도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속철도 사업의 과다한 이익을 추리면 우선 요금인하가 가능하고, 민간 사업자가 운영비용을 절감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재훈 위원은 “새로운 철도운영 회사 출현 가능성을 제기하고 민간 사업자가 운영한다는 전제로 사업성을 분석했다”며 “현재 몇몇 기업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준비 중인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훈 위원은 새로운 철도운영회사 도입을 민영화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영국이 철도 사업 민영화 후 8년 만에 철도시설을 다시 공공화 했다는 지적을 놓고 “영국은 철도 운영뿐만 아니라 철도 선로의 건설이나 유지보수도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민영화를 했지만 우리나라는 철도 건설과 유지 보수를 국가가 책임지고 있어 영국의 사례와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교통연구원의 고속철도 요금 인하 주장은 일부 승객이 많고 요금이 비싸 수지가 맞는 구간만 분석해 의도를 가지고 철도의 현실을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또 유지보수 업무도 안전문제가 발생 할 수밖에 없다는 반박도 나왔다.

철도노조, “일단 요금 문제만 부각해 철도 공공성 호도”

백성곤 철도노조 홍보팀장은 “한국교통연구원이 고속철도 요금인하를 주되게 운운하는 것은 재벌회사가 철도산업에 들어올 수 있도록 가장 민감한 요금 문제만 부각시켜 호도하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백성곤 팀장은 “고속철도는 요금이 비싸기도 하지만 승객이 많고 정차 구간이 적어 흑자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철도공사가 지하철과 새마을, 무궁화와 수익성이 없는 지선, 간선, 통근선을 유지하는 것은 시민을 위한 공공성을 지키기 때문이다. 수익이 나는 부분만 떼어 이윤을 챙겨 가면 공공성은 무너진다”고 반박했다.

고속철도만 떼어가면 철도공사는 더 많은 적자를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또 일단 일부구간에 민영회사가 진입하기 위해 요금 인하를 내세우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전문제나 공공성 문제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백 팀장은 “일단 신규 구간에 초기진입하기 위한 방책으로 요금을 낮출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현재도 유지보수 업무를 철도시설공단이 직접 하지 않고 철도공사나 민간업자에 위탁하고 있는데 민간 업자가 들어와 유지보수를 하면 아무리 시설공단에서 관리를 해도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 수익성만 강조하는 민간 업자는 투자나 운영을 제대로 안 해 나중에 공공성이나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