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 민중의집, “주민 노동자가 정치적 주체”

[인터뷰] 강상구 구로민중의집 준비위원장

지난 15일 구로 민중의집이 문을 열었다. 마포, 중랑에 이어 세 번째다.

민중의집은 이탈리아, 스웨덴, 스페인에서 노조와 진보정당 등이 시작한 운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역 주민, 노동자들의 자발적 교육·생활·문화 공동체를 지향하며 2008년 7월 마포 민중의집이 문을 열었다.


구로 민중의집 건립의 주축은 진보신당 구로당원협의회 당원들이었다. 강상구 전 구로당협위원장이 민중의집 건립 준비위원장을 맡았다. 강상구 위원장은 지난 7월 진보대통합 논의 당시 “민중의집을 거점으로 계급적 단결을 하자”며 ‘진보의 재구성’에 대한 입장을 밝혀왔다. 진보정당 간 통합은 무산됐다. 하지만 그는 상층의 진보통합 논의와 관계없이 꾸준히 구로 민중의집을 건립까지 진행해왔다. 지역 풀뿌리 운동을 통해 진보의 재구성을 구상하는 강상구 준비위원장을 만났다.


민중의집을 찾아간 21일은 정식으로 문을 연지 일 주일이 채 되지 않아 완성된 모습은 아니었다. 민중의집에서 상근하는 박은희 간사는 “주민노동자들과 함께 조금씩 채워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도서관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는 소회의실에서 강상구 준비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강상구 위원장은 “구로 민중의집은 지역 주민이자 노동자인 주민노동자의 공동체”라며 “주민노동자의 주체적인 요구를 모아낼 때 노동자 정치세력화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민중의집이 서로 다른 일을 하는 노동자들끼리 웃고 떠들고 놀 수 있는 곳이 되고자 한다"며 "이 주민노동자들의 공통의 요구를 모아 지역을 상대로 싸움을 하겠다"고 민중의집 계획을 밝혔다.

다음은 강상구 위원장과 인터뷰 전문이다.


구로 민중의집은 어떻게 만들어 졌나

흔히 노조에서 사업장 담벼락을 넘어서자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노동자가 계급적 단결을 해 정치세력화 하자고 한다. 그런데 막상 그게 잘 안 된다. 작은 사업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더더욱 쉽지가 않다.

큰 산별노조도 있고 지역 단위의 일반노조 형태도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내고 이들을 조직하자고 하지만 한계가 있더라. 교섭 하러 다니기 바쁘고, 그러다보니 일상적 사업이 없더라. 서로 다른 노동자들끼리 잘 섞이지도 못하고...

지역에 사는 대다수의 주민들도 노동자인데 이들이 서로 만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다른 ‘주민노동자’들이 뒤섞여서 웃고 떠들고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중의집이 그 역할을 하고자 한다.

그럼 주민노동자들이 모이고 나서 무엇을 할 생각인가

민중의집을 준비할 때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내가 어린이 도서관운동 10년 동안 해봤는데 그거 가지고 안돼” 등등... 중요한 것은 지역사업에 대한 목표다. 기존 노조가 포괄할 수 없는 미조직된 주민노동자들이 스스로 정치세력화 되는 것이 목표다.

첫 번째로, 민중의집이 서로 다른 일을 하는 노동자들끼리 웃고 떠들고 놀 수 있는 곳이 되고자 한다. 그 다음은 이렇게 모인 노동자들에게 공통의 요구가 있을 것이다. 이 요구들을 모아서 지역 권력을 상대로 투쟁을 할 계획이다. 지역사장들 연합체가 될 수도 있고, 주민노동자의 공통의 요구를 가지고 구청을 상대로 싸울 수도 있다.

올해부터 주민참여예산제가 시행됐다. 여기에 주민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다. 단순히 요구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민노동자가 직접 의논하고 판단하는 과정이다. 구청에 요구해서 잘 안 될 경우 싸움도 하고.

주민참여예산제에 참여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거라 생각하나

구청에서 하는 행사에 가 보면 우파 단체 사람들 밖에 없다. 좌파들은 풀뿌리 조직 자체가 부실하다. 기존의 우익 조직을 뒤집을 수 있어야 한다. 지역 자체를 좌파적으로 만드는 거다.

주민참여예산제 통해서 직접 참여하는 경험을 가지면 정치의식이 올라갈 것이다. 권력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 풀뿌리 차원의 힘이 필요하다. 기존 우파 조직들처럼 조기축구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유명한 사람과 명망가 강연을 한다고 정치의식이 성장하지는 않는다. 스스로 참여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민중의집 운영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민중의집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총회-운영위-프로그램기획모임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다. 마포 민중의집이랑 협의도 하고 소식지도 같이 내고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민중의집 개소식 때 참석한 방문간호사분과 전화 통화를 했다. 그 분이 “여러 가지를 많이 느꼈다. 학교에서 밥 타는 아이 사진을 보면서 아이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배식하는 노동자와도 함께하겠다는 말에 새로운 걸 느꼈다. 나도 아이를 가진 엄마라 아이 얼굴만 보이더라”고 말씀하더라. 이 분도 10개월 계약직이다. 이러한 주민노동자들이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

이 곳 회의실을 어린이도서관으로 운영하자는 이야기가 있다.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더라도 노동자인 부모들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자 한다. 또 경제교육을 하더라도, 주민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목표로 하고 운영할 생각이다.

수요밥상을 준비하고 있다. 함께 섞여 밥 먹는 것은 참 중요하다. 누구를 초대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잘 섞일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민중의집은 그간 활동가들이 주장과 설득, 설명하려고 하는 모습에서 공감과 소통의 매개 역할을 하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 주민노동자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매개가 되어주는 것이다.

또, 진보적 공간들의 네트워크 역할도 하고자 한다. 구로에도 여러 노조들의 사무실이 있는데 자기들만 쓴다. 지역노동자와 공동체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으면 좋지 않겠나. 민중의집에서 만난 사람들은 노조위원장이던 진보정당 위원장이건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진보정당과 민중의집은 어떤 관계가 있나

선거철만 되면 진보정당 후보들이 유세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유독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안 나오면 만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동네 사람들, 지역 노동자들과 잘 몰랐던 거다. 노조와 진보정당, 민중의집은 각기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나.

민중의집 운동으로 기존 지역정치를 혁신하고자 한다. 주민노동자가 스스로 정치의식화 되지 않으면 우리를 지지할 순 있지만 생각이 바뀔 수는 없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방식의 운동을 만들고자 한다. 지역사회가 바뀌어야 중앙권력도 바뀐다. 아무토대 없이 바꾼다면 의미가 없다. 이렇게 바꾸어 나가는 것이 진보정당이 노동자운동에 기여하는 것이다.

현재 구 별 당원협의회 체계도 바뀌어야 한다. 당원협의회 상근자들이 민중의집 상근자가 돼야 한다. 그래야 대중의 실질적 요구를 받아서 현실을 반영한 정책이 만들어 질 수 있다.

다음 달에 진보신당 대표단 선거가 있다

대표 선거에 출마할지 부대표로 출마할지 확실히 정하지는 못했다. 민중의집에 완전히 집중할 수 없다는 점에서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다만, 민중의집 운동을 전국적으로 퍼트리기 위해 대표단 선거에는 출마할 생각이다.

활동가들의 상이 달라져야 한다. 노조와 진보정당 활동가가 똑똑하고 말 잘하는 이미지에서 저 사람 있으면 재미있다, 즐겁다, 뭔가 결정이 난다는 사람이 돼야 한다.

자기 관념만 급진화해 과격한 입장을 내는 것은 세상을 바꾸는데 도움이 안 된다. 주변사람들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치적 지지를 받으려면 민중의집을 통해 지역운동을 해야 한다. 급진적이냐 개량적이냐 논쟁만 할 것이 아니다. 민중의집은 새로운 실험이다. 책임을 가지고 지역정치 혁신을 해보겠다.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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