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의 반도체 노동자들, 1%의 반도체 자본에 저항하다

2011년 10월 28일, ‘제 1회 반도체 노동자의 날’ 선언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지정한 ‘제 4회 반도체의 날’인 28일, 여의도 6.3빌딩에서는 ‘반도체의 날’ 기념행사와, ‘제 1회 반도체 노동자의 날’ 선언 기자회견이 동시에 개최됐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을 비롯한 연대 단체들은 28일 오후 12시, 6.3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월 28일을 산업 현장에서 건강과 생명을 잃은 노동자들을 위한 ‘반도체 노동자의 날’로 선언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백혈병, 뇌종양, 다발경화증, 중증재생불량성빈혈 등 희귀병을 얻은 노동자는 150여 명. 그 중 50명의 노동자들이 이미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병에 걸린 노동자들과 이미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의 가족들은 매년 열리는 ‘반도체의 날’ 행사에 초대받지 못한다.

반올림은 “‘반도체의 날’은 반도체 산업으로 인한 투자 수익과 경제적 효과를 칭송하며, 첨단 산업의 쌀이 되어준 반도체를 찬양하는 날”이라며 “하지만 반도체 전자산업의 성장과 이익을 거론하기 이전에 우리는 건강과 생명을 빼앗기며 반도체 칩을 만들었던 노동자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반올림은 “2011년 10월 28일, 반도체산업의 단 1%가 축배를 드는 날이 아니라 99%의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실천하는 날로 만들어가고자, 반도체의 날이 아니라 ‘반도체 노동자의 날’을 선언하고 실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날 기자회견에는 반올림을 비롯한 140여 개의 시민사회, 노동, 종교 단체와 정당, 개인등이 ‘제 1회 반도체 노동자의 날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선언문을 통해 “더 많은 노동자가 병들고 죽기 전에,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막아야 하며, 병과 죽음을 막는 것만이 아니라 더 안전하고 더 깨끗하고 더 건강하고 더 인간적인 노동조건을 제공하도록 함께 싸워야 한다”며 “이미 병들고 죽어간 노동자들이 재해를 당하기 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그 책임을 다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반도체 노동자의 날’을 선언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우리는 반도체 노동자의 날을 선언하는 것에 그치치 않고, 우리의 선언이 현실이 되도록 실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취지대로 직업병을 인정하고 산재 인정 판결에 대한 항소를 철회할 것 △화학물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 △직업병 관련 각종 정보를 공개하고 피해 당사자와 독립적인 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할 것 등을 촉구하는 서명지를 전달했다.

서명에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27일까지 전국의 2,174명이 참가했다. 반올림은 이후에도 28일부터 내년 3월, 반도체 산업사망 노동자 추모행사까지 2차 서명운동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참가자들은 이후 12시 30분,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근로복지공단에 따뜻한 온기 불어넣기 퍼포먼스’를 진행한 뒤, 오후 7시에는 ‘따뜻한 온기를 가진 99%의 호~. 제1회 반도체 노동자의 날’ 문화제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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