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 부드러운 어조로 “3자 통합은 진보의 비극”

‘진보좌파 정당건설을 위한 연석회의’ 제안...“진보의 위기는 꿈의 상실”

28일 홍세화 진보신당 신임 당대표의 취임사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단어는 ‘진보의 위기’였다. 수 년 전부터 진보진영에 다양한 언어로 떠돌던 위기라는 단어는 폐허 속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진보신당 신임 당대표의 취임사에서 부드러운 문장과 강한 어조에 담겨 정세적으로 규정됐다.

홍세화 대표가 목도한 진보 위기의 종착역은 자본의 지배를 넘어선 사회에 대한 꿈과 희망을 잃고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으로 귀결된 ‘진보대통합’ 이었다. 홍 대표는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통합연대 3자 통합당을 두고 “이것이 우리가 지금 목격하는 진보의 비극”이라고 강한 어조로 규정했다.

A4 용지 7매 분량의 장문의 취임사에서 홍세화 대표는 한미FTA 폐기 투쟁에서부터 야권연대의 화두를 던지며 진보의 위기의 근원을 짚었다. 이 속에서 ‘진보좌파 정당건설을 위한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진보의 위기, 꿈의 상실과 전망의 부재에서 온 것”

홍세화 대표는 “우리는 지난 노무현 정권에서 시작된 한미 FTA 협정이 한나라당이 지배하는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목격했다”며 “김대중, 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졌던 ‘민주화 10년’의 역설은 바로 자유주의적 개혁정권 시기가 한국사회에 자본의 지배가 공고화된 시기와 일치한다는 데 있다. 어쩌면 국민의 저항 때문에 보수정권이라면 쉽게 엄두를 못 내었을 한미 FTA 협정을 국익을 위한 결단이라 강변했던 것은 다름 아닌 ‘참여정부’였다”고 평가했다.

홍세화 대표는 “우리는 오늘의 사태 이면에 진보정당의 거대한 착각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정직하게 되돌아보아야 한다”며 “언제부턴가 너나 할 것 없이 ‘진보의 위기’란 말을 입에 올리게 되었지만, 그것이 진보정당이 의석수가 적은 데서 비롯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올바르지도 정직하지도 않은 말”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노당 분당사태의 원인을 “자본권력을 해체하려는 뚜렷한 목적의식과 자본의 지배를 넘어선 사회를 전망하고 그를 실현하려는 공동의 의지를 상실했기 때문이었다”고 해석했다.

홍세화 대표는 “단언컨대, 진보의 위기는 근원적으로 꿈의 상실과 전망의 부재에서 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복지와 민생과 관련된 법안을 선도했다는 것으로 진보정당의 소임을 다했다고 자족하면서 이른바 ‘복지국가연대’에 입각하여 한국사회에 FTA를 불러들인 전 정권의 계승자들과 통합하는 것을 가리켜 ‘진보대통합’이라 부르는 것”이라며 “바로 이것이 우리가 지금 목격하는 진보의 비극”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또 “저는 한나라당의 대선주자 박근혜 의원의 ‘선별적 복지’와 민주당이나 곧 만들어질 3당의 통합당이 말하는 ‘보편적 복지’가 실제에 있어 얼마나 다른 차이를 지니는 것인지 잘 파악이 되지 않는다”며 “그것이 성장주의와 생산력에 중심을 두는 같은 뿌리를 지니는 것이라면 그것은 자본주의 극복의 대안이 아니라 자본의 지배의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관리사회’적인 유럽 복지제도를 흉내 내면서 정작 미국식 주주자본주의의 조열한 모사품인 한국의 재벌체제를 해체할 대안도 의지도 없는 정당들의 묶음을 ‘진보통합’이라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날 홍세화 대표는 ‘진보좌파 정당건설을 위한 연석회의’를 제안하고 본격적인 좌파 정당 건설 행보 의지를 드러냈다. 대상은 사회당, 녹색당 창준위, 노동계, 학계, 문화계, 청년계 등이다.

“한미FTA 폐기 원칙 무시되는 야권연대에 휘둘리지 않겠다”

홍세화 대표는 “새로운 진보정당은 우리와 다른 쪽에서 진행되는 ‘3당 통합’에 대항하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며 “1%의 기업지배체제에 집중된 권력을 99%의 민중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삼성권력과 싸우는 정당, 재벌체제를 해체하고 노동자에게 경영권을 돌려주는 정당, 기업국가를 다시 우리 모두를 위한 공화국으로 만들고 노동자와 시민의 자유를 쟁취하려는 목적과 의지를 지닌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세화 대표는 야권연대를 두고는 “다가오는 총선에서 우리의 연대와 연합의 제1원칙은 ‘한미FTA폐기가 야권연대의 전제조건’”이라며 “이 원칙이 무시되거나 몰각되는 연대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홍세화 대표는 취임사에서 수직적 당의 구조와 문화를 바꾸는 당의 혁신과 비례대표 2년 순환제 등 창의적인 실험도 제시했다.
태그

홍세화 , 진보신당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용욱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노동자

    야 웃긴당 홍세화씨 당신들이 진보신당이 노동자민중을 위해 헌신한게 머요 허접한 민주노동당 사람들이 차라리 더많이 하는게 보이던데 허접한 민주노동당도 못따라가면서 무슨 새진보니 머니하는 헛소리를 하는거요 홈페이지로만 투쟁하나 ? 실생활에서 당신들은 부르주아요 노동자민중을 위해 헌신하기보다는 몸보신으로만 유명하지 당신들 쯧쯧

  • 마음

    난파선의 선장을 맡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결단을 할 줄 아는 홍대표의 선택에 경의를 표합니다.
    난파선이라고 떠난 쥐들이지만, 난파선이 아니라 훌륭한 전함이었음을 기억하게 만들어 줘야 합니다.
    진보-좌파연합당... 솔깃합니다.
    어떻게 만들게 될지는 고민이 더 필요하겠지만...

  • 좌파정당을 위해

    '노동자'님, 지금의 위기가 어디서 생겨났다고 보십니까?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계속해서 위기를 겪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노동자 민중을 위해 헌신'한다는 그 말 자체에 답이 숨겨져 있습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생산-소비를 통제하고 정치적 주인이 되는 걸 말합니다. 동정이나 위로를 받을, 복지의 시혜나 받을 객체가 아니란 말입니다. 바로 민중을 위한다며 그들을 객체로 전락시킨 인민주의가, 대의제의 위기가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노동자들의 정치적-경제적 투쟁을 엄호하기는 커녕, 오히려 투쟁의 의지를 꺾을 뿐입니다.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계급의식을 은폐하고, 계급투쟁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 좌파

    진보의 비극이기보다는 군소부패수구정당들의 집결이라고봐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