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에서 확대되는 ‘무기계약직’...‘고용안정’은 공염불

정부, 2년 뒤 정규직화 피하려고 매번 ‘무기계약직화’

정부와 한나라당이 28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9만 7천여 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내년 1월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 방침을 결정했다. 또한 이들은 1년 내에 9만 7천명의 무기계약직 적용을 완료하기로 했다.

아울러 당정은 비정규직에 대한 상여금 지급, 맞춤형 복지, 외주 노동자 보호 등의 정책이 포함된 비정규직 차별개선 가이드라인도 발표했다. 이들은 이번에 발표된 가이드라인은 9월 9일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후속으로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특성을 고려한 추가 대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이번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전환 정책이,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피해가기 위한 정부여당의 ‘편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무기계약직’이라는 직제가 확대되면서, 이들에 대한 임금과 복지 차별을 비롯한 일상적인 차별이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 또한 제기되고 있다.

공공부문에서부터 확대되는 ‘중규직’...정규직과 차별은 여전

당정이 내놓은 정책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현재 공공부문 비정규직 34만 1천명 가운데 상시, 지속적 업무 종사자 9만 7천명이 ‘비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상시, 지속적 업무 종사자’는 지난 2년 이상 업무가 계속됐고, 향후에도 지속되는 업무를 담당하는 기간제 노동자들이다.

고용노동부는 12월에서 내년 1월, 직무분석과 평가기준을 시달하고, 각 기관은 이에 따라 해당 노동자의 무기계약직화 전환을 추진하게 된다. 현재 당정에서 정한 검토대상자는 9만 7천여 명이지만, 각 기관별 전환 과정에서 또 한 번 검토를 거치게 돼 사실상 규모와 인원은 줄어들 수 있다.

‘무기계약직’은 비정규직과 비교해 고용이 안정된 형태지만, 여전히 정규직과의 차별을 내포하고 있는 고용 형태다. 임금과 복지 등은 비정규직의 처우와 같되, 고용의 안정성만 보장하고 있어 사실상 일각에서는 ‘중규직’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특히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화는 고용 형태만 다르게 설정하면 되는 것이어서, 해당 정책을 위한 정부의 별도 예산을 필요하지 않다.

이처럼 무기계약직화는 지금까지 노동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적용과 무관한 것이어서, 이 같은 정책을 놓고 노동계의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사실상 정부가 ‘무기계약직’이라는 별도의 하급직대를 만들어, 차별을 확대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활동가는 “상시적 업무를 해왔다는 것은, 그동안 반복적으로 계약을 갱신하며 정규직처럼 일 해왔다는 것이고, 이는 당연히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하는 것인데 정부는 ‘무기계약직’이라는 차별적 직제를 별도의 하급 직대로 만들어 임금과 차별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무기계약직화에 따른 고용안정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무기계약직 역시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 등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의 경우, 계약서 상에 사측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김혜진 활동가는 “대다수의 공공부문에서 이들의 계약서에는 구조조정과 외주화가 필요할 경우, 갑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명시 돼 있어 사실상 고용안정이라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2년 뒤 정규직화 피하려고 매번 ‘무기계약직화’
‘비정규직 차별개선 가이드라인’도 미비


기간제법에 따르면,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명시 돼 있다. 하지만 정부는 매번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하며, 2년이 경과한 비정규직들을 ‘무기계약직화’ 하고 있어, 사실상 법망을 피해나가기 위한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7년에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20만 6천 여 명의 기간제 노동자 중 7만 1천 명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했다. 당시에도 노동계는 정부가 전시효과를 노린 부실대책을 마련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차별고착화를 가속화 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때문에 민주노총은 28일, 논평을 통해 “정부의 이번 대책은 200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재탕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각론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수준의 미흡함과 불합리한 관행을 지적했지만, 이를 전면 해소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총 34만 1천 명으로, 2006년에 비해 2만 8천 970명 가량이 증가했다. 또한 노동부는 기간제, 시간제 등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24만 1천명으로, 2006년에 비해 15.9%에서 14.3%로 감소했다고 주장하지만, 민주노총 공공노조는 정부가 정부 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해 통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파견, 용역 노동자들이 2006년 20.8%에서, 현재 29.3%로 증가하면서, 과거 공공부문 직접고용 비정규직이 외주화에 따른 간접고용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확대에도, 정부는 여전히 비정규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정책의 기본방침을 통해 “공공부문도 행정수요가 증가하고, 효율적인 예산 및 인력운영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있어 비정규직 활용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와 여당은 ‘비정규직 차별개선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고용개선을 위한 추가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맞춤형 복지제도, 상여금, 사내근로복지기금 등의 수혜를 확대하여 복지확충과 처우개선 도모 △용역계약제도 개선을 통해 청소용역 등 외주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 △고용구조 공시제, 매년 실태조사 등 비정규직 고용개선상황을 관리하고 평가하는 등의 정책이 포함 돼 있다.

이에 대해 공공운수노조, 연맹은 “용역업체 적격심사 강화와 계약 체결시 용역노동자 보호 관련 사항을 명시하도록 했으나, 이로 인한 용역단가 인상이 재원으로 뒷받침되지 못하면 실효성이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며 “또한 복지포인트와 상여급 지급확대 정도로는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 해소를 기대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역시 성명서를 통해 “외주용역 및 파견근로자의 수는 증가했는데도, 이들을 위한 대책은 사내근로복지기금 확충,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수준보장, 4대 사회보험 적용 등 선언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한국노총은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공공부문내의 파견, 용역,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칙적 정규직 전환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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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111

    민주노총 = 한국노총

  • 111

    경총은 은저거 받아들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