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권대책위, 한미FTA 이행 저작권법은 “위헌”

“한미FTA 이행 저작권법, 소급입법 금지 위반”

한미FTA협정 이행을 위해 개정된 저작권법이 위헌이며, 불평등 개정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1월22일 한미FTA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된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이 협정에 서명했지만 협정 발효를 위한 검증 과정에서 미국은 이행의무을 하지 않고 한국만 이행의무가 있는 등 불평등 협정 문제들이 밝혀 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FTA저지 지적재산권대책위(이하 대책위)”는 5일 성명을 내고 22일 통과된 한미FTA 협정 이행을 위해 개정된 ‘저작권법’이 “위헌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은 이행하지 않는 내용을 우리만 일방적으로 이행하는 불평등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성명에서 이번에 개정된 저작권법이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을 금지한 헌법 13조2항에 위배되고, △한미FTA 협정 이행에 필요한 미국 측 조치가 없고 △‘일시적 복제’ 규정이 모호해 인터넷 사용을 위축시키며 △한미FTA 협정에도 없는 서비스 사업자의 모니터링, 필터링을 의무화 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침해...“위헌”

저작권법은 86년과 94년 두 차례 개정에서 각각 다른 기간이 정해져 △1987년 7월 1일부터 1994년 6월 30일 사이에 발생한 저작인접권의 보호기간은 20년인 반면, △1994년 7월 1일 이후 발생한 저작인접권의 보호기간은 50년으로 적용돼 왔다.

그런데, 이번에 통과된 저작권법은 1987년 7월 1일부터 1994년 6월 30일 사이에 발생한 저작인접권 보호기간을 똑 같이 50년으로 늘였다. 특히, 1987년 7월 1일부터 1990년 12월 31일 사이에 발생한 저작인접권의 보호기간이 이미 만료된 상태에서 이를 다시 회복시켜 주는 조치다.

이에 대해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보호기간이 만료된 저작물에 다시 배타적 권리를 주는 것은 역으로 해당 저작물의 이용자에게는 손해를 야기하게 되고 특히 저작인접권이 만료되어 인접권자 허락없이 해당 저작물을 이용하고 있는 이용자에게는 명백한 재산적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헌법 13조2항이 규정한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침해 금지를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같은 저작권법 개정은 사실상 한미FTA와 관계없이 개정되었다.

오병일 활동가는 “이 내용은 애초에 2011년 3월 25일 한선교 의원이 대표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소급입법의 위헌성 문제가 제기되어 보류되어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국회의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서도 “개정안은 진정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을 금지한 헌법제13조제2항을 위반하여 이용자 및 온라인음원사업자 등의 재산적 지위를 박탈할 우려가 있”으며, “보호기간을 소급하여 연장할 중대한 공익상의 이유가 있지 않는 한 법치국가의 원리를 위반하면서까지 이미 소멸된 권리를 회복시키기 보단 현행 법률하에 형성된 법률관계의 안정성과 신뢰를 보호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위헌의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미FTA 협정 제18.1조 제10항은 “이 협정의 발효일에 이미 공공의 영역에 속하게 된 대상물에 관한 보호를 회복하도록 요구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미 만료되어 공공영역에 속한 저작권 등은 필수적인 개정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병일 활동가는 “2008년 정부가 애초에 발의했던, 한미 FTA 이행을 위한 저작권법 개정안에는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고, 한선교 의원의 개정안에도 한미 FTA 협정 이행을 위해 필요한 입법이라는 언급이 전혀 없었다”며 “한미FTA 협정비준을 틈타 위헌 소지가 높은 법률을 슬쩍 끼워 넣은 꼼수”라고 설명했다.

한미FTA 협정 의무 이행조치 안한 “미국”

대책위는 또한, 한미 FTA 협정의 발효를 위해서라면 미국 역시 협정상의 의무를 자국법에 반영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대책위에 따르면, 미국은 저작권법 관련해서만 △일시적 복제 △기술적 보호조치 미비 △형사절차 의무화 적용 등 최소 3개 분야에서 협정 이행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우선, ‘일시적 복제(저장)’에 대해 이번에 국회를 통과된 저작권법은 협정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저작권법(제101조)은 ‘일시적 저장’을 복제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 법원 역시 버퍼 메모리에 1.2초 이하로 저정되는 것을 복제가 아니라고 판결한 바 있다. 미국은 저작권법 제101조를 개정하여야 하는데, 미국의 한미FTA 이행법은 이를 위해 필요한 아무런 조치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기술적 보호조치’와 관련, 국내 저작권법은 이미 한미 FTA 협정의 내용을 반영하고 있지만, 미국 저작권법(제1201조)은 협정의 내용보다 그 보호범위가 축소되어 있다.

그리고, 저작물의 불법 복제물에 대한 위조 서류 또는 포장을 밀거래하는 경우 형사 절차가 적용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나, 미국 형법(제2318조)은 위조 서류 또는 포장이 ‘저작물일 경우에만’ 형사절차가 적용되도록 하고 있어 협정문과 차이가 난다.

인터넷 사용 위축...‘일시적 복제’의 모호함

이번 개정된 저작권법은 제2조에서 ‘일시적 복제’를 저작권법 상 복제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 이용에는 일시적 복제(저장)는 불가피한 일이므로 이에 대한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개정된 저작권법 제35조의2는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그 저작물을 그 컴퓨터에 일시적으로 복제할 수 있다. 다만, 그 저작물의 이용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한다.

즉, 일시적 복제를 저작권법상 복제로 규정(제2조 22)하고, 통상적인 인터넷 이용행위가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도록 예외를 규정(제35조의2)한 후, 다시 예외의 예외(단서조항)를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병일 활동가는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일시적으로 복제하는 경우 중에 저작권을 침해하는 범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 알 수가 없다”며 “저작권 침해인 일시적 복제와 그렇지 않은 일시적 복제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면, 인터넷을 통한 저작물에의 접근 및 이용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필터링 의무화...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한편, 한미FTA 협정에서는 의무화하고 있지 않아 미국에서도 하지 않는 조치를, 한국에서만 조치를 취해 형평에 문제가 있는 부분도 있다.

한미FTA 협정 제18.10조 30.나.7) 은 “서비스 제공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감시하거나, 침해행위를 나타내는 사실을 능동적으로 찾아야 하는 것을 조건으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서비스제공자가 자신의 서비스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필터링을 의무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저작권법은 제104조에서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P2P, 웹하드 업체)로 하여금 권리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필터링(저작물 등의 불법적인 전송을 차단하는 기술적인 조치)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이미 서비스에 올라온 불법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요청에 의해 삭제하는 조치를 넘어, 서비스제공자가 항상적으로 이용자의 이용행위를 모니터링하도록 한 것이다.

오병일 활동가는 “지난 11월 24일 유럽사법재판소도 저작권 보호를 이유로 ISP에게 필터링을 의무화할 수 없다고 판결을 한 바 있다”며 “이것은 기업의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동시에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5일 성명에서 “이번에 통과된 저작권법은 조항의 의미도 모호할 뿐만 아니라, 위헌임이 분명하므로, 이를 즉각 폐기한 다음 국회에서 처음부터 새로 논의하여야 한다” “불평등하고 오류투성이로 점철된 한미 FTA는 더 늦기 전에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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