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 닮은 꼴 풍산마이크로텍, ‘정리해고’ 악몽

정리해고에도 임원 보수 올려...노동자 휴가 보내놓고 회사 팔아치우기도

올 한해, ‘정리해고’라는 사회적 이슈를 몰고 왔던 한진중공업 문제가 11월 초, 노사합의로 일단락됐다. 사회적 여론을 업은 노동계와 시민사회, 범여권은 정리해고 철회싸움에 매달렸으며, 결국 한진중공업이 정리해고를 철회하면서 전 사회적으로 ‘부당해고 반대’라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진중공업 노사합의 이틀 전인 11월 7일, 부산에서는 또 한 번의 집단 정리해고 칼날이 들이닥쳤다. (주)피에스엠씨(구 풍산마이크로텍,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은 7일, 전체생산직 노동자 198명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58명을 정리해고 했다. 국내외 경쟁업체의 과잉경쟁으로 지난해까지 영업이익이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적자가 4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경영상태가 나빠졌다는 이유다.


‘한진중공업 투쟁’은 승리했지만, ‘정리해고 투쟁’은 아직도 남아

한진중공업이나 쌍용자동차, 풍산마이크로텍까지, 사측은 정리해고를 감행하며 ‘경영상 어려움’을 요건으로 제시한다. 이럴 경우 회사는 경영난을 노사 대화를 통해 해결 보다는 ‘정리해고’라는 구조조정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비난에 시달린다.

정리해고 투쟁이 일어나는 경우 역시, 경영진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비판에서 시작한다. 사측이 제시하는 ‘경영상의 어러움’ 또한 사실상 구실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노동자의 생존을 위한 투쟁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한진중공업과 풍산마이크로텍은 정리해고 시작부터 과정까지 유사한 부분이 많다. 한진중공업의 경우, 경영상의 이유로 구조조정을 강행했지만, 주주들에게는 174억 이상의 거액 주식배당이 이뤄졌다. 특히 사측은 수주와 물량이 없어,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지만, 필리핀 수빅조선소에는 이미 3년 치 물량이 확보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영도조선소 축소’시나리오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풍산마이크로텍의 경우 역시, 경영난에도 임원들의 보수는 증가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등기이사 5명의 1년 평균 보수액 7500만원을 6개월로 환산하면 3750만원인데, 올해 1~6월 상근이사 3명의 평균 보수액은 4600만원으로 22.6%가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9월 초, 회사가 10억 여 원의 유상증자에 성공하며 애초 목표액의 101%를 달성했음에도, 정리해고를 강행하며 ‘부당해고’라는 비난을 받았다.

노사의 ‘정리해고 철회 합의서’를 사측이 일방적으로 번복한 것 역시 두 사업장의 공통적인 정리해고 절차였다. 사측은 지난 4월, 노조 특에 유상증자를 위해 임금과 상여금을 삭감해야 한다며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이에 노조는 4개월 동안의 협상을 통해 8월, 사측과 정리해고 철회 합의서를 작성했지만, 결국 사측은 이를 번복하며 9월, 노조 측에 ‘11월 7일자로 총원 30%를 정리해고 하겠다’고 통보했다.

노동자 휴가 보내놓고 회사 팔아치우기도

특히 풍산마이크로텍의 정리해고는 노조 간부에 집중적으로 이뤄져, ‘노조 탄압’이라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4명의 노조 임원 중 문영섭 노조 지회장을 비롯해 부지회장과 사무장 등 3명의 임원이 정리해고 명단에 포함됐다. 지회 집행위원 간부 5명 중 4명, 대의원 15명 중 10명 역시 정리해고됐다. 노조간부 25명 중 17명이 해고된 셈이다.


또한 생산직 노동자 뿐 아니라, 사무직 노동자에 대한 정리해고도 예견되어 있어 노동자들은 ‘끝나지 않은 정리해고 칼날’에 몸을 떨고 있다. 회사는 10월 6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전 사원중 30%에 해당하는 77명의 노동자를 해고한다고 신고했으나, 4명의 희망퇴직자를 합쳐 58명의 노동자만 정리해고 된 상황이다.

문영섭 지회장은 “아직 정리해고가 끝난 상황이 아니어서, 현장 분위기는 얼어붙어 있다”며 “현재 사측은 이번 주부터 임시직 아르바이트를 채용하고 있으며, 노조는 단협 위반으로 이를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풍산그룹은 지난해 12월 29일, 노조와 협의도 없이 풍산마이크로텍 주식지분 57.2%를 2백 40억 원에 (주)하이디스로 매각했다. 매각 당시, 노동자들은 전에 없던 일주일 휴가를 받은 상태였다.

문 지회장은 “작년 11월부터 매각 이야기가 나돌았지만, 11월 11일, 부회장이 직접 사업장을 방문해 ‘매각은 없다’고 공언하고 돌아갔다”며 “하지만 12월 27일, 그룹은 노동자들을 일주일 동안 휴가 보내놓고 회사를 부실매각했으며, 우리는 우리의 회사가 팔려나갔다는 것을 다음날 아침 인터넷으로 확인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지회는 단체협약 위반에 대해 사측에 항의공문을 보냈지만, 회사는 ‘단순주식매각’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풍산마이크로텍지회 조합원 150여 명은 14일과 15일, 양일간 서울에서 상경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15일 오후 1시, 충정로에 위치한 풍산그룹 신사옥에서 집회를 열고 정리해고 철회와 부실경영 퇴진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자리에서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금속노조는 오는 1월 11일 영남권 노동자대회를 부산에서 개최해 풍산마이크로텍지회의 투쟁에 힘을 실을 것”이라며 “또한 정리해고 법 제도 개선 투쟁 등을 벌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지회장 역시 “쌍용자동차와 한진중공업처럼, 우리 역시 정리해고 철회와 투쟁 승리를 위해 몇 년 간 싸울 준비가 돼 있다”며 “부산에서의 투쟁 이외에도 매주 서울 상경 1인 시위와 집회 등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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