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월 4일 국민참여당 마지막 공식행사인 임시전국당원대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출처: 국민참여당] |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통합연대가 합친 통합진보당 내에서 국민의례와 민중의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통합진보당 출범식을 앞두고 구 국민참여당 쪽에서 출범식 식순에 국민의례를 넣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당시 통합진보당 대표단에서도 논란이 일었지만 대표단은 이례적으로 절차를 조정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나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국민의례와 민중의례 절차를 적당히 섞은 셈이다.
참여당 쪽이 국민의례를 강하게 주장한 것은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거듭나기로 한 마당에 보수세력에 의해 쓸데없는 논란에 휩싸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의 한 관계자는 “진보정당에 대해 보수우익들이 종북으로 덧칠을 해 왔기 때문에 그런 공격에 대한 우려 때문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다”며 “국민의례 관련 내부 논란은 관념적인 얘기이며 현실에도, 당 강화에도 도움이 안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월 15일 있을 창당대회 등 공식 행사에서 의례 절차를 어떻게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그때 그때 봐서 현명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 말대로 조선일보는 21일자 신문에서 “창당대회 때 애국가 안 부르는 통합진보당”이라는 기사를 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반면 통합진보당의 다른 관계자는 “국민의례 문제는 앞으로 계속 당내에서 논란이 될 것”이라고 봤다.
당 대표단들은 당 외부의 현실적 공격과 불필요한 논란을 막기 위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기로 결정했지만 참여당 성향의 당원들과 기존 진보정당 성향의 당원들은 당 게시판 등에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한 참여당 쪽 당원은 논쟁이 일자 당 게시판에서 진보의례를 만들자며 국기에 대한 경례-순국선열과 노동해방열사 등을 위한 묵상- 애국가 제창-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으로 의례를 진행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지만 기존 진보세력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주노동당, 2007년에 국기에 대한 경례 폐지 촉구
국민의례 논쟁은 국민참여당과 기존 정통 진보정당의 문화와 정서적 차이라기 보다는 대중적인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진보적 저항 행위를 버리고 순응할 것이냐는 질문이 담겨 있어 진보정당의 노선 차이를 드러내 주고 있다.
진보정당이 국민의례를 하지 않은 이유는 국기에 대한 경례가 일제와 박정희 독재정권의 잔재이면서 사상과 양심.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벌써 진보적 노동사회단체의 활동가들은 통합진보당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한 것을 두고 통합진보당이 진보정당 답지 못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함께 하는 국기에 대한 맹세는 박정희 유신체제와 함께 전 국민의 일상으로 파고들어 국민을 순치시키고 독재자와 국가를 동일시해 독재자에 대한 굴종을 강요하는 역할도 했다.
국기에 대한 맹세는 1968년 충남도교육청이 처음 만들어 시행했으며, 박정희 유신 정권이 탄생한 1972년부터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하는 전체주의적인 내용으로 바뀌어 전국으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7년 100여개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국기법과 국기법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 조항을 삭제하라고 요구하고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당시 민주노동당도 이 기자회견에 함께 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정희 유신체제와 함께 전 국민의 일상으로 파고든 맹세는 국가에 대한 굴종을 강요해 온 주문이었다”며 “국가의 명령을 통해 양심을 획일화하고 애국을 강요하는 교육은 애국심을 높이긴 커녕 오히려 청소년의 인권과 자유를 억압하고 국가의 범죄를 정당화해줄 수 있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