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교환원 전신주 올라타게 하는 KT 인력퇴출프로그램

명예퇴직 강요...노동탄압 구설수 이석채 회장 연임

인력퇴출프로그램을 운영해 노동자를 죽음까지 이르게 한 KT의 ‘살생부(퇴출압박리스트)’ 문건이 공개됐다. 지난 4월 충북지역 관리자였던 반기룡 씨가 KT인력퇴출프로그램을 폭로하는 양심선언을 하기도 했다. 이후 언론을 통해 'C-Player(인력퇴출프로그램)‘에 대한 많은 의혹이 제기됐지만 KT는 이에 대해 본사와 관계없는 일이라며 발뺌해왔다.

KT노동인권센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경 퇴출압박자 1002명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이 중 602명이 퇴출압박에 의해 이미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명단에는 97년 IMF 이후 KT의 지속적인 강제 ‘명예퇴직’을 거부한 노동자와 민주노조 활동을 해온 ‘KT민주동지회’ 노동자들이 대거 포함돼있다.

전화교환 업무를 하다 전신주에 올랐던 KT 충북영동지사 고객컨설팅팀의 육춘임 씨가 22일 CBS라디오<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를 통해 심경을 밝혔다. 그는 2001년 KT가 114 전화 교환 업무를 자회사로 분사를 요구할 당시 거부해 20일 공개된 퇴출명단에 포함됐다.

  육춘임 씨가 포함된 KT CP인력퇴출프로그램 명단 문서

55년생으로 올해 나이가 56세인 그가 전신주에 오르게 된 이유는 퇴사압박의 일환이었던 셈이다. 육 씨는 “전화나 인터넷 개통을 위해 전신주에 올라가 케이블을 집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했다. 전주에 올라갔다가 미끄러져서 다친 적도 있다. 힘이 부치다 보니까 전주에 올라가면 다리에 쥐가 난다. 혼자 작업하는 거니까 전주 꼭대기에서 쥐가 나면 누가 도와줄 사람도 없다. 그러면 제가 옷핀이나 이런 것으로 허벅지를 찔러 가면서 업무를 했다”며 전신주에 오를 당시 어려움을 토로했다.

육 씨는 공개된 퇴출압박 명단에 대해 “그걸 보면서 두려움이 생겼다. 명단에 있는 사람들은 퇴사시키기 위해서 저 같은 작업을 맡긴다. 자연히 걸어서 나가게끔 하려고 할 수 없는 작업들을 맡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육 씨는 작년부터는 영업부에 배치돼 전신주에 오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많은 노동자들이 이러한 업무 전환 배치를 통한 퇴사 압박에 못 이겨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저희들은 그냥 감으로 그런게 있다고만 했었는데 올해 많이 확인 됐다. 회사에서는 자꾸 발뺌하지 말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런 사건들이 많아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 힘이 듭니다. 정신적인 치료까지도 해야 되는 상황”이라며 퇴출압박으로 인한 고통스런 심경을 드러냈다. 아울러 “지금 C-Player(부진인력) 관련해서 원거리로 발령이 나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다. 사람들을 연고지로 발령을 내서 남은 기간이라도 이런 일 없이 근무를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퇴출명단 포함자 중 대구가 근무지였던 김옥희 씨는 울릉도까지 발령이 난 일도 있었다. 법원이 부당해고 판정을 내려 현재는 다시 대구에서 근무 중이다.

한편, 22일 오전 KT 이석채 회장의 연임이 결정됐다. KT CEO추천위는 “지난 3년간 이룬 경영혁신 및 사업 성과와 향후 3년간의 경영계획을 심도 있게 검토한 결과 앞으로 KT를 성공적으로 이끌 최적의 인물”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그러나 CEO추천위가 밝힌 경영성과가 잇따른 노동자의 사망에도 책임없이 구조조정을 통한 주주들의 이익을 채우는데 집중됐다는 비판이 그동안 이어져와 논란이 될 전망이다. KT새노조는 22일 논평을 통해 “추천위의 결정이 기업을 구성하는 주주, 종업원, 고객 그 누구의 관점에서도 납득가지 않는 결정”이라며 그 근거로 “부적절한 종편 투자, 정치권 낙하산 인사 수용, 노동인권 탄압 문제”를 지적했다. 이 회장의 연임 여부는 내년 정기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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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시원히

    집전화기, 핸드폰, TV, internet 모두 KT에서 벗어나자. 아니 끊어버리자. 저런 파렴치한 회사의 제품 사용하는 것 자체가 노동자의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