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쌍용차는 절망의 공장

[희망텐트 후기] "노동자가 하나라면 지금 여기에 함께해야"

전국에서 쌍용차 희망텐트촌에 사람들이 모였다. 나는 희망버스의 연장선에서 그곳에 갔다. 개인이 참여하면 그저 다녀올 뿐인데 희망버스는 그러한 개인들을 뻘쭘하지 않게 씨를 뿌렸다. '쌍용차를 포위하라, 와락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으로 1차에 1000여 명 모였는데 2차와 3차를 거치면서 더 많은 이들이 쌍용차를 포위해 공장 밖의 그들이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희망버스와 희망텐트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노조 상층부와 정치권의 말을 들으며 노동자 스스로 움직이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만이 반복해서 든다.

금속노조위원장과 민주노총위원장, 통합진보당의 유시민과 이정희, 민주통합당의 정동영이 왔다. 노사정 합의가 이렇게 지켜지지 않을 줄 몰랐다며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 법을 바꾸자고들 말했다. 특히 유시민은 이정희 의원 따라왔다며 금속노조가 하는만큼 힘이 되겠다고 했다. 많은 야유가 있었지만,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려 한다. 금속노조 역시 2009년 쌍용차 파업 때 쌍용 조합원들에게 아픔과 상처를 줬지만, 다시 싸움을 하겠다고 하니 믿어 본다.

한진중공업은 국회청문회에서 권고안이 나온 이후 급속히 '정리해고 철회'의 기운이 떨어졌다. 그건 정리해고 당사자들 대다수가 지금까지 투쟁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결과로 나타난다. '김진숙은 어쩔거냐'는 말에 받기 어려운 권고안을 받으면서도 정치권을 믿을 수 없다는 거, 싸우면 뭐하냐는 거다. 그러나 그전에 스스로 권고안을 받을 정도의 투쟁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지금이라도 스스로를 보듬고 얼굴을 마주할 수 있으면 한다.

만족할 만한 결과는 아니어도 한치의 양보도 없었던 한진자본이 '1년후 재입사'라는 안을 냈다. 중요한 건 1년 후에 그 약속이 지켜지도록 힘을 가져야 한다. 지금의 쌍용차에서 '노사정 합의안'을 무시하고 한 명의 무급자 현장복귀도 없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 다시 길거리로 나서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12월 23일 쌍용차 앞에서 진행된 집회에서 발언하는 정치인들 [출처: 울산노동뉴스]

쌍용차, 지켜지지 않는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낸 당사자들을 단상 위에 올리고 보는 일은 쉽지 않다. 법과 사회적 약속을 이끌어내는 정치권의 힘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싸움은 일단락되었고 이후에 대해 그들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패배감을 안고 다시 싸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19명이 죽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지금 여기'가 아닌 총선 이후를 말한다. 그러기에 투쟁 당사자들은 의존하는 투쟁이 아니라 스스로 헤쳐나가는 싸움을 해야 한다.

재능교육 유명자 지부장의 말이 지금도 그 결을 따라 남아 있다.
"함께 싸우는 사람들이 인정하는 정도의 합의안을 가지고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
"노동조합은 자본에 맞서 투쟁하는 조직이라 배웠다."

울산에 내려오며 생각했다. 한진중공업과 쌍용차 정리해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지만 그보다 더 힘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작년 11월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을 기억한다. 금속노조는 거대사업장인 현대차지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조합원이 '자녀우선 취업' 문제를 복지 차원에서 들고 나올 때, 그것을 조합원의 뜻이라며 받아 안는 노동조합이 노동자는 하나라고 외칠 수 있는가. 자기 사업장이 아닌 타사업장 문제로 파업을 가결시키기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걸 가결시키려고 얼만큼 진정성 있게 호소했느냐의 문제가 있다. 정규직이 비정규직 투쟁을 외면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다른 계급처럼 적대적이 되는 건 너무 참혹하지 않은가.

  쌍용차 노동자와 '와락' 안는 한진중공업 노동자 [출처: 울산노동뉴스]

현대차지부 문용문 집행부가 현대차비정규직지회에서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내고 판결 나오기 전 언론을 통해, "만약 대법 판결을 무시하는 판결을 내린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앉아서 보지 않고 앞으로 비정규직철폐투쟁에 함께할 것이라 믿는다.

비정규직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똑같은 노동자며 형제다. 정치권이 총선 승리를 다짐하든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이 같아서 그걸 지지하든 노동자의 조직체는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함께해야 그 존재 가치가 있다. (기사제휴=울산노동뉴스)
태그

쌍용차 , 희망텐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용석록(현장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정동진

    정동영.... 안끼는데가 없구먼..쯔쯔, 저게 한때 대통령후보였다니....

  • 경수

    쓰바 정치꾼들 또 때가 되었구먼... 도적넘들..

  • 쌍우기

    이전 대선때 맹박이가 싫어서 똥영이 찍었는데 똥영이 대통령 됐으면 큰일날뻔 했네..그릇이 간장종지보다도 작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