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세관, ‘무료노동’ 강요도 모자라 무더기 해고

19시간 임금 못 받던 노동자들...30일 문자로 무더기 해고통보 받아

인천공항세관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들이 결국 무더기 해고통보를 받았다.

회사 측은 지난 30일 밤, 인천공항 세관에서 전자 태그를 부착하는 50명의 하청노동자 중 34명에게 문자로 해고를 통보했다. 해고된 34명은 모두 지난 8월에 결성된 노조 조합원들이다.

인천공항 세관 하청노동자인 김성균(65) 씨는 “30일 밤에 근무하고 있는데 문자로 해고통보를 받았고, 새로운 용역회사 사장이 우리에게 찾아와 세관과 이야기가 다 됐으니 지금 당장 나가달라고 했다”며 “지금까지 회사가 세 번, 네 번, 바뀌어도 고용승계는 계속 이뤄져 왔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여객기 승객들이 들여오는 물품에 전자 태그를 부착하는 일을 하고 있다.

또한 회사는 31일 아침 7시에 출근해 근무하던 조합원들까지 23시부로 현장에서 강제철수를 요구했다. 일방적인 계약종료에 반발 한 노동자들이 새해 첫 날, 7시에 출근을 강행했지만 회사와 경찰의 제지로 현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사실상 인천공항 세관 하청노동자의 임금, 처우개선 문제는 작년 하반기부터 불거져나온 것이었다. 회사가 노동자들의 24시간 맞교대 근로시간 중 5시간만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겠다고 나선 것이 화근이었다.

세관과 업체 측은 전자 태그를 부착하는 수취대 업무시간 5시간을 제외한, 대기실에서 비행기 도착을 모니터하는 19시간은 실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며, 노조를 결성한 노동자들은 24시간 근로시간 인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하청노동자들은 24시간 노동에도 임금은 한 달 기본급이 90만 3000원, 실 수령액은 116만원 정도다.

김 씨는 4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11년 2월 계약갱신에서 회사는 2만원 씩 임금 삭감을 통보했고, 작년 7월에는 24시간 근무시간 중 5시간만 근로시간으로 인정한다는 용지에 사인을 할 것을 요구했다”며 “이에 노무사와의 상담 끝에 작년 8월 노조를 결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30일, 노조 조합원들이 싹쓸이 해고를 당하게 되면서, 인천공항 세관은 임금문제 뿐 아니라 노조탄압과 집단해고 논란에도 휩싸이게 됐다. 1월 1일에는 인천세관 관계자와 하청업체 사장, 인천중부고용노동청 관계자, 노조가 교섭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 문제가 장기화 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노조 측은 “교섭 자리에서 노동청과 세관, 하청업체는 서로 책임을 회피하거나 떠넘기느라 아무런 내용 없이 교섭이 끝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34명의 노동자들이 무더기 해고를 당하게 되면서, 인천공항 세관업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공항 세관에서 전자태그 선별표시가 잘못돼 사고가 증가하고 있으며, 집단해고 후 남아 있는 숙련 노동자들은 3일째 퇴근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비조합원들은 12월 31일 저녁시간부터 비상대기를 해 오다 다음날 아침업무부터 투입돼 사흘째인 지금까지 연속근로를 하고 있다”며 “심지어 인천공항 세관직원들까지 전자택 부착 업무에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 세관 측은 애초 전자태그 부탁 업무에 필요한 정원을 66명으로 정해놨으나, 예산 삭감등을 이유로 그동안 50명을 유지하며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강행해 왔다. 하지만 이번 집단해고 사태로 신입직원 포함 29명만이 일을 하고 있어, 인천공항 세관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인천공항세관은 더 이상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부당하고 무참하게 해고시킨 노동자 전원을 복직시켜야 한다”며 “노조는 부도덕하며 무책임하게 자행된 노조탄압과 집단해공에 맞서 ‘민주노조 사수, 전원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

하청노동자 , 인천공항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지연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