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후 사측, 단협회피·부당전보·외주화

세종호텔노조, 2일부터 파업 농성...“민주노조 못 지키면 외주화 못 막아”

세종호텔노동조합이 지난 2일, 무기한 전면 파업을 선포했다.

이들은 3일 오후 4시, 세종호텔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진행하고 이후 호텔 로비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1975년, 한국노총 소속 사업장으로 노조를 설립한 지 37년만의 첫 총파업이다.


세종호텔노조는 1987년 민주화시기, 기존 단체협약을 개악하는 등 ‘어용노조’로 인식 돼 온 사업장이었다. 그런 그들이 총파업에 나서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복수노조’ 시행 후 지배개입 양태 때문이었다.

15년간 1인이 노조를 장기집권하면서 확산된 노조 불신과, 회사의 부당인사발령 등이 기폭제가 돼 노조는 작년 10월 10일, 투표를 통해 상급단체를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때 맞춰 복수노조가 도입되면서, 전 노조 간부를 중심으로 복수노조가 설립됐으며, 이후 회사는 민주노조에 대한 교섭 회피, 부당업무 배치, 구조조정 등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민주노조 만든 세종호텔, 사측 지배개입으로 파업 돌입

복수노조 시행 후, 사측의 지배개입 양태는 전 사업별 노조에서 나타나고 있다. KEC노조와 발전노조는 민주노조 사업장에 어용노조가 설립된 사례로, 사측과 새 노조는 기존 노조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반면, 서비스, 운수 부문의 세종호텔이나 버스노조 등은 한국노총 사업장에 민주노총 산하 노조를 설립한 사례다. 하지만 이들 역시 복수노조 시행 후, 전 노조 간부를 중심으로 ‘세종연합노동조합(연합노조)’이라는 어용노조가 설립 돼 사측으로부터 단협 회피, 부당발령 등의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세종호텔노조가 민주노총으로 상급단체를 변경할 당시, 조합원 수는 약 200명이었다. 하지만 7월 1일, 복수노조 시행 후 조합원수는 계속 감속해 현재는 74명이다. 이 같은 양태는 새 노조인 ‘세종연합노동조합(연합노조)’과 사측이 조직 내 어용노조 가입을 강요하고, 사측이 기존노조에 대한 교섭을 해태하는 과정에서 진행됐다.

기존 노조에게 교섭권이 있는 상황이었고, 2개의 복수노조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창구단일화 과정을 밟았어야 하지만 사측은 연합노조와 비공개 교섭을 진행했다. 사측과 연합노조와의 교섭은 노조 건설부터 협약 체결까지 4개월밖에 걸리지 않았으며, 단 2차례의 교섭으로 합의를 체결했다.

조합원들에 대한 부당인사 발령역시 조합원 축소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세종호텔 노조 부위원장을 비롯한 4명의 노조 간부와 조합원이 부당인사 발령을 받았고, 현재까지도 기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부당업무 배치와 근무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김상진 세종호텔노조 위원장은 “법원에 교섭응낙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12월 1일부터 8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사측은 연합노조와의 합의보다 낮은 임금안을 제시하며 교섭을 해태하고 있다”며 “또한 어용노조를 앞세워 조합원들을 갈라치기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조 못 지키면 외주화 못 막아”

한편 세종호텔역시 서비스산업에서 급증하고 있는 ‘외주화’ 흐름에 빠르게 휩쓸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사측은 1997년, 60여 명의 명예퇴직과 경비 청소업무의 외주화를 시작으로, 2005년에도 내부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특히 회사는 지난 2003년, 호텔지배구조를 연결회사 형태인 지주회사 형태로 변경하면서, 용역회사인 ‘세종호텔(주)’로 조합원 전직을 시도한 바 있다. 당시 조합원들의 반발로 무산이 됐지만, 사측은 작년 또 다시 ‘세종서비스(주)’를 만들어 외주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진 위원장은 “작년 1월, 세종서비스주식회사를 통해 직원들을 간접고용 시키려는 음모가 밝혀졌다”며 “용역회사 설립을 기점으로, 민주노조 탄압이 이어졌으며 만약 민주노조를 지키지 못하면 외주화와 비정규직화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노조는 “엠버서더 호텔이나 로얄호텔 등 수많은 특급호텔들이 기업주의 탐욕을 위해 외주화하거나 용역으로 전환해 터무니없이 적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직원들을 내몰아 왔다”며 “이런 상황이 세종호텔에서도 현실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지난 2010년 단협 사항으로 사측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합의사항은 이행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노조 파업 후 대체인력을 투입해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세종호텔은 전년대비 10%이상의 매출이 성장했지만, 지속적으로 인력 감축을 시도하고 있어 조합원들은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노조는 민주노조 탄압과 조합원 부당전보 철회, 적정 인력 충원, 2010년 임단협 이행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사측이 구조조정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민주노조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며 “우리의 투쟁은 생존권과 고용안정 사수,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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