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는 대법 판결 따라 정규직화 실시하라"

[기고]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들의 양재동 노숙농성

현대기아차 본사가 있는 서울 양재동에서는 벌써 세 차례나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들이 있다. 차가운 바닥에 비닐을 깔고, 스티로폼 깔고, 그리고 침낭만 있으면 어디든 눕는다. 그리고 현대기아차 본사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불법파견 철폐를 외치며, 대법 판결에 따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즉각 실시하라고 외친다.

지난 10일부터 시작한 3차 양재동 노숙농성도 작년 12월 울산의 노동자들이 기습적으로 서초경찰서 집회신고 투쟁을 통해 얻어낸 결과물이다. 현대차는 양재동 본사 옆 인도에 우리 현대차비정규직의 집회를 내주지 않기 위해서 매일 비싼 용역들을 고용해 서초서 유령집회를 하고 있었다.

왜 꼭 추운날에 노숙농성이냐며 걱정들 하지만, 우리는 그런것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현대기아차 본사가 있는 양재동이야말로 정몽구를 가장 가깝게 압박할 수 있는 최대의 장소이자 양재동 집회라 하면 우리 현대차비정규직지회에서는 어떤 명분으로라도 바꿀수 없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리고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볼 수 없지만 여기 양재동 집회 때 아산지회 조합원들과 전주지회 조합원들이 모여서 3지회 공동투쟁을 논의하는 곳이기도 하다.

작년 7월 22일 최병승 조합원의 부당해고및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이 대법원에서 “우리는 이미 정규직이다”라는 취지의 판결을 받은 바 저 뜨거웠던 1공장 점거 농성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번에는 서러운 비정규직의 삶을 끝장내고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심정으로, 구속과 해고를 감당하겠다는 당당한 결의로, 모든 조합원들의 자발적이고 대대적인 투쟁이 촉발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와 우리들을 포위한 노사협조주의에 우리의 염원인 정규직화의 꿈은 접어두고 농성장을 해제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리들 앞에 놓인 해고장과 정직자들 그리고 어마어마한 금액의 손배가압류 그리고 쏟아지는 고소고발들...

우리는 살고자 했지만 현대차는 우리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절대로 가만히 두지 않았다.

재기를 위한 용솟음은 그리 마음처럼 쉽지가 않았다.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것인가? 정규직화 쟁취를 위한 2차 투쟁도, 투쟁의 중심인 지회 집행부를 세우는것도 하지 못한 채 이렇게 2011년을 보내고 2012년을 맞이했다.

아직 우리에게는 기회가 있다.

최병승의 대법 판결이 남아 있고, 3지회 공동투쟁도 남아 있다. 그리고 이 땅 설움받는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우리는 아직도 현대차에 만연하고 있는 불법파견과 대법 판결을 무시하는 현대자동차와 정몽구를 상대로 계속적인 투쟁을 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노숙농성 1일째

1월 10일 저녁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가 보이는 곳에 노숙농성장을 마련했다. 이미 현대차는 우리가 올 것을 대비해 용역들을 대거 동원해서 출입문을 봉쇄했고, 우리가 가는 곳마다 감시했다. 그리고 건물 뒤쪽 유리에 다가갈 수 있는 곳은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게 쇠창살로 막아놓았다. 이미 얼굴을 익힌 관리자들도 보이고, 경찰들도 보인다. 이날 첫날은 촛불집회로 시작해서 토론회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찬 바람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잠이 들만하면 깨게 만든다. 따뜻한 온기는 내가 가지고 있는 체온 뿐이다.

11일 새벽 3시 40분경 갑자기 침낭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몸이 좋지 않은 노숙농성자 한 명이 자고 있던 텐트를 사측 용역 2명이 몰래 다가와 칼로 찢고 도망가는 것을 자고 있는 농성자가 발각했던 것이다. 누가 시킨 건지 무슨 의도인지 참말로 추잡스럽기 그지 없었다. 주위의 경찰들에게 "용역들이 칼로 찢고 도망가는걸 보았는냐? 왜 잡지 않았느냐?"라고 물어보니 그 경찰이 한다는 말이 "칼로 찢고 가는 용역들을 보았다. 하지만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손 쓸 틈이 없었다"고 한다. 용역들과 경찰들이 우리 농성자들을 24시간 근접해서 감시하고 있는데 한 놈은 불법을 저지르고 한 놈은 모른 척하고... 우리 비정규직노동자들이 그런 짓을 저질렀다면 득달같이 달려들어와서 체포할 것이 아닌가?

그 다음날 집회 때도 경찰들의 이해할 수 없는 짓들은 계속됐다. 집회를 한참 진행 중인데 갑자기 경찰들이 발전기 기름이 들어 있는 기름통을 뺏어가기 위해서 실갱이를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분신한다는 첩보가 입수됐다”고 말한다. 어처구니 없게도 그들이 분신을 조장하고 있고 우리들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1차적으로 농성은 해고자들이 중심이 돼서 진행하고 있지만 11일에는 3지회가 올라오는 날이고, 이번 주 14일과 15일은 현대차 울산지회 조합원들이 올라오는 날이다.

그동안 전 집행부의 비리 문제로, 조합비 미납 문제로, 집행부를 세우지 못한 문제로 그리고 조합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발송되고 있는 고소고발장과 벌금 통지서로 조합원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또 새로운 비대위원장으로 김정진 동지가 추대가 되고 새롭게 비대위가 출발했다. 그동안 해고자가 중심이 됐던 비상대책위는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비대위원으로 결합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현장이 답이다라는 말처럼 다시금 우리 자신의 문제로 스스로들 조직하고 역할을 나누고, 새롭게 투쟁해나가서 현장을 일으켜 세워나가는 과도기적인 시간들이다.

우리의 투쟁은 항상 어려운 가운데서 출발했다. 고용의 불안이 가장 극심할 때, 차가운 칼바람이 우리를 떨게 만들때 우리는 설움받는 투쟁을 통해서 서로간의 동지애를 다지고, 가슴 속의 비수를 갈고 있었다.

그래, 어려운 가운데서도 피어나는 동지애가 바로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인 것이다. 그래, 우리의 심장은 아직도 뜨겁게 뛰고 있다. 비록 사측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공장 밖으로 끌려나왔지만, 아직 우리의 염원인 비정규직 정규직화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반드시 이기는 싸움으로 현대자동차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이 땅에 설움받는 비정규직의 삶을 끝내는 투쟁을 만들어나가리라.

노숙농성 2일째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48시간 공동행동 기획으로 공동투쟁단이 서울 양재동 노숙농성장을 점거했다. 300여명의 전국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쌍용차, 시그네틱스, 풍산마이크로텍, 대우자판, 콜트악기, ASA, 유성, 보워터코리아, 한진중공업 그리고 현대차 울산, 아산, 전주지회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분쇄, 불법파견 철폐, 비정규직 정규직화 쟁취를 기치로 걸고 마지막 쌍용차 희망텐트를 목적지로 2박3일 노숙농성에 결합했다.


유성기업은 “야간노동 철폐”, “정리해고 박살”, 현대차 울산, 아산, 전주 3지회는 불법파견 철폐, 대법판결에 따른 정규직화 실시를 내걸며 나머지 모든 사업장도 이미 악랄한 자본이 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이윤에만 급급한 행태를 고발하며,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모두들 장기투쟁사업장이다. 모두들 정리해고의 아픔으로 힘들게 투쟁해나가는 사업장들이었다.

오늘 이렇게 수많은 노동자들의 아픔을 서로 나누고 함께하기 위한 자리에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대한 자문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

자본과 정권의 총체적인 탄압으로 고통받고 목숨을 던지는 노동자들이 우리들의 곁에 있는 한 우리들은 항상 이런 질문들을 던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숙농성 3일째

1월12일 아침 하늘에서 진눈깨비가 조금씩 흩뿌리고 있다. 앞으로 더 추워질 것이다.

이제 양재동 본사 노숙농성을 반 채웠다. 앞으로 일요일까지 3일이 더 남았다.
추운 밤을 꼬박 세워서 양재동 집회신고를 따냈고, 또 우리는 이렇게 양재동 본사에서 바람도 피할 수 없는 노숙농성을 전개하고 있다.

내일이면 쌍용차 희망텐트촌에 갈 것이다. 한진중공업의 김진숙 지도위원이 자기 목숨을 담보로 희망버스를 통해 전국의 투쟁하는 장기사업장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이번에는 희망텐트라는 새로운 아이콘으로 희망을 보기를 간절히 바라는 전국의 수많은 노동자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바로 희망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

우리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언젠가는 대법 판결이 확정이 날것이고, 정규직화는 꼭 이루어진다는 희망을 품고 산다.

대법 판결도 무시하며 현대차는 우리들을 해고시켰지만, 고소고발과 벌금이 우리들을 압박하지만, 비록 오늘 이렇게 차가운 바닥에서 침낭 덮고 찬바람을 무시하며 오기로 버티고 있지만 우리들 비정규직 해고자들의 가슴에도 희망은 피어나고 있다.

그 희망을 피어나게 하는 것은 바로 가장 어려울때 같이 했던 동지들의 피와 땀이 거름이 될것이고, 믿음으로 인한 강한 신념 속에서 생기는 동지들간의 유대감일 것이며, 반드시 이긴다는 신념으로 끈길기게 투쟁해서 이기자라는 자신감일 것이다.

내일은 희망텐트촌이 있는 평택 쌍용차로 달려갈 것이다. 그래서 달콤한 희망이라는 맛을 볼 것이고, 우리 현대차비정규직의 “희망 노숙농성”도 그 빛을 발하리라.

태그

비정규직 , 현대차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성민(현대차비정규직지회)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