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꼼수...반도체 백혈병 보고서 열람 제한

“2시간 동안 수 백 페이지 영문 보고서 읽고 나오면 오해 풀릴까?”

세계에서 가장 사악한 기업을 선정하는 Publice Eye Award에서 2위를 하고 있는 삼성의 진면목이 한 번 더 드러났다. 13일,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병을 얻어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의 가족은 삼성본관 앞에 서있었다. 이날 본관 앞에서는 ‘삼성 인바이런 연구보고서 열람 제한 규탄 기자회견’ 이 열렸다.

  13일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가족들이 삼성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7월 14일, 기자브리핑을 통해 “‘인바이런사’ 의 연구 결과, 삼성반도체 공장은 안전하며 노동자들의 백혈병은 업무와 관련성이 없다” 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삼성 관계자는 “영업비밀을 제외한 모든 보고서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 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6월 23일, 서울행정법원이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을 산재로 인정한다고 내린 판결과 배치되는 주장이었다.

  고 황민웅 씨의 아내 정애정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후 5개월이 흘렀다. 보고서 열람 기회를 기다리고 있던 반올림으로 제보가 들어왔다. 삼성 영문 홈페이지에 보고서를 공개한다는 공지가 났다는 제보였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연구원이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해놓고선 조용히 영문 홈페이지에만 작게 공지해놨더라”며 “이것이 이건희 회장이 말하는 시민들과의 소통이냐”고 비판한 것처럼 삼성은 조용히 영문 홈페이지에만 공지를 하고, 12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만 열람을 제공했다.

삼성은 열람을 제공하며 제한조건을 달았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반올림)이 밝힌 사실에 따르면 삼성은 열람자격을 학술적 목적을 가진 개인으로 제한하고, 열람시간과 횟수를 하루 2시간 두 차례로 제한했다. 또, 열람을 하기 위해서 비밀유지계약서와 개인정보수집이용동의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유정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들어가도 2시간 만에 몇 백 페이지나 되는 보고서를 학술적인 목적으로 검토할 수 없다” 며 삼성의 기만적인 꼼수를 규탄했다.

이어,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개인정보수집이용동의서를 요구하기 위해서 요구 주체는 개인정보의 수집 목적과 이용을 공개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삼성은 이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이 법적 요구사항이므로 작성해야 한다고 한다” 며 삼성의 반인권적인 처사를 비판했다.

또 공유정옥 집행위원장은 “영어로만 보고서를 제공하고, 비밀유지를 요구하는 것이 투명한 공개는 아니” 라며 “학계 선생님들한테 물어도 삼성의 처사는 매우 모멸적인 방식이고 전례가 없는 사례” 라고 비판했다.

한편, 삼성이 연구를 맡긴 인바이런사는 1997년, 필립 모리스 담배회사를 위해 간접흡연과 폐암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주장을 했으며, 2009년에도 담배와 암의 연관성에 대한 재판에서 담배회사를 대변한 바 있다. 또한, 인바이런사에 근무한 주요한 연구자는 베트남전쟁 참전 군인들의 건강 문제가 고엽제와 무관하며, 정치적인 목적 때문에 그리 위험하지 않은 고엽제의 건강 영향이 너무 과장되어 있다고 주장한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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