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무기계약직’ 세부지침...‘고용안정’ 헛구호

‘임금차별’, ‘고용계약 종료’ 명시...“외주화 심화시킬 우려 있어”

정부가 16일, ‘상시, 지속적 업무 담당자의 무기계약직 전환기준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 지침’을 발표하고 각 기관에 시달했다.

이는 지난 2011년 11월 28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의 후속조치로, 공공부문에서 2년 이상 근무한 상시, 지속적 업무 비정규직 종사자의 무기계약직화 지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무기계약직’ 세부 지침...‘임금차별’, ‘고용계약 종료’ 명시
‘고용안정’은 사실상 불가능


정부는 우선 상시, 지속적 업무의 판단 기준을 ‘연중 계속되는 업무로서 과거 2년 이상 계속 돼 왔고, 향후에도 계속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로 명시했다. 하지만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 4조에서 정한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예외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는 전환 대상에서 제외 된다.

제외 대상은 업무 대체자를 비롯해 고령자, 박사학위 등 전문적 지식 기술자, 정부의 복지정책이나 실업대책 등에 의한 일자리 종사자, 기간제 교사, 영어회화 전문강사, 시간강사, 연구업무 종사자 등이다.

또한 정부는 상시, 지속적 업무 판단 기준 외에도, 각 기관이 정한 평가기준의 충족여부를 통해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을 선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해당 기관별로 근무 실적, 직무수행 능력, 직무수행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근무성적이 불량한 자 등 해당 기관이 자체평가기준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는 전환에서 제외된다. 전환시기는 근로계약 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개인별로 전환된다.

정부의 이번 방침은 공공부문에 만연해 있는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위한 것이지만, 이번 방침이 실효성 있는 고용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일방적인 계약해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예산상의 문제나 기관 별로 수행되는 근무성적 평가로 여전히 일방적 계약해지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기관별로 무기계약직에 대해 정기적으로 근무성적 등을 평가하는 평가체계 마련, 운영 방침을 내 놓았다. 또한 고용계약, 운영규정 등에 근무실적이 불량하거나 사업 예산의 축소 또는 폐지 시 고용관계 종료가 가능함을 명기하도록 했다.

무기계약직에 대한 처우 문제도 여전히 ‘기간제 비정규직’의 처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는 “무기계약직 전환은 고용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므로 전환자체가 보수인상을 수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앞서 노동계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지난 11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과 관련해 ‘기간제법에 제시 돼 있는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피해가기 위한 정부여당의 편법’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 특히 정부가 정규직과의 차별을 내포하고 있는 고용형태인 ‘중규직’, 즉 ‘무기계약직’이라는 별도의 하급직대를 만들어 차별을 확대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나섰다.

이번 정부의 추가지침 역시 임금 차별을 비롯해 ‘고용 관계 종료’ 까지 명시해 놓은 만큼, 노동계는 이번 추가지침에 대해 ‘정부의 의지부족과 악용소지만 드러냈다’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16일, 논평을 발표하고 “무기계약직 전환은 사용자의 노동지배와 노동강도 강화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사용자인 공공기관의 근무평가를 무기계약직 전환 기준으로 삼아 이에 미달하면 전환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또한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사업의 변경과 매년 결정되는 예산에 따라 또 다시 파리 목숨 신세”라며 “뿐만 아니라 고용안정이 핵심이라는 이유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더라도 차별받아온 임금 인상 조치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예산 한 푼 안들인 고용노동부 지침
“공공부문 외주화 심화될 것”


한편 정부는 현재 복지포인트와 상여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는 기간제, 시간제 근로자와 무기계약직 등을 대상으로 올해부터 복지포인트와 상여금이 새로 지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으로는 1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시간제, 무기계약직에 대해 연 30만원 수준의 복지포인트가 지급되며, 상여금은 1인당 연평균 80~100만원 수준이 지급된다. 하지만 6개월~1년 미만 근로자는 각 기관별로 근무기간, 근무시간, 직종특성 등을 고려해 지급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지침이 사실상 지원예산 없는 각 기관의 자체 예산으로 집행 될 예정이어서, 노동계에서는 고용노동부의 ‘손 안대고 코푸는 격’의 힘없는 대책이라는 비난도 터져나오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16일, 논평을 발표하고 “지원예산 한 푼 없는 빈주머니 고용노동부가 무슨 대책을 세울 수 있겠는가”라며 “무기계약직 전환과 복지포인트, 상여금 지급을 각 기관 자체예산으로 추진하라하니 기관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뻔히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노동계는 고용개선에 대한 재정지원이 없는 조건에서 자체 가용예산이 부족한 기관들의 경우, 기존 기간제, 무기계약직의 업무를 외주용역으로 넘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노조는 “외주, 용역으로 전환하면 인건비, 상여금 등 지급부담을 아예 덜 수 있고, 여유가 있는 기관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무수행평가라는 명분으로 대상자를 최소화할 것은 거의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작년 11월,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공공부문 간접고용 파견, 용역 노동자는 2006년대비 20.8%에서 29.3%로 급격히 늘어났다. 기획재정부가 주도한 공공부문 인력감축, 총인건비 억제, 외주화 지침이 고용형태를 정규직에서 기간제로, 다시 외주 용역으로 전환시킨 셈이다.

때문에 노조는 “2007년에 무기계약직 전환이 고용안정의 대안처럼 제시됐지만, 고용여건은 계속해서 악화됐던 것을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는 정신좀 차리고 실질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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