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반도체 사업장, ‘벤젠’ 등 발암물질 검출됐다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비소 등 부산물로 발생

정부가 반도체 사업장 공정에서 벤젠 등 발암성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현재 삼성 반도체 등에서 백혈병 등 희귀질환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50여 명, 제보된 피해사례만 140여 건에 이르는 등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때문에 반도체 산업 전반에 대한 안전 대책 요구가 이어져 왔으며,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작년 8월 삼성 반도체 기흥공장을 방문해 삼성 반도체 노동자의 보건관리 강화 계획을 약속하기도 했다.

특히 현재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의 행정소송 역시 진행되고 있어, 이번 정부 발표가 향후 삼성 직업병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연구결과 발표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비소 등 부산물로 발생


고용노동부는 6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반도체 사업장 일부 공정에서 벤젠 등 발암성물질이 부산물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반도체 제조 사업장 정밀 작업환경평가 연구’를 실시해 왔다. 이번 연구는 최초 백혈병이 발생한 사업장 및 이와 유사한 공정을 보유한 3개사 사업장(삼성전자, 하이닉스, 페어차일드코리아)의 웨이퍼 가공라인 및 반도체 조립라인 공장을 대상으로 백혈병 유발인자인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등의 노출 특성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급 발암물질로 알려진 벤젠은 웨이퍼 가공라인과 반도체 조립라인 일부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측은 노출기준인 1ppm보다 낮아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나, 발암성 물질이라는 점에서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포름알데히드 역시 부산물로 발생했다. 가공라인에서는 자연환경수준으로, 조립라인에서는 자연환경수준보다 약간 높게 검출 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노출기준인 0.5ppm보다는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전리방사선은 웨이퍼 가공라인과 반도체 조립라인에서 측정됐다. 또한 폐암 유발인자로 알려진 비소는 웨이퍼 가공라인의 이온주입공정(임플란트)에서 부산불로 발생하고, 노출기준인 0.01mg/㎥을 초과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특히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이온주입공정 유지보수작업을 수행하는 협력업체 근로자에게 노출위험이 높아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금년 상반기 중 반도체 산업 근로자를 위한 ‘건강관리 가이드’를 제작, 배포하고 안전보건 관리자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역시 “발암성물질이 작업공정 중 부산물로 발생할 수 있음을 밝힌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에 연구대상에 포함된 업체에 대해서는 국소환기장치 보완 등 시설개선, 부산물로 발암성물질이 발생하는 유기화합물을 안전한 물질로 대체,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 진단 추가 실시 및 협력업체 근로자 건강보호대책 마련 등 시정토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노동부는 나머지 반도체 업체에 대해서도 이번 연구결과에 따른 보건관리대책을 중심으로 점검을 실시하고 위험성평가 보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정부가 반도체 공정에서 노동자들이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위험성 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고 발표한 첫 사례로, 이후 삼성 반도체를 비롯한 반도체 산업에서의 안전관리 대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회적 논란이 됐던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의 행정소송역시 유리한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인체에 무해?...“발암물질, 극미량의 노출에도 직업병 발생할 수 있어”

한편 노동인권단체 등은 소량의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의 유해물질에 노출돼도 직업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종란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노무사는 “발암물질의 경우 독성에 대한 한계치가 없어 극미량에 노출된다고 해도 누군가는 발병할 수 있다는 것이 산업의학에서 발암물질을 바라보는 교과서적인 내용”이라며 “때문에 노출허용기준은 관리기준일 뿐이며, 정부가 인체에 영향이 없다고 발표한 것은 맞지 않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또한 이 노무사는 “삼성 직업병 피해와 관련해 법원에서도 사용했던 물질 중 벤젠과 전리방사선 등에 미량으로 노출되면서 병이 발병했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했다”며 “사용물질 뿐 아니라 부산물에서까지 유해물질이 발생한다고 밝혀지면서, 미량이라도 유해물질에 지속적, 복합적으로 노출될 시 노동자들은 건강권에 큰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반올림은 6일, 논평을 발표하고 “노출기준보다 매우 낮더라도 작업환경이나 노출 경로 등의 특성에 따라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며, 발암물질의 경우 노출기준보다 아무리 낮아도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고용노동부가 2008년 집단 역학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백혈병 위험도는 일반인구와 차이가 없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연구 결과의 의미를 축소, 왜곡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집단 역학조사에서 반도체 여성 노동자의 백혈병 사망 위험은 일반인에 비해 1.48배, 발생위험은 1.31배 높았으며, 연구원 스스로도 ‘백혈병 위험도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지만 노동부가 이를 축소 보도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반올림은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 측에 △반도체산업 백혈병 피해자들에 대한 산업재해를 즉각 인정할 것 △공개적인 토론회를 마련하고 당사자 참여보장, 토론회 2주전에 연구보고서 전문을 공개할 것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역시 같은 날, 논평을 발표하고 “이는 그동안 벤젠 등에 대해 취급도 노출도 없다는 삼성의 주장을 뒤집은 것”이라며 △근로복지공단의 삼성 직업병 항소에 대한 즉각적인 취하가 이뤄져야 할 것 △기간의 ‘직업병 역학조사’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대책 수립을 시급히 마련할 것 △중소영세 반도체전자산업 노동자들에 대한 보다 더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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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 백혈병 , 발암물질 , 반올림 , 벤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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