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 한-미 FTA 발효, 대책은 있나

ISD, 개성공단 등 산적한 문제에도 강행된 발효선언

3월 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한-미 FTA)이 발효된다. 2007년 4월 2일 협상 타결부터 5년만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끌어온 것에 비해 정부의 준비는 여전히 미흡하다. 논란이 됐던 투자자 국가 제소제(ISD)를 비롯해, 한-미 FTA와 충돌하는 유통산업 발전법, 건강보험 민영화 등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많은 부분을 남겨놓고 한-미 FTA는 발효된다.

투자자-국가 제소제(ISD)

정부는 22일 오후 외교통상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재협상 논란이 일었던 투자자 국가 제소제(ISD)에 대해 “FTA 발효 후 서비스투자위원회를 만들어 (재협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소속 송기호 통상전문변호사는 “재협상 자체가 모순”이라고 못 박았다. 송 변호사는 24일 오전 불교방송 ‘전경윤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발효라는 것의 의미는 이 제도를 한국이 수용하고 따르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시 재협상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미국이 한국이 원하는 그런 내용으로 개정을 수용하지 않을 때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문제를 바로 예상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발효를 강행하고 있는 것은 대통령이 말하는 재협상과도 모순”이라며 일방적인 발효일정 발표를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송 변호사는 ISD는 곧 폐기될 것이라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도 내놨다. 그는 “(미국은) 사법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나라에 대해서는 이것을 강요하지만, 호주처럼 상당히 미국과 비슷한 경우에는 이걸 빼고 있다”며 “한국의 사법제도도 상당 수준에 올라와 있고, 한국의 공공정책에 대해서도 한국의 돈을 버는 미국 투자자가 한국 법원의 판단에 따르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ISD는 곧 폐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통산업발전법 충돌에 대책 전혀 없어

FTA 발효 직후 조약내용과 국내법이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대표적인 것이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법률(상생법)이다.

지난 7월 한-EU FTA발효를 앞두고 처리된 두 법안은 재래시장의 상권 내에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입점을 제한하여 중소상인들의 상권을 보장하는 것이 주된 골자다. 그러나 한-미 FTA는 지역에 따라 시장접근을 제한하는 규제는 금지하고 있다.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도 유통법과 상생법은 한-미 FTA에 저촉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송 변호사는 “법적으로 우리나라가 불안정해진다. 중소도시에 대형마트가 못 들어가게 하는 법이 있는가 하면, 동시에 또 그런 규제를 해서는 안 된다는 FTA도 동시에 발효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일관되지 못하고 모순된 체제가 들어서는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개성공단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없었다”

최석영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는 22일 외교통상부 브리핑실에서 양국의 FTA 이행점검 대면협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실질적으로 원산지 규정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면서 "협정 발효 1년이 되는 해 양국 간 역외가공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회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 간 관계진전을 검토하는 것과 함께 개성공단 지역의 환경요건과 노동여건을 검토한 후 제품의 원산지를 한국산으로 할지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 변호사는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조건이 비현실적으로 되어 있고, 설령 그 조건이 충족된다고 하더라도 미국 의회가 자유무역협정을 개정 해야만 개성공단 한국산이 인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발효로 인해서 개성공단이 한국산으로 인정될 가능성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 상태에서 발효 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 개성공단의 한국산 인정을 어떻게 실효성 있게 하겠다는 확실한 보장을 받고 발효 했어야 한다”고 말해 다시 정부의 무작정 발효를 비판했다.

한편, 2008년 촛불집회까지 일어났던 쇠고기 문제는 첨예한 문제다. 미 국내에서도 쇠고기 부문에 대한 재협상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최 대표는 "쇠고기 재협상 문제는 한미 FTA 협정문 이행협의의 대상이 아니었다"며 "협의 과정에서 쇠고기와 관련된 논의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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